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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종신 Jul 15. 2016

서울 도시 풍경 4

색채를 빼고 형태로 보이는 도심 풍경, 걷거나 달리거나

도심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신체의 비례가 가장 정직한 도보를 걸을 때의 눈 높이와 속도로 바라보는 도심과, 종횡으로 뻗어 있는 도로에서 움직이는 차의 속도로 바라보는 도심의 모습이 그것입니다.


시선이 제한적으로 건물들에 바싹 붙어 있을 때에는 도보와 지나는 사람 그리고 시선에 담을 수 있는 바로 옆 건물과 도로 건너의 원경이 주로 도심의 이미지를 대변합니다.


하지만 도로를 질주하는 차창을 통해 바라보는 도심의 모습은 도보의 보행자가 보는 그 것과는 다소 다른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두가지 서로 다른 시선으로 도심의 이 곳 저 곳을 바라본 이미지를 통해 도심 풍경을 조망하고자 합니다.

색체를 뺴고 운곽과 구성으로만 이뤄진 판화와도 같은 이미지 변환은 우리가 바라보는 객체로서의 도심을 각인하는 데 색다른 시선을 제공합니다.

상암동 DMC 내 MBC 상가 건물

처음 이 건물을 보고는 동대문 DDP와 매우 닮은 외관을 보고 혹시 이 것도 자하 하디드가 만든 건축물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갖기도 했었습니다.

DDP가 비정형 건물의 건축에 따르는 난점 때문에 완성되기까지 시공사인 삼성물산에게는 시련과 극복이라는 드라마와도 같은 공사기간을 안겨 주었을 것입니다.


상암동 DMC 내의 MBC앞 광장에 위치한 이 건물 또한 외관 공사의 난이도 면에서는 DDP의 수준에 버금가리만큼 다양한 곡면의 만남을 특징적인 형태로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놀란 점은 이런 어려운 건축기법을 적용한 이 건물이 고작 상가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1층엔 햄버거 가게를 비롯해 2, 3층에 모두 식음료 매장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후면은 야외 공연 등을 할 때  공간 분할을 할 수 있는 벽면 역할을 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가 건물로 쓰기에는 너무 공이 많이 들어간 느낌입니다. 처음부터 상가의 숙명을 타고 난 것일까 의구심마져 드는 건물입니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 (구관, 신관)

일제시대 미쯔비시 백화점으로 시작해서 현재 신세계 본점 건물로 사용되고 있는 석조 건물은,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 공간인 백화점의 원형을 뇌리에 각인시키는 이미지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하지만 공간이 협소해서 상점의 점유 공간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바로 옆 현대식 대형 건물을 같은 백화점의 영역으로 확대하기에 이릅니다.

한 쪽은 일제 시대의 건축 양식에 따라 내외관에 모두 장식적인 요소가 가득한 근대 건축물이고, 또 다른 쪽의 신관은 백화점 특성상 외벽에 창도 만들지 않은 거대한 덩어리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단순한 건물입니다.


이 두 건물을 연결하는 가교를 보고서야 양쪽이 지니는 목적이 같은 신세계 백화점이라는 사실을 깨닭게 만드렁 줍니다. 신세계 백화점은 보수적인 색체의 구관과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분위기를 가미한 신관 사이에 묘한 차이를 그대로 두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고객들을 지금도 유인하고 있습니다.

근대 건축과 현대 건축, 그리고 서로 다른 고객층을 하나로 연결한 두 건물의 묘한 앙상블이 이채롭습니다.

상암동 MBC

상암동 DMC는 개발 이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수 많은 공터가 즐비한 정돈되지 않은 '공단'과도 같은 척박함이 있었습니다. 누리꿈스퀘어라는 랜드마크가 자리잡긴 했었지만 '디지털 미디어 시티(DMC)'라는 이름에 걸맞게 방송사가 자리잡기 까지는 꽤 오랜 동안 공터들로 남아 있는 텅빈 벌판과도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MBC방송의 본사가 자리를 잡게 되면서 일대가 활기를 띄기 시작했고, 지금은 SBS, YTN, CJ media, JTBC, TBS 등 거의 모든 방송사의 건물들이 들어선 마천루의 블록이 완성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MBC의 경우 연면적을 가장 넓게 사용하며 자리를 잡았고, 건물 앞 너른 광장을 활용해 야외 무대가 있는 축제와 같은 행사를 자주 여는 등,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관광객들이 이 지역을 한류 컨텐츠를 접하는 명소로 찾고 있기도 하고, 영화 어벤져스의 신작에는 전투기가 광장 조형물을 배경으로 날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가든 스튜디오라는 라디오 공개 스튜디오가 위치해 있어, 낯익은 DJ가 라디오 방송을 하는 모습을 산책하다 우연히 보게되는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도심 속 남산

남산은 서울의 주산이기도 하지만, 그 정점을 넘어선 남산 N타워로 서울을 내려보는 높이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차를 타고 정차하는 순간 바라본 남산의 모습은 다소 왜소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3호 터널에 이르는 도로 양쪽을 점유한 빌딩 숲에 가려 바라보이는 남산은 그저 여러 빌딩 중에 하나인 것 처럼 두드러져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보도에서 남산을 보려면 대부분 빌딩 외벽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횡단보도를 건너는 수십초 사이 일부러 고개를 돌려야 볼 수 있는 그런 산이 되었습니다.

옛 한양의 도성 안 어디서라도 멀리 올려다 보았던 남산의 기개는 이제 시선을 차단하는 수 많은 빌딩에 가려 어쩌다 보이거나 잘 안보이는 존재가 된 듯 합니다.


하지만 남산에 올라 내려다 보는 숲의 체적은 도심에서 보는 남산보다는 훨씬 더 거대합니다.

서울의 허파로서 찌든 공기를 치유하는 남산의 존재는 여전히 그 자리에 굳건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나마 서울에 남산이 있어줘서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광화문

세종로의 차도가 일부 광장으로 바뀌면서 광화문을 정면에서 바라보는 호사를 시민들이 누리게 되었습니다.

한쪽으로 치우쳐 항상 바라보게 되는 광화문의 앞 모습을 아주 정면에서 똑바로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광화문은 여유있는 후면 광장에 비해, 전면을 바라보는 공간이 매우 협소했었습니다. 바로 앞 인도에서는 광화문을 올려다봐야 제대로 보일리 만무했기 떄문에, 지금처럼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세종로 광장이 생겨 훨씬 더 그 실체를 제대로 살피기에 부족함이 없어졌습니다.


날씨가 변하거나, 해의 높이가 달라졌을 때 시시각각 변하는 광화문의 모습은 의외의 즐거움을 주곤 합니다.

수문 교대식을 삥 둘러싼 중국 관광객들의 무리가 익숙한 광화문을 오늘도 무심한 듯 외면한 행인들이 지나고 있습니다.

광희문

광희문은 서울 성곽을 복원하면서 조금 더 옛 모습을 찾은 듯 합니다.

옛 도성의 4대문과 더불어 사이사이에 더 있었던 4개의 작은 성문 중 비교적 원형이 잘 복원된 광희문은 그러나 다른 한쪽의 성곽을 도로에 깡충 잘린채 비대칭의 성곽으로 보존되어 다소 어색한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궐내의 사자가 죽어서 관으로 실려 나가는 문이었기에 시구문이라고도 불리웠던 광희문은 , 지금은 작은 공원으로 잘 꾸며져 인근 주택에서 산책나온 주민들이 마실나와 벤치를 차지하는 고즈넉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옆 대로에 달리는 차소리는 이 곳의 비주얼과는 달리 번잡한 도심속에 있다는 자각을 한시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래도 압도적인 크기의 광화문과 남대문, 동대문, 숙정문 등에 비해 비교적 아담한 광희문은 후면에 다닥다닥 붙은 주택가와 같이 보아도 그리 어색하지는 않아 보여 다행입니다.

도심을 지나며 무심한 듯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광희문이 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비로소 서울도 오랜 도시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매번 차를 타거나 옆을 걸어 지나다가 바닦에 깔린 연석을 밟고 광희문을 통과해 보면, 같은 위치로 백여년 전 지났을 망자와 연결되는 듯한 기묘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서울 도심을 보도로 걷거나, 차로 달리면서 시선을 차지하는 도심 풍경은 무심한 듯 그 자리에 늘 있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잠깐 봤던 풍경이 한참 지나 다시 볼 때 늘 한결같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사진을 찍고 글로 남겨 자신의 바라봤던 도심 풍경의 기억을 박제해 보는 것도 한참의 시간을 더해 다시 꺼내 볼 때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 곁을 지나는 시간의 흐름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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