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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Dec 29. 2023

애기(aggie)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애기(aggie)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애기(aggie)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2023.12.16.(토) 아침 7시 30분, 애기(aggie)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사위가 보내온 카톡이다.


애기가 하늘의 별이 되었다.


16년 동안 함께 지내며 기쁨을 안겨 주었던 애기, 외출 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언제든지 반갑게, 격하게 우리를 환영해 주며 꼬리를 흔들던 애기가 우리 곁을 떠났다. 다시 볼 수 없으니 너무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애기와 함께 동거동락했던 딸아이의 슬픔은 아주 컸다. 미국 유학 시절, 몹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애기는 딸 곁에 있었다. 딸아이는 너무 외롭고 힘들 때에는 애기를 안고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또렷한 눈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애기는 추억 덩어리였다.


무대뽀 집을 나가 온 가족이 찾아 나섰던 적이 서너 번 이상이다. 미국에서는 경찰관들이 길 잃은 애기를 데리고 왔었다. 초롱초롱한 큰 눈으로 그윽이 쳐다보며 갖은 재롱을 부렸다. 미국 유학파답게 영어로 얘기해야 잘 알아들었다. 어느 해 설날에는 고기 튀김용 프라이팬(frying pan)을 닦은 키친타월(kitchen towel)을 먹고 장출혈이 생겨 대수술을 했었다. 수술 후 꼬박 이틀 동안 사경을 헤맸는데, 딸아이의 극진한 병간호로 마침내 회복했다.  

                                            


애기는 몇 년 전부터 급격히 노화되면서 동작이 둔해지고 온몸에 종양이 생겼다. 특히 왼쪽 눈에 생긴 종양은 아주 심각했다. 이미 시력을 잃었고 종양이 너무 커져서 돌출되었으며 염증이 아주 심했다. 수의사는 암덩어리라며 시한부(時限附) 판정을 내렸다. 주변의 많은 지인들은 안락사를 권했지만 딸아이는 수술받게 했다. 종양 제거 수술을 한 후 애기는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딸아이는 애기 발을 붙잡고, 몸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쏟았다. 딸아이의 울부짖음은 또 애기를 회복시켰다. 애기는 눈에 띄게 상태가 좋아진 듯싶었다. 사료도 잘 먹었다. 빠른 원기 회복을 위해 고기도 먹였다. 그런데 갑자기 곡기(穀氣)를 끊더니 기운을 잃었다. 의사 선생님은 애기가 신부전이 심해서 투석을 해야 한다며, 현재 상태로는 투석할 수 없어서 수액 주사를 맞혀야 했다. 딸아이는 주사 한 대에 14만 원 이상인 수액 주사를 맞히려고 했지만, 나는 더 이상의 고통을 애기에게 안겨주지 말라고 했다.(애기 이야기: https://brunch.co.kr/@chodeul/199 )

2023년 12월 15일 금요일
"애기가 가려나 봐."
"지금?"
"엄청 우네. 아파하고. 힘들어하는데 자려고 안 해. 헤어질 것을 아니 우나보다."
"우리 애기가 강솔이한테 고맙다 하네. 에고."
"나 때문에 안 가는 걸까? 눈 똑바로 뜨고 있어. 아파하면서 안 자네. 아파서 잠 못 드는 건가?"
"그렇게 헤어진다고 그러더라. 주인 보고."


2023년 12월 16일 토요일
"애기, 아침 7시 30분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 애기가 고생했다. 잘 마무리하자."
"네, 지켜보다가 눈 감았습니다."
"우리 딸 많이 아프겠다. 사랑하는 우리 큰 애기, 안 아프게 잘 쉬겠지."



그렇게 애기는 아픈 세월을 뒤로했다.

애기와 함께 행복한 시간, 평생 동고동락했던 딸아이는 이젠 죽은 애기를 안고 슬픔을 안아야만 했다. 함께하는 삶이 영원할 수는 없다. 우리 가족의 일원이자 소중한 친구가 되어준 애기는 사람보다 수명이 짧기에 때 이른 이별은 숙명이었다. 딸아이가 견딜 수 없는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길 바란다. 다행스럽게도 애기를 화장해서 유골을 메모리얼 스톤(memorial stone)으로 제작하여 집에 보관하다고 한다. 비록 메모리얼 스톤이지만 죽은 애기를 바로 옆에서 떠올릴 수 있다는 마음 안심일까? 한결 여유를 되찾아 가는 딸아이에게서 또 다른 애기를 본다. 메모리얼 스톤 애기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



애기야!

우리 꼭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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