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여행 중에 가장 큰 기쁨을 느끼지만, 얼마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여행과 실감에 대하여 적은 제 글의 일부입니다.
나의 '실감'에는 '시차'가 있다. 여행지가 한국에서 멀수록, 여행 경비가 비쌀수록 나의 '시차'는 커진다, 여행지에 도착해서 유명한 건축물을 볼 때면 여전히 로드뷰 안에 있는 기분이다. 그러고는 한국에 돌아와 여행사진들을 두 번 정도 돌려보고 난 후에야 내가 그곳에 존재했다는 것을 '실감'한다.
-여행의 시차-
제한된 시간과 예산 안에서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여행 전에는 가고 싶은 곳들을 지도에 저장하고 로드뷰로 동선을 꼼꼼히 익혔죠. 여행지에 도착해서는 미리 짜둔 일정에 따라 효율적으로 움직였습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오면, 미션을 완료한 듯한 만족감도 잠시뿐, 곧 다음 일정에 대한 걱정이 머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런 여행은 계획형인 제게 큰 만족을 주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의문이 쌓여갔습니다. '내가 정말 여행을 다녀온 걸까?', '내가 현재에 있긴 한 걸까?'
제 마음은 늘 미래와 과거를 떠돌았고, 현재에는 아주 잠깐 머물렀습니다. 여행뿐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이 이런 식이더군요. "원하는 대학에 가서 행복할 나를 위해 3년만 참자.",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잠을 줄이자." 저에게 현재는 행복할 수 없는 것, 희생해야 것일 뿐이었죠. 따라서 성취의 순간을 제외하면, 현재와 행복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 전부터 “어떻게 하면 현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을까?”가 제 인생에 가장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으로 이를 인지하고 연습한 덕분에 지금은 현재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저는 여행 속 순간을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었을까요?
첫째는 힘을 빼는 것입니다. 여행 전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으면, 여행 중에도 다음 일정에 얽매여 현재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걸 보겠다는 욕심을 버렸습니다. 그러자 계획도 느슨해지고 조금 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자유여행에 익숙한 분이라면 가이드 투어도 한 번쯤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몽골에서 처음으로 가이드 투어를 시도해 봤는데, 다음 일정에 대한 걱정 없이 순간을 즐기기 좋았습니다.
둘째는 자연에 가는 것입니다. 도시에는 정신을 산란시키는 요소가 너무 많지만, 자연에서는 온 감각을 천천히 열어 느끼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 결과로 특별한 이야기가 없으면 도시여행은 쉽게 잊히지만, 자연은 그 순간 자체로 오래 기억됩니다.
이제는 현재를 느낄 줄 알고, 현재가 가장 기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행을 계획하고 추억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무엇하나 줄어들지 않고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 모두에서 비슷한 기쁨을 느끼게 되었네요. 이는 본질적으로 지금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랑한 덕분인 듯 같습니다.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느껴질 수 있는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여행 전, 여행 중, 여행 후 중 언제 가장 큰 기쁨을 느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