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립스틱이 너무 예뻐서

난 아기지만 립스틱이 예쁜 건 알지

by 초코푸딩

돌이 지난 딸아이가 조용하길래 어디 있나 찾아보니

방구석 화장대에 앉아서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뒷모습이 보인다.

뭘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아서 빙긋 웃고 몰래 뒷걸음질 치고 모른 척했다.


며칠 전에 열심히 설거지에 집중하고 있는데 무언가 인기척이 느껴지길래 고개를 돌려보았다.

난 너무너무너무 웃겨서 폭소하고 말았다.


머리숱이 없어서 대충 사과머리로 묶은 딸아이가 입술에 립스틱을 엄청나게 많이 바른 채

날 보고 웃고 있었다.


입술라인에 딱 맞게 예쁘게 바른 것이 아니라 입술포함해서 입술 밖까지 엄청나게 두껍게 발랐다.

하니의 고은애 여사처럼 연분홍 립스틱을 엄청나게 오버립으로 비뚤비뚤하게 발랐다.


"와~엄마가 바른 것처럼 발라봤어? 엄마가 바른 게 예뻐 보여서 발랐어?"


아이는 내 말을 이해했는지 어쩐 건지 모르겠지만 대답한다.

"예에..."


그리고 그 이후로도 꽤 여러 번 립스틱 바르기를 했고 두어 번 했을 때쯤부터 이걸 나중에 또 보고 싶을 것 같아서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아들인 첫째는 아기 때 이런 행동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더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안 보고 있는 것 같아도 이 쪼그만 아기가 엄마가 화장하는 거 옷 입는 거 다 옆에서 관찰하고 나름 예쁘다고 생각이 되었는지 따라 해 보는 게 너무 신통방통 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내가 고등학생 때 친구들 대부분 얼굴에 파우더를 바르고 틴트를 발랐었는데 그걸 본 선생님께서


"야, 너네 아무것도 안 발라도 진짜 제~일 예쁠 나이야! 너넨 그걸 모르겠지만 진짜 그러니까 화장 같은 거 제발 하지 마!

그리고 교복도 줄여 입지 마. 그냥 단정하게 입는 게 진짜 제일 예쁘다고, 알겠니?"


그 당시 친구들 그 누구도 수긍하지 않았던 그 말을 지금 선생님의 나이 정도가 되어보니 무슨 말인지 너무나 잘 알겠고 공감하는 내가 너무 웃기다.


요즘도 내가 화장을 하면 옆에 쪼르르 와서 입술 발라보고 싶다는 딸아이에게 살짝 발라주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거 바른 것보다 안 바른 게 훨씬 더 예뻐. 넌 피부도 달걀처럼 뽀얗고 입술도 예쁘고 눈썹도 예쁘고 해서 그냥 아무것도 안 바른 게 진짜 최고 예뻐!"


그러면 딸아이는 말한다.


"응? 나는 이렇게 입술 바른 게 더 예쁜데?"


아이들은 해보지 못하는 어른들의 무언가를 갈망하고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들은 아이 때는 절대 알 수 없었던 그 어떤 싱그러움에 감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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