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선들 seondeul Sep 10. 2016

월간 마당

월간 마당 9월 호 

월간 마당 9월 호      

[월간 마당 현장 인터뷰] 가을의 문턱에서, ‘느타리봉’ 마당 토크, “지금이 가을인가요? 믿기지 않아요”(인터뷰)

Posted by 식물맘 입력: 2016/09/10 11:50:35



석류가 익어가고 
늦은 장미가 피며
하루가 다르게 벼가 익어가는
가을,

[월간 마당 9월 호] 가을편 + 특별부록


안녕하세요, 월간 마당 기자 식물 맘입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이번 여름을 보내고 아침저녁이 쌀쌀한 가을이 찾아왔는데요, 아직도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가을의 문턱에서, 느타리봉의 마당, 다시 한번 찾아보았습니다.   




식물맘: 안녕하세요, 해바라기님, 키가 정말 크세요! 마..마이크가. 잉차! 여기요, 마이크! 해바라기님 성장의 비결이 뭐죠?


해바라기: 저는 원래 키 큰 해바라기니까요. 아니, 제 별명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이 싸람이 참. 제 원래 피가 ‘키 큰 해바라기’라고요. 그렇다고 피가 있다는 건 아닌데 뭐. 다른 데는 이미 다 씨앗까지 나왔다죠? 여기가 워낙 추워요.


식물맘: 에취!


해바라기: 맨날 보러 오는 사람도 글쎄 당신처럼 코를 찔찔 흘리고 눈물을 줄줄 흘리더라니까, 환절기라나 뭐라나. 나는 어쩌다 보니 이때 피게 됐어요. 주인이 키만 큰 해바라기라고 그렇게 놀리더니, 늦게라도 피우면 그게 꽃이지 뭐. 


20등신을 능가하는 키(만)큰 해바라기






식물맘: 비율이 너무 좋으세요. 얼굴도 작고 키도 정말 크시고. 한 3미터 되시나 봐요.


해바라기: 비슷해요. 원래 키 큰 해바라기라니까요? (으쓱)     

   









식물맘: 해바라기 바로 옆, 파란 그물에 쌓인 콩을 만나러 왔습니다. 콩님 계시나요?


콩: (그물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안녕하세요, 저는 서리태콩입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저는 찬장 속 검은 비닐에 쌓여있던, 밥에 들어가도 구박받기 일쑤였던 그런 콩이였어요. 그런 제가 감자가 있던 자리에 심기고 이렇게 키까지 크다니 감격할만한 일이에요. 이런 바람과 이런 햇살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누군가의 뱃속으로 사라지는 삶을 살 뻔했지 뭐예요. 


식물맘: 정말 감동적이에요. 그런데, 이 정체불명의 파란 그물은 뭐죠? 


콩: 아휴, 말도 말아요. 고라니가 와서 그렇게 절 괴롭혀요. 처음엔 고라니도 먹고살아야지, 하며 내버려두었었는데, 키가 저기 애기상추보다 크기도 전에 머리 끄덩이를 다 뜯어먹는 거예요. 그리고 발자국만 꾹꾹 눌러놓고 사라지고. 아 맞아, 신입 감자는 아직도 소식이 없어요. 가을 감자는 무리인 걸로. 아니 그래서 집사들이 뵈기 싫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우리들을 빙빙 그물로 둘러놓더라고. 그럼 뭐해 한밤중에 보란 듯이 와서 이렇게 먹고 가는데. 봐봐요, 여기여기! 내가 이 나이에 악성 탈모가 될 줄이야.        


무자비한 야식의 흔적

     

식물맘: 정말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고라니 입맛에 유난히 맞으시나 봐요. 콩잎만 그렇게 다 먹는다던데. 집사 왈, 차라리 콩만 먹지 말아다오,라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콩: 나도 그런 심정이요. 그렇게 생각하니 또 맘이 편해.      




깻잎: 헤이! 여기이이요!


식물맘: 아, 네! 안녕하세요 깻잎님. 아휴 거의 숲이에요 숲!



깻잎: 그쵸? 모여있으니까 너무 신나! 우리가 흥이 많아서요! 바람이 불 때 마다 아주 신나 죽겠다니까. 이 집 집사가 우리 춤도 만들었다고, 깻잎춤! 앞으로 케이팝을 선두 할 거야. 워후!


식물맘: 이곳 깻잎 숲은 느타리봉의 핫 플레이스라고 하는데요, 매 시간마다 다른 동물들이 찾아와 모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얼룩: 좋아해. 제일 내가. 여기. (바쁘게 세수)


식물맘: 얼룩이 와쪙? 물은 먹었어? 멸치 줄까? 



얼룩: (몸을 비비며) 웅. 깻잎 밑에 시원해. 와, 너도. 


(식물)얼룩맘: 우쭈쭈 기다려봐.     


-인터뷰 중단-     




식물맘: (헐레벌떡)네, 다시 마당입니다. 이곳은 우리 귀여운 얼룩이뿐만 아니라 참새들의 휴식장소로 인기입니다. 일명 ‘참휴’라고 불리는 깻잎 밑, 얼룩이가 간 후에야 찾아온 참새 떼들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느타리봉 참새들의 핫플레이스, 참휴


참새17: 여기가 제일 좋아용. 

참새25: 너무 좋아! 

참새8: 그늘이고 쌀도 있고. 

참새12: 맨날 뿌려 쌀 주인이.

참새31: 고양이 우리 쫒아. 없을 때 먹어.

참새20: 여기서 쉬어, 여기로 다 모여.

참새14: 느타리봉 참새 핫플레이스!

참새16: 참휴 오면 다만나, 내 친구들.




식물맘: 다양한 의견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무성히 숲을 이룬 깻잎에도 꽃이 피고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네요. 다음은 박씨 형제들을 보러 떠나볼까요?     


박1 단호박

단호박: 저는 조용히 강해요. 내버려뒀는데 이렇게 언덕까지 다 타고 올라가서 지금 벌써 5개째 익고 있어요. 박 중엔 제가 최고죠(단호).


박2 국수호박

국수호박: 저 같은 애 보신 적 있어요? 전 일단 희귀한 데서 끝난다니까요. 요리요? 아직이요. 자신 있어요, 잘만 찐다면 국수가락이 마법처럼 나온다니까요. 믿어봐요, 속고만 살았나? 이래 봬도 생생정보통, VJ특공대, 이런 데 얼굴이 닳도록 나온 호박이에요, 내가.


박3 조롱박

조롱박: 집사가 원래 나로 막걸리 떠먹으려고 했대요. 내가 그 정도 그릇으로밖에 안 보이나. 흥, 보시지. 이미 막걸리론 모자라고, 한 우물가 두레박 정도는 해야 조롱박이지.     


박4 수박

수박: 저.. 저요? 저는 끼려고 낀 게 아닌데,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그러니까. 저는 요 앞 금관 마트에 있었어요. 집사들이 먹고 거름이 되라고 여기 둔 건데, 그 사람들도 잊어버리고, 저도 잊어버리고 저도 제가 자라고 있다는 걸 까먹었다니까요. 진짜예요. 정신 차려보니 이만해졌어요. 어떻게 해요, 저? 참 나도 내가 당황스럽네.     



 

식물맘: 네 박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흐드러지게 핀 천일홍을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천일홍 씨. 


인터뷰 필수품, 빨간 장화


천일홍: 안녕하세요 홍홍홍. 저 예쁘죠? 집사가 제가 제일 예쁘데 용, 어쩜 좋아, 홍홍홍.      


친구들과 수줍게 찰칵


식물맘: 어머! 저 옆에 저 까만 친구는 뭐죠? 아니 뭐지? 하나 더 있네!


천일홍: 하나는 예전부터 있던 거고, 저기 더 큰 건 며칠 전에 왔어요. 참, 아무 말도 안 하고, 저렇게 몇 날 며칠 째라니까. 홍, 재미없어 증말.



가마솥: (.....)


식물맘: 아빠가 언제 가져왔지, 저걸 어떻게 쓰지, 어디에 쓰지... (멘붕)


그릴: 저도 충동구매로 여기에 오게 됐어요. 아빠 집사가 일시불로 데려왔죠. 


식물맘: 구면이죠? 오랜만이에요. 그때 생선이랑 고기 고마웠어요. 



그릴: 저야 구워질 때가 제일 행복해요. 왜 사 왔냐고 구박받았지만, 이제는 밥값 하죠? 근데 저.. 이 위에 것 좀 치워주시겠어요? 제가 이고 있는 이거...


식물맘: 아! 이따가 인터뷰 다 하고 치워드릴게요! 캠핑 테이블이 왜 여기에 있지?  


그릴: 고마워요, 조만간 또 뵐게요. 


식물맘: 네 감사합니다!     

치우는 걸 잊고 떠난다




식물맘: 더 조사해 본 결과, 새로 온 친구들은 이들뿐만이 아녔습니다. 느타리봉의 뉴페이스들! 소개합니다.     

귀여운 콜라비와 다시 찾아온 상추들! 어느새 빼꼼     




식물맘: 이렇게 마당의 친구들은 가을의 문턱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무사히 잘 적응해 나가길. 오래도록 머물렀다 떠난 친구들도, 간지도 모르게 간 친구들도, 다가올 봄과 여름에 또 만나길 기원하며. 안녕! 이상 월간마당, 식물맘 기자였습니다.  


     


특별부록     

; 지나간 봄과 여름을 기억하는 법


옥수수 유리창
호박들과 목화
꽃과 꽃들
여기에도 천일홍
마지막 부추꽃
들꽃이 걸린 자리
꽃들의 초상



몇몇 사진: 홍아트 블로그 협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