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 act of true love will thaw a frozen heart." "진정한 사랑이 담긴 행동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거야."
-겨울왕국-
저는 올해 16년 차 초등교사입니다.
오늘은 수년 전 담임을 맡았던 4학년 제자와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A는 학교에서 제법 유명한 아이였어요. 장난이 심하기도 했지만 수업 시간에 책상 위에 발을 올려놓고 주의를 주어도 들은 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지요.
학기 초에 있었던 일이에요.
수학 시험지를 나눠주었는데A는 문제를 풀기 싫어서인지 어려워서인지 학습지를 책상 위에 올려 두고 구경만 하고있었어요. 저는 조용히 다가가
"혹시 모르는 게 있니? 선생님이 알려줄까?"
라고 친절하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A는 퉁명스러운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로
"필요 없어요."
라는 한 마디를 툭 내뱉었지요. 많은 아이들을 만났어도 이런 답변은 처음 듣는지라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넘어갔어요. 그 아이의 표정과 말투만 보아도 선생님에게 마음 문을 굳게 닫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교사이기 이전에 감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서 가끔은 상식 밖의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A는 아직 미성숙한 초등학생이며 표면적인 행동만 보고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16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아이들을 만나며 저는 아이들의 행동에는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 아이는 왜 저렇게 말하고 행동할까? 혹시 내가 모르는 상처라도 있는 건 아닐까?'
어느 날점심시간이었어요.
식사를 빨리 마치고 교실에 들어온 A는 저에게 다가와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 졸려서 자고 싶어요."
"그래? 많이 피곤한가 보네. 음. 어디 보자. 선생님이 누워서 잘 수 있게 자리를 준비해 줄까?"
아이는 내심 좋아하는 눈치였습니다.
때 마침 교실에 블록 형태의 매트가 여러 장 있었어요. 수업에 필요해서 준비했었는데 그것을 여러 개 길게 연결하니 제법 누워서 쉴 수 있는 잠자리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교실 불을 끄고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으니 편안한 잠자리가 완성되었지요. 밖에서 놀다가 들어온 여학생이 저에게 물었어요.
"선생님, A는 왜 여기 누워있어요?"
"피곤해서 자고 싶다고 해서 선생님이 잠깐 쉬도록 해준 거야."
아이들은 의아한 눈빛을 보내면서도 그 아이를 위해 조용히 해주더라고요.
그날 이후, A는 조금씩 변해갔어요.
딱딱하게 굳어 있던 표정은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수업에 임하는 태도와 눈빛도 사뭇 진지해지기 시작했어요. 발표하는 일은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앞에 나와 칠판에 당당하게 정답을 적기도 하고요. 친구들과의 문제 행동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요. 오히려 앞장서서 질서를 지키고 친구들을 도와주기까지 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감동이었지요.
'교육'의 목적은 '변화'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변화시키려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사실 가장 먼저 변해야 할 존재는 바로 어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보려는 노력, 아이의 말에 조금 더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는 태도, 아이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배려의 한 마디는 굳은 마음에 촉촉한 단비가 되어 머지않아 부드럽게 싹을 틔우고 멋지게 성장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