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는다는 것

- 아내의 사랑을 먹는다는 것

by 하연비

저는 원래 아침을 잘 챙겨 먹지 않습니다. 아침밥 먹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에는 먹기 싫더라도 부모님께서 차려주시는 아침을 억지로 먹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난 후부터는 모든 강의를 오후시간대로 잡아놓고 아침을 온전히 잠을 자는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아침밥과는 인연이 점점 멀어졌습니다.


취업을 하고 난 뒤에는 더더욱 아침과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원룸에 혼자 자취생활을 하면서 잦은 회식으로 인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회사 생활을 하면서 아침을 먹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사일로 매일매일이 천근만근인데 30분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먹기란 초인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라고 느껴졌습니다.


결혼을 했지만 여느 보통의 가정들과 마찬가지로 저희는 맞벌이를 했습니다. 저는 원래부터 아침을 챙겨 먹지 않았기 때문에 아침에 대한 욕심이 없었습니다. 또한 아내 역시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에 아침을 챙겨 먹지 않았습니다.


저는 단 한 번도 아내에게 아침을 차려달라고 말한 적이 없고, 그로 인해 서운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최근에 코스트코에서 모닝빵을 샀었습니다. 아내가 빵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보통은 냉동실에 빵을 얼려놓는데 냉동실에 자리가 없더군요. 최대한 냉동실에 빵을 넣어봤지만 채 반도 안 들어갔습니다. 빵 개수를 헤아리면 대략 30개 이상은 될 것 같았습니다.


아내와 저는 남아있는 빵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아침에 한두 개씩 들고 가기로 했습니다. 각자 회사에서 간식으로 먹기로 한 것이었죠.


저는 그냥 빵 한 두 개씩 들고 가겠다고 얘기했지만 빵을 좋아하는 아내는 빵에 아무것도 안 바르면 무슨 맛으로 먹냐고,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아침에 빵을 싸놓을 테니 챙겨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출근하기 전에 식탁 위에 놓여 있는 빵을 발견하고 챙겨갔습니다. 출근한 후 주섬주섬 봉투를 뒤적여 빵을 꺼내서 한입 먹는 순간 딸기잼과 땅콩잼의 조화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빵순이군, 맛잘알이야”라고 혼자 속삭였습니다.


크게 화려하지 않은, 단순히 빵에 잼이 발라져 있을 뿐인데, 아내의 사랑을 먹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희 부모님 세대들은 맞벌이보다는 외벌이가 많았습니다. 남편은 밖에서 돈을 벌어오고, 아내는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었죠. 저의 아버지께서는 아침을 꼭 챙겨드셨습니다. 반찬 개수는 적더라도 국은 무조건 있어야만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항상 아침을 챙겨주셨지만 아침에 국이 없을 때는 아버지께서 항상 화를 내셨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최근에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었을 것이고, 어머니께서 차려주는 아침을 먹어야만 하루를 버틸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을 먹는다는 것은 곧 아내의 사랑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