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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by 김초아

사랑이 뭘까 고민하는 날이다. 매일 아침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고 아이들의 등교 준비를 도우려 부지런히 일어나는 일이 사랑이라면 사랑일까. 어쩌면 깨워야 할 시간이 되었어도 곤히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5분만 더 자라고 기다려주는 일이 사랑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길가에 다정히 서 있는 싱그러운 남녀의 모습이 가장 이상적인 사랑일까. 양 볼은 발그레하고 서로의 손은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지만 눈빛은 공기 중에 마주 닿아 따뜻한 수증기를 흩날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내가 더 설렌다. 부럽구나.


브런치 속 주고받는 응원과 공감의 댓글 또한 지대한 관심과 사랑이다. 이제는 접어야지, 그만 써야지 싶을 때마다 신기하게도 꼭 댓글을 달아 주던 고마운 이들. 그들을 오래도록 간직하려 한다.


카페에서 주문한 스콘이 조금은 퍽퍽하고 커서 다 먹기 힘들었지만 많이 남기면 사장님이 내가 만든 스콘이 맛이 없었나, 속상해할까 봐 두 입 더 먹는 건 배려일까 사랑일까.


전날 밤 먹은 과자 봉지를 그냥 식탁 위에 툭 올려놓고 출근한 남편에게 당장 문자로 한 소리 하고 싶었으나 아휴,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피곤해서 깜빡했나 보다. 이번만 봐 주자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랑일 테지.

문득 잘못 길들이는 미련한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어쩔 수 없이 찻길로 지나가는 어르신을 뒤따르는 차들의 행렬. 누구 하나 경적을 울리지도 않고 느릿느릿 줄지어 가는 모습에서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꽃은 꺾지 않고 바라보는 거야.”

작고 여린 딸의 말에서 커다란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헝클어진 나의 머리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던 당신의 미소는 분명 사랑인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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