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내 아들 아직 0살 유진이는 하나하나 자신의 감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까치 울음소리를 좋아하고, 디즈니 만화 모아나 ost를 좋아하고, 밥 사이에 숨겨둔 브로콜리를 찾아 먹는 걸 제일 좋아한다. 코로나로 잠시 멈춰진 우리의 감각들을 유진이는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고 배워가고 있다.
2020년 이번 연말 중 가장 아쉬운 부분은 연말 콘서트를 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항상 연례행사처럼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배우의 뮤지컬을 보며 1년간 고생한 나에게 감각을 선물하곤 했는데 이번 2020년에는 감각을 누리지 못한다는 점이 얼마나 아쉬운 지 모른다.
그러면서 그때의 감각을 기억하고 싶어서일까, 이어폰으로 듣는 노래가 좋았었어서였을까, 디깅 하는 습관이 늘어나고 있다. 디깅이란 "DJ가 자신의 공연 리스트를 채우기 위해 음악을 찾는 행위"로 사용된 단어지만, 최근에는 음악을 찾는 행위, 취향을 만들어가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 등으로 발전해서 쓰이고 있다. 음악을 디깅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찾아보면서 누리지 못하는 감각을 기억해보려 노력 중이다.
그러면서 느꼈다. 이미지, 영상, 노래, 텍스트 우리가 살아가는 가운데 만나는 감각 중에 유진이게 먼저 알려주고 싶은 건 청각의 감각이구나 라는 점을. 텍스트로 상상하는 감각도 중요하지만 소리로 상상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구나 라는 점을.
우리 모두에게 각자 사랑하는 감각이 있으리라 본다. 감각이 금지된 요즈음. 우리는 어떤 걸 사랑해왔고, 어떤 걸 더 사랑하고 싶은 지 돌이켜볼 수 있길. 감각이 허락될 언젠가, 그 감각을 오롯이 즐길 수 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