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개금시장 양가 손만두

딱 부산 같은 만두, 화끈한 만두

by 황섬

부산으로 만두 여행을 갔던 때, 본게임이던 두번째 날 마지막 코스로 간 집이다. 개금시장의 터줏대감이라는 양가 손만두를 가봤다. 2박 코스로 내려간 것인데, 첫날은 내려가자마자 피곤해서 뻗었고, 둘째날 정말 여기저기 동선 닿는대로 최선을 다해 가보려 했는데 무리. 만두집 5곳을 들리려 했지만, 세번째 집인 이곳 양가 손만두에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마지막 집이 힛트일세!!!




나에게 부산은 각별하다. 첫 시댁(?!)이 부산이었던지라 정말 이 땅에 많은 애환과 추억이 서렸다. 결혼하기 전에는 해운대 바닷가 카페에서 그와 손을 잡고 앉아 있으면 아, '시간이 여기서 멈췄으면 좋겠다'는 진부한 표현이긴 해도 이런 애틋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그 뒤로 남편이 군인이었던 터라 추석이든 설이든 나 혼자 시댁에 내려가 있는 동안에는 심술쟁이 어머님 구박에 울면서 나와 반송 시장을 돌다가 바나나 우유를 사먹기도 했었지. 그런 사정 빤히 아는 그 시절 남편의 부산 친구들은 "아, 어무이~ 오늘은 우리가 메느리 좀 훔쳐가입시대이~" 하면서 저녁 때 나를 굳이 불러 달맞이 고개에 드라이브를 시켜주기도 했고...

부산은 무척 복잡하면서도 잠시도 쉴 수 없는 곳이자 나는 영 주인이 될 수 없는, 영원히 낯선 손님이 되는 곳이다. 이날도 쉬지 않고 부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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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 손만두 가는 길


개금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주욱 걸어가다보면 오른편으로 개금시장이 나온다. 가다보면 저렇게 낭만고등어도 만나고 말이지. (낭만고양이 이후 최고의 내신 지도 학원이다?)


KakaoTalk_20200813_124308638_03.jpg 알록달록 방울들.


쉬엄쉬엄 올라가면서 시장구경도 한다. 어디를 가나 시장은 정말 재밌다. 저게 팔리나 싶은 물건들도 늘 한아름 진열된다. 장 시간이 끝나면 또 그걸 걷어가지고 갔다가 다음날 다시 펼쳐놓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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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을 주욱 따라 올라가다가 만난 양가 손만두. 두둥~ 개금 밀면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다. 1976년부터 이 자리에서 시작한 만두집이라고 한다. 내 동생이 76년 용띠니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가게다. 45년이나 되었으니! 중간에 한 번 리모델링을 하셔서 가게 내부는 무척 깨끗하고 아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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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자마자 입구에 계산대가 있다. 메뉴판을 보고 먼저 주문하고 자리에 앉는다. 메인 메뉴는 당연히 김치만두, 고기만두, 그리고 그것들로 만든 군만두다. 그리고, 쫄면이나 잔치국수, 만두국, 라면과 같은 분식류도 아주 착한가격으로 두루 구비했으니 여러명이 몰려가서 이것저것 시켜먹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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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집의 특징은 만두가 아주 얇다는 것. 군만두 주문할 때 유의사항도 함께 보면 좋겠다. 계산대 옆에서는 저렇게 쉴새 없이 만두빚는 손길들이 움직이는데, 모두 가족이라고 한다. 저쪽 허리를 구부리고 조신하게 만두를 빚고 계신 어머님이 76년 양가 손만두 오픈의 주역이신 듯.
이 집에 오기 전 명장동 '태산 손만두'집에서 정말 환상으로 얇은피 만두를 경험하고 온지라 이집도 실로 많이 기대됐다. 얇은피 만두, 정말 사랑한다.

벽을 바라보고 앉는 테이블에 앉아 만두를 기다린다. 만두 시켜놓고 기다리는 그 시간은 늘 이렇게 설렌다. 특히 배가 고프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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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유리알처럼 비치는 만두다. 크기도 한입에 쏙 넣어서 먹기 딱 좋다. 내가 좋아하는 김치만두를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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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20200813_123639118_20.jpg 단정한 차림. 섞어 찐만두.


김치도 아삭아삭 씹히고, 정말 진하고 강한 김치만두였다. 벌써 한 달 이상이 흘렀는데도 지금 내 기억에 그 맛을 소환할 수 있을 정도로... 딱 빨간 김치만두였다. 적당히 맵싸하기도 하고, 고기도 듬뿍 들어서 한입이 아주 만족스럽다. 이래서 양가, 양가 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절로 나왔다.

간장도 우리가 대충 식초, 고춧가루 넣어서 만들어 찍어 먹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간이 맞춰져서 내어주는데, 요것도 한 연기한다. 역할의 비중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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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만두 또한 강력한 고기맛!!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저 열정적인 부산 사람들과 같은 맛이다. 슴슴하고 밍밍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고기 있어야 할 곳에 딱딱 꽉 채워져 넣어 있고, 부추 넣어야 할 곳에 왕창 때려넣고, 김치는 적당히 벌건 것이 아니라 새빨갛고, 나 김치 여기있어요 티내듯 아삭아삭 씹히고....

그런 만두다.



사실 양가 손만두 일가의 이야기를 좀 취재하고도 싶은데, 그저 일개 손님일 뿐인지라 이 집의 이야기를 담기가 어렵기는 했다. 76년부터 자리 잡고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세월의 저력을 보면 이미 명품가의 반열에 오른 것 아닌가 싶다. 일단 자식들은 가게 운영하면 되니 이 얼마나 소중한 유산인지!!! 물려 받을 것이 없는 것도 사는 데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문화 유산과도 같은 가게 하나는 자식들에게 '커다란 비빌 언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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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잘 먹고 나오는 길에 찍어본 사진. 정말 만두 예쁘고, 곱다. 다시 부산에 가면 양가 손만두 또 가고야 말 것이다.

아 참! 부산지역 만두집 특징이 있다!

양가 손만두는 그런 형태는 아니지만, 부산은 만두를 만두국밥의 형태로 내주는 집이 있다는 것. 즉, 만두백반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곳이 심심치 않게 있다. 만두국에 공기밥, 그리고 두세 가지 반찬들로 구성되어 있는 한상이다.

'평양집'이 그 대표적인 예. 만두국에 계란말이 반찬이라니. 그리고, '복성 만두국집'도 그렇고 말이다. 이 두 집은 지난 부산행에서 들르지 못한 집이다. 3일차가 일요일이라는 사실을 아주 새까맣게 고려하지 않은 터라.

서울에서는 이마트나 홈플러스 쉬는 날만 헤아렸지, 음식점이 일요일에 쉰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부산에 와서야 '아, 일요일은 쉬는 집이 많구나' 하고 탄식하며 서울행 KTX를 탔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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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내 손에는 태산 손만두에서 포장해온 만두와 이 양가 손만두 포장이 들려 있었다.

평소 만두랑 커피는 식어봐야 그 진가가 나온다고 늘 생각해왔던 터이다. 방에서 두 개의 포장을 펼쳐 놓고 태산 만두 하나, 양가 만두 하나.... 태산 하나, 양가 하나...

얇은 피 만두 양대 산맥, 그 맛 대결의 결과는.......



양가 손만두
매주 화요일 휴무
아침 9시 30분에 시작했서 밤 9시에 끝난다고 하는데, 8시에 마친다고 하는 이들도 있으니 확인을 꼭 하고 가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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