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고야 Oct 10. 2024

민들레 홀씨되어 훨훨 날아볼까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보헤미안이 되어보자


길을 걷다 보면 노오란 민들레 꽃이 핀 곳에 새하얀 솜뭉치 같은 것이 쭉 올라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기하학적이면서도 완벽한 동그란 원형의 그 모습은 정말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신기하다. 대자연의 솜씨는 세상 그 어느 예술가보다도 뛰어난 것 같다. 입으로 후~ 하고 불면 하얀 홀씨가 한 올 한 올 떨어져 공중으로 흩어져 날아가는데 내 마음도 함께 훨훨 날아간다.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자주 하고 놀던 놀이라서 잠시 그 시절의 추억에 잠기곤 한다.




지나가는 태풍의 간접영향인지 비가 조금 내리더니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완연한 가을 냄새가 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걷기에 좋은 날씨라서 집 앞 산책로에 나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갖춰 입고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도 간만에 가을옷을 꺼내 입고 가을을 맞으러 나가보았다.

몇 달 동안 미친 듯이 뜨거웠던 태양도 따사로운 햇살로 바뀌어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를 비롯하여 예쁜 가을꽃들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졸졸 흘러내리는 시내에는 조그만 송사리가 떼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아~ 얼마 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인가!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도 결국 계절 앞에 손을 들고 말았으니 자연의 순리는 조금은 늦출 수는 있어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찬바람이 불고 살을 에이는듯한 추위가 곧 몰려오겠지. 그러면 우리는 몸을 잔뜩 움츠리고 견디며 따뜻한 새 봄을 또 기다리겠지.


[길을 걷다 보이는 노오란 민들레 꽃과 하얀 홀씨뭉치]




민들레 홀씨되어

                       - 박미경


달빛 부서지는 강둑에

홀로 앉아있네

소리 없이 흐르는

저 강물을 바라보며

가슴을 헤이며 밀려오는

그리움 그리움


우리는 들길에 홀로 핀

이름 모를 꽃을 보면서

외로운 맘을 나누며

손에 손을 잡고 걸었지


산등성이의 해 질 녘은

너무나 아름다웠었지

그 님의 두 눈 속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지


어느새 내 마음

민들레 홀씨되어

강바람 타고 훨훨 네 곁으로 간다


이전 12화 라면의 끝판왕 한강라면 드셔보셨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