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안이 열대과일의 황제라면 잭프룻은 열대과일의 황태자라고 할 수 있다. 두리안이 뾰족뾰족하고 딱딱한 겉껍질의 비주얼로 한몫한다면, 잭프룻은 큰 바위덩어리 같은 어마어마한 크기로 과일가게에서도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다. 올해는 나무에 달린 열매마다 거의 봉지를 씌워놓아서 많은 수확을 거두었다. 그중에서 잘 익은 것을 몇 개 따놓았더니 부엌에 들어갈 때마다 그 향기가 진동을 한다.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더울 때 꺼내먹으면 마치 샤베트를 먹는 것처럼 사각사각 시원하고 맛이 기가 막히다.
언젠가 맛있는 잭프룻을 먹고 나서 그 씨를 펜스 근처에 심어놓았더니 어느 순간 싹이 돋고 웬만큼 자란 것을 집안 곳곳에 옮겨 심어놓았는데 심은 지 5년 후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나무마다 큼지막한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어느 정도 자라면 쌀포대나 공기가 잘 통하는 봉지 같은 것으로 싸놓아야 벌레를 먹지 않고 썩지도 않고 잘 자란다. 특유의 달콤한 향기 때문에 개미나 벌레, 심지어 새까지 날아와 쪼아 먹으면 그 자리가 금방 썩기 때문에 관리를 잘해야 온전히 익을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잘 익으면 따서 며칠간 숙성시켰다가 껍질을 까서 속을 발라내는데 워낙 크기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한 마리 잡는다는 표현을 쓴다. 일일이 과육을 발라내는 작업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보통 힘든 게 아니다.또한 껍질 안에 있는 끈끈한 액체 때문에 일회용 장갑을 껸 후 코코넛오일이나 식용유를 바르고 작업을 해야 수월하다. 과육을 발라내고 남은 씨를 삶아 먹으면 마치 밤 맛이 나는 게 아주 맛있다.
현재 세계 최고 무게의 기록을 가진 잭프룻은 45kg이라고 하는데 우리 집에서 수확한 30킬로 나가는 잭프룻 한 마리를 잡았더니 맛있는 과육이 플라스틱 통으로 대여섯 개 나왔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손님들이 오시면 식사 후 디저트로 내어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