그 아이의 속 사정
일 년 내내 말을 하지 않는 극내향적인 아이,
자리를 바꾸기 싫다는 이유로 이마에 큰 혹이 생길 정도로 책상을 머리로 들이박거나 화나 나면 책상을 단번에 뒤집어엎는 아이,
이유 없이 남녀 가리지 않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
ADHD(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로 끊임없이 부산하게 무언가를 그리거나 가위질하며 수업에 집중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반별 체육 시합에서 졌다는 이유로 상대편 친구를 때려 결국 학교 폭력으로 신고된 아이,
편식이 심하여 옆에서 한 시간 동안 같이 밥을 먹어줘야 하는 아이,
말할 때마다 반드시 욕을 섞어야만 하는 아이,
재미 삼아 학교 건물 벽에 우유 폭탄을 던져 터뜨려 그 장면을 목격한 교장선생님께 불려 간 아이...
숙제 못 해와도 준비물 못 챙겨 와도 다 괜찮으니까,
부디 건강하게만 학교에 나오렴.
그것만으로 충분하단걸 선생님이 이제야 알아서 미안해.
정현아, 벌써 스물 여덟 청년이 되었겠구나. 할머니는 잘 계시는지. 아직도 그 집에 살고 있는지. 너의 얼굴이 선명히 떠오르는구나. 부디 건강히 잘 지내고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