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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석 Feb 20. 2017

기획교육,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기획과 전략경영 교육에 관한 경험

"기획"은 참 재미있는 과목입니다. 현업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루는 업무이면서도, 아직 이론화가 되어 있지 않은 분야라 경영학과나 MBA에서도 과목으로 가르치지 못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교육 수요가 가장 많은 주제이면서도 가르치는 전문 강사들이 부족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저는 강사로 경력을 시작할때 기획교육으로 시작하여 <기획전문가 양성과정>등의 프로그램을 수년간 진행하면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많은 직장인들과 대학생, 기업을 대상으로 기획 교육을 하면서 스스로 시행착오도 겪어보고 다른 교육들을 벤치마킹 하면서 기획교육이 가지고 있는 한계와 방향을 간단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획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크게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대부분의 교육이 '기획'이 아닌 '기획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도구(Toolkit) 중심의 기술 교육에 치중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기획'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과정입니다. 그래서 '좋은 기획'과 '좋은 논리'는 같은 뜻입니다. 대부분의 기획-전략-컨설팅 교육에서 논리적 사고법(Logical Thinking)이 핵심이 되는 이유도 결국은 이를 통한 '문제해결방법'을 배우는 것이 기획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기획서'는 '좋은 기획'의 결과물일 뿐이지, 좋은 '기획서' 또는 좋은 '프레젠테이션'이 기획의 본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기획 교육을 표방하면서 슬라이드 디자인이나 스피치 연습에 중점을 두는 교육을 보면 선후관계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는 철학적 개념으로서 '본질'과 '표현'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라는 질문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물론 실무에서는 최종 결과물로 판단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기획은 좋은데 기획서가 좋지 않으면 대부분 준비가 미흡하다고 판단합니다. 반면 기획서는 잘만들었지만 기획이 불완전하면 보통 미비된 부분을 보완하라고 기회를 주곤 합니다. 이러한 문화가 논리적 기획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표현하는 기획서를 더 중요하게 만들지는 않았나 생각해보게됩니다. 그래서 가끔은 아무리 기획의 논리를 교육해도 결론적으로는 '잘 된 기획서 샘플 하나만 보내주세요'하고 끝나는 경우가 더러 있어서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느낄 때도 있습니다.


이 문제는 궁극적으로 '기획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과연 '기획'이 중요한가, 아니면 '기획서'가 더 중요한가라고 말이지요. 여전히 많은 실무자들은 '기획서'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수요자 중심의 기획(결재권자가 좋아할만한 보고서)의 관점에서는 기획서가 더 중요하지요. 하지만 논리적인 구조가 없이 만들어진 번듯한 기획서를 뼈대없이 껍데기만 화려한 건축물에 비교하자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하지만 제 경험상 많은 수강생들은 보이지 않는 기획서의 논리보다 '어떻게 하면 더 괜찮은 기획서를 만들 수 있을까'를 더 필요로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하는 관리자의 역량도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자의 양심으로 말씀드리자면 기획의 논리는 Fundamental입니다. 이 부분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두번째 문제는 기획 교육이 도구 중심의 교육으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기획서가 아닌 기획이 더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기술 중심으로만 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획이 '논리적 사고'를 중시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Toolkit 들도 어느 정도 정형화 되어 있습니다.

Logical Thinking은 바바라 민토의 Minto Pyramid에서 시작되어 Logic Tree를 짜는걸로부터 시작되서 브레인스토밍, MECE, 5 Why등의 핵심 기술이 주로 사용됩니다. 그 외에도 기획 교육에서 언급되는 Toolkit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브레인스토밍법, 브레인라이팅, MBS법, NBS법, 퀵 사고법, 아이디어 비트법, 형태분석법, 체크리스트법, Matrix Thinking, SAMM법, 비주얼 모티베이션법, Force Field분석, SCIMITAR, 시넥티스, NM법, OCU법, SKS법, 7x7법, PERT법, FTA법, YM법, ZK법, 크로스 임팩트 매트리스법, MSL 시스템, Fishborn 등등 수백여가지에 이릅니다.


실제로 기획 교육의 목표는 올바른 기획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인데 자칫하면 기획의 도구 사용법을 익히는데 그치고 맙니다. 예를 들어 Logic Tree를 8시간 워크샵을 통해 배웠다고 봅시다. 물론 이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좋은 도구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tool을 이용하여 실제 기획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인드맵, 브레인스토밍, 피시본 등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이 우리 교육 문화와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서부터 Bottom-up 방식의 토론 문화는 없고 결과 중심의 정답 찾기식의 교육을 해왔기 때문에 기획도 창의적인 과정보다는 주어진 Framework의 빈 칸 채우기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실제로 똑똑한 대기업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할때도 정답찾기는 기가막히게 잘 하지만 이를 현업에 응용하는건 쉽지 않았던 경험이 종종 있었습니다.


한편 기획은 경영학의 전략경영 과목과 가장 유사합니다. 여담이지만 전략경영 교육도 이러한 것과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략 교육은 실제로 전략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 촛점을 맞추고 그 과정을 요약하는 전략보고서를 작성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전략 교과서 자체도 내부역량분석, 외부환경분석, 경쟁전략분석, 경쟁우위분석, 경쟁사분석, SWOT, PEST, BCG Matrix, 5 Forces Analysis 등 방법론을 배우는데 우선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위에서 언급한 교육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합니다. 도구는 도구일뿐 결국은 그 도구를 활용한 기획자의 인사이트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제가 기획과 전략을 주제로 강의, 실습, 워크샵, 롤플레잉, 케이스스터디, 액션러닝, 게이미피케이션 등등 다양한 교육기법들을 실험해봤는데 이 중에서 가장 효과가 좋았던 방법을 말씀드립니다. 주관적 의견입니다.


적어도 기획 교육이라면(전략도 마찬가지입니다) PBL(Project based learning)로 가야 합니다.

PBL은 제가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교수법 중 하나인데요, 요약하자면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사례로 직접 기획안을 작성하는 방식입니다. 일종의 시뮬레이션과 유사합니다. 교육을 마치고 실무로 돌아갔을때 교육에서 했던 방식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똑같은 과정을 트레이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Toolkit이나 Framework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런 도구들을 토대로 결론적으로는 상대방(의사결정권자)을 '설득' 시킬 수 있는 기획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방식으로는 액션러닝(Action Learning) 이 효과적입니다. PBL이 제한된 시간에 집중적인 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액션러닝은 교육생이 일종의 코호트(Cohort)가 되어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현업과 연계하여 트레이닝 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런 방식은 전사적 차원에서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고 단기과정이나 공개교육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PBL이나 액션러닝 모두 참여자 중심의 실제 현장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동일합니다. 그리고 기획과 전략이 아니더라도 최근 대부분의 교수법 트렌드는 이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WOT 분석의 빈칸 채우기, 보고서의 형식 맞추기 이런 형태의 교육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서 저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외에도 케이스스터디(사례연구를 바탕으로 토론)와 워크숍 방식이 효과가 좋았습니다. 가장 최악의 방식은 강의식인데 역설적으로 아직도 강의식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획'은 일종의 접두어나 접미어처럼 거의 모든 단어와 조합이 가능합니다. 건축기획, 디자인기획, 교육기획, 축제기획, 행사기획 등등 처럼 말이지요. 이건 다시 말하면 기획은 어떤 분야에서도 필요한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좋은 기획=좋은 논리'가 같은 항등식이라면 결국은 '논리적으로 생각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법'이 기획의 본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자는 어떻게 하면 '더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교육방식을 고민해야 합니다. 저는 경험상 그것을 PBL과 액션러닝이라고 보았구요.


기획교육은 여전히 모든 사람에게 필요합니다. 이런 논의들이 더 활발해져서 더욱 효과적인 교육 방법론이 연구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함께 읽어볼 글 :

- 교육성과를 한번에 높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 https://brunch.co.kr/@choihs022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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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교육,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 https://brunch.co.kr/@choihs0228/67

- 플립러닝, 교육의 미래 : https://brunch.co.kr/@choihs0228/50





함께 들으면 좋은 강의 추천 (모집중)


△ 교육사업전략특강 : https://brunch.co.kr/@choihs0228/223


△ 퍼스널브랜딩전략 : https://brunch.co.kr/@choihs0228/217




글쓴이 : 최 효 석

- 비즈니스 코치이며 기업교육회사인 서울비즈니스스쿨의 대표이다.

- 주요 코칭 영역은 Co-Active Coaching, Entrepreneurial Leadership Coaching, Organization Development Coaching이며,

- 주요 강의 영역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경영전략(Business Strategy), 강의교수법(Teaching Methodology), 전략기획(Strategic Planning)이다.

- 그 외 다수의 기업을 대상으로 임원코칭, 멘토링, 자문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 강의문의 : 010-9906-2512

- 이메일 : ceo@seoulbusiness.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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