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 영원한 최고층 빌딩
가끔 올림픽대로를 차로 달릴 때가 있습니다.
지나는 길에 여의도 63빌딩을 보면 늘 반가운 생각이 듭니다.
수많은 빌딩들로 여의섬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북적이게 되었지만, 강변에 자리 잡은 황금빛 63빌딩의 존재감은 여전해 보입니다.
한때 우리나라 최고층 빌딩으로 서울 관광의 아이콘이기도 했던 그 빌딩은 전망대와 수족관 그리고 처음 맛본 뷔페 등으로 개인적인 추억까지 채색되어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최고층은 555m의 롯데월드타워입니다.
249m인 지상 60층(지하 3층)의 63빌딩에 비해 2배도 더 높습니다.
63빌딩은 이제 최고층 빌딩의 순위가 17위로(집합건물을 하나로 보면 11위) 밀려났습니다.
여의도에만 해도 333m의 파크 원 타워(A동), 285m의 IFC(C동), 256m의 파크 원 타워(B동) 등이 더 높게 올라가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강변을 지나며 바라보는 63빌딩은 원근법 때문인지 여전히 제일 높은 빌딩처럼 강한 존재감을 뽐내며 서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단에서 상층으로 올라가며 완만하게 좁아드는 외관 실루엣의 안정감은, 최고층 빌딩이라는 아이콘으로 각인되는 데에 조금 유리한 외관을 지녔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재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나 그다음으로 높은 해운대의 주상복합 건물들은 왠지 주변 경관과 조화롭지 못하고 지나치게 위압적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63빌딩 높이 정도를 벗어나 훨씬 더 높은 빌딩을 실제로 보면, 휴먼스케일로서는 감당이 어려운 위압감이 느껴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86년생으로 벌써 지은 지 35년이 된 강변의 63빌딩을 보며, 그래도 그 자리에서 늘 한결같은 풍경 속 아이콘 하나가 주는 도회적인 안온함을 느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