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아들이었으면 좋겠다고 늘 바랐다. 그 바람의 시작은 초등학교 5학년인데 그때가 정말 시작이 맞을까 싶어 아무리 다시 생각해도 정말이지 그런 듯하다.
당시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같은 반이었던 단짝 친구 은서에게는 두 살 차이가 나는 오빠가 있었다. 그 오빠는 키가 크고 남자답게 생겼으며 성격도 좋고 축구도 잘해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인기가 많은 소위 ‘잘 나가는’ 학생이었다. 그런 오빠를 둔 친구는 또 ‘잘 나가는’ 언니들에게 이쁨 받았으며 자연스럽게 반에서도 무리를 형성해 리더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일진처럼 겉멋만 잔뜩 든 건 아니었다. 성적도 상위권에 교우관계도 좋고 옷은 언제나 유행하는 메이커를 입는 우리들의 우상 같은 스타일이었다.
5학년의 어느 날, 은서와 같이 하교를 하다가 문득 이 친구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건 공부도 잘하고 성격이 좋아서도 있겠지만 그 ‘오빠’의 동생이라는 이유도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반 남자아이들도 함부로 놀리지 못하고 모든 전교생이 다 알만큼 인기를 얻은 건 마치 오빠가 동생의 학교 생활에 미리 꽃길을 깔아 놓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말이다.
"너는 오빠가 있어서 좋겠다. 나는 첫째라 너무 힘든데"
그리고 이미 이렇게 태어난 나 말고 다음을 기약했다.
“나는 나중에 결혼하면 첫째는 무조건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엥? 갑자기? 난 딸이 좋은데. 딸이 더 귀여울 것 같지 않니?”
“아니야. 아들이어야 해. 무조건 첫째는 아들!”
그런데 친구가 몹시 부러웠던 그날의 우스운 바람을 삼신할머니가 듣고 메모라도 해 뒀던 걸까. 임신 5개월 차에 초음파 화면에서 볼 수 있었던 다리 사이에 불쑥 있는 무언가.
나는 화면에 비친 아이를 바라보며 안도했고 감사했으며 기뻤고 든든했다.
남편은 살짝 실망한 눈치였던 것 같지만 말이다.
집에서 허구한 날 싸우길래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이 일곱 살이던 때였다.
"너 어린이집에서도 동생이랑 이렇게 싸워? 엄마가 선생님께 여쭤봐야겠다."
그런데 진짜로 궁금해졌다. 정말 어린이집에서는 둘이 어떻게 지낼까?
"어머니! 아침에 둘이 같이 활동할 때 보면 오빠가 동생 옆에 착 붙어서 다른 친구들이 혹시 괴롭히거나 짓궂게 할까 봐 얼마나 지키고 있는데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 동생한테 절대 함부로 못해요. 얼마나 멋진 오빠인데요."
그날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져 든든한 아들을 얻었다. 둘째는 오빠가 마냥 좋기만 하고 오빠 말이라면 다 맞는 줄 안다.
나중에 커서 오빠랑 결혼할 거라는 '오빠 바라기' 딸과
든든한 오빠이자 '엄마 바라기'라는 덤까지 얹어서 나에게 온 아들.
삼신할머니께 참으로 감사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