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교를 건너 강남에 접어들면 연결되는 삼성로는 왕복 차선을 모두 합쳐 10차선에 이르는 광활한 노폭을 지닌 도로입니다.
삼성로를 타고 남쪽으로 진행을 하다 보면, 한전이 옮겨간 자리에 현대가 새 건물을 짓고 있는 공사 현장이 눈에 띕니다.
맞은편에는 무역센터와 코엑스가 있고, 가까운 사거리 맞은 편에는 봉은사가 산자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봉은사가 자리잡은 산의 맞은편에는 사립명문인 경기고등학교가 위치해 있기도 합니다.
바로 이 곳에는 잠실운동장 30배 면적에 13층짜리 아파트와 같은 깊이의 지하시설이 들어서는 대규모 개발 계획이 확정되어 있습니다.
흔히 쓰는 미사여구로 단군 이래 최대의 지하 시설물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그 어휘에 어울릴 만큼 길이 630m, 폭 63m, 깊이 52m 규모를 자랑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공사 규모만 현재 추정으로 약 2조 가까이 예상이 되는 만큼 거대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입니다.
세월이 지나서 보면 주변 풍경을 압도하는 규모로 자리잡아 높이 솟아있는 삼성로 변의 고층빌딩들이 새삼 시선을 압도합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지하 시설이 드러서게 되면서 삼성역 인근 삼성로는 그야말로 지상과 지하를 통털어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파란 하늘의 맑은 하늘이 고스란히 비쳐 보이는 유리 외관의 커튼월 빌딩들 인근에는 그랜드인터콘티넨털 호텔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공사가 모두 진행될 때 즈음에는 맞은편 한전 부지에도 또 다른 특급 호텔이 자리잡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삼성역 사거리의 파크 하이야트까지 합쳐서 인근에 특급 호텔이 3개 이상 있는 관광의 중심지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광화문 광장이 시위나 축제의 명소로 자리잡게 되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삼성로는 주요 행사나 응원 이벤트를 통해 시민들에게 제공되어 왔습니다. 가수 싸이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자 그 팬덤을 관광으로 이어가기 위해서 두 손을 포개서 추는 그의 안무를 연상케 하는 대형 조각물이 세워지기도 했습니다. 손목 이후에 두 손을 대형 조각물로 만들어 놓은 외관을 가지고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평가가 있기도 했고, 대중 음악의 한 때 유행일지도 모르는 테마로 공공 조각물을 만드는 것이 과하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각이나 건축에 대한 모든 이슈가 그렇듯이 한 때의 논쟁이 지나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자리잡은 채로 세월의 겹을 덧쌓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얘로 파리의 에펠탑은 건설 당시 조롱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 것이 없는 파리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그 도시의 일부가 된 것 같습니다.
부와 자본의 상징인 건축물을 떠올리자고 하면 타워팰리스도 그 중 하나가 될 듯 합니다. 새로운 주거 형태로 철저한 보안과 관리체계를 갖춘 고가의 주상복합을 소개하며 일약 부의 상징처럼 회자되던 타워팰리스도 이제 20여년의 세월이 지나 그저 평범한(?) 강남의 부촌 중 하나인 듯 합니다.
타워팰리스 단지에 위치한 커뮤니티 센터 등이 소개될 때만해도 최고의 주고 편의시설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의 고가 아파트 단지들이 고층 아파트라서 가능한 낮은 건쳬율로 비교적 넓은 대지에 타워팰리스에서 제공할 수 없는 조경을 선보이며 처음 가졌던 차별화 요소는 다소 희석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타워팰리스 단지를 부각시키는 편의시설이 있습니다. 바로 단지에 위치한 회원제 피트니스센터인 반트입니다. 위 사진처럼 독특한 비정형 건축의 외형을 가진 반트는 신라호텔에서 2004년부터 운영해오고 있는 멤버쉽 휘트니스 센터로, 그 회원권 가격이 부부가 같이 이용할 경우 7천여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시설입니다.
이 곳에는 첨단 시설의 휘트니스 기구와 암벽등만, 스쿼시 등의 트랜디한 운동 종목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또 인체 염도와 비슷하게 맞춰진 해수풀을 운영하고 사우나의 탕도 7여가지 기능성이 있는 독특한 구성으로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운동 외에도 커뮤니티를 위한 2층 라운지는 유명 호텔의 그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잘 갖춰진 시설을 제공하고 있어서, 일반적인 운동 외에 그들만의 사교를 위한 다소 폐쇄적인 교류의 장으로서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도 보여집니다.
고가 주상복합으로 설계된 타워팰리스의 경우에는 넓은 대지를 확보하기 보다는 인공적인 건물에 마련된 옥상 정원과 반트와 같은 부대시설을 외부인들의 접근으로부터 안전하게 차단된 폐쇄적이고 안전한 울타리 안에 구성하는 것으로 설계된 듯 합니다.
거대 자본과 부의 집중이 가능하게 한 건축 프로젝트지만 삼성동의 지하 개발은 공공성과 상업성을 버무려 놓은 대중의 접근을 전제로 한 것인 반면, 타워팰리스와 그 부대시설은 철저한 폐쇄와 특권의 향유를 위한 개인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상반되는 성질을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은 20년 전 타워팰리스로부터 부의 아이콘이 투영된 건축이 주목을 받아 이제 특급 호텔들이 즐비한 강남의 한켠 삼성역의 지상과 지하가 동시에 개발되는 대규모 프로젝트까지 그 영역과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입니다.
우리가 걷는 거리에 더 많은 자본이 투영되어 변할 도심 풍경의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현재진행형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