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팀에 새로운 친구가 입사했다.
얼마 전 팀에 신규 입사자가 들어왔다. 이 팀에서는 새로운 인력이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짝꿍을 붙여주는 문화가 있다. 이번 신규 입사자의 짝꿍으로는 내가 당첨이 됐다. 아직도 내 코가 석자인데, 이제 내가 누굴 알려주는 입장이 되다니...? 이 회사, 이 팀으로 이직한 지 10개월 만에 내가 기존 인력의 입장이 되어 우리 팀의 업무와 시스템을 알려주는 역할이 된 셈이었다.
신규입사자분이 팀에 오시는 첫날, 팀 대표로 가장 먼저 환영의 인사를 드리고 팀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돌아가며 자기소개를 하고, 신규 입사자분의 자기소개도 들으며 10개월 전 내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직장 생활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회사를 옮기고 새로운 환경에서 첫 소개를 했던 그 순간, 긴장된 마음과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숨긴 채 나를 소개했던 내 모습. 불과 엊그제 같던 생생한 기억이 벌써 10개월 전 이야기다. 신규 입사자분의 긴장된 자기소개를 들으니 나까지 저절로 긴장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어색하고도 낯간지러운 첫 상견례 자리가 끝났다.
짝꿍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새로 오신 분이 자칫 팀에서 방치되지 않도록 그분의 시간을 잘 채워드리는 것이다. 나는 업무 진행을 위해 받아야 하는 여러 권한 리스트와 팀 주간 업무 일지, 그 외 주요 업무 파일들을 정리하여 공유드렸고, 새로운 분은 하나씩 읽어보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셨다. 보시며 모르는 건 언제든 편하게 질문해 달라는 이야기도 전했다. 인사치레가 아니고 진심이었다. 아마 새롭게 쏟아지는 무수한 정보에 그분의 머릿속은 바로 하얘졌을 것이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경력직 이직러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덜렁 던져지는 각종 정보의 홍수를 하나씩 해석하며 스스로 머릿속에 탑재해야 한다. 이직러에게 회사는 결코 친절을 기대할 수 없다. 처음 내가 이곳에 왔을 때도, 모든 걸 스스로 익히고 배워야 한다는 사실에 허허벌판에 홀로 떨어진 기분이었다. 아무리 경력직이라도 모든 것이 새삼스럽고 새로 익혀야 하는 건 똑같은데 설명 없이 내던져졌을 땐 너무하다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내가 반대 입장이 되어보니 그 상황이 이해가 갔다. 일이 바쁘고 초치기로 업무를 쳐내는 상황에서, 누구 하나를 온전히 케어해주고 성심성의껏 알려줄 마음의 여유가 나조차도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이거 하나하나 설명할 바에야 내가 하는 게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마 내가 처음 이 팀에 왔을 때도, 팀 동료들이 지금의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이 되어보니, 그 당시 바쁜 시간을 쪼개어 나를 챙겨줬던 내 짝꿍 동료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는 그래도 더 마음을 써서 이 친구가 내가 느꼈던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고 빨리 감을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 업무 시간을 쪼개어 여러 파일을 정리해 공유했고, 별도 일정을 잡아 내가 아는 선에서 이 팀의 업무 방식과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이 또한 새 친구에게는 범람하는 여러 정보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 친구가 스스로 해석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아마 나와 똑같이 허허벌판에 놓여진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다. 새로운 동료가 느끼는 막막함을 100% 해결해 줄 수 없는 것, 이 또한 역지사지의 입장이 되었을 때나 느낄 수 있나 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새로운 동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인 것 같다.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물어보세요! 진심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