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노오란 민들레 꽃이 핀 곳에 새하얀 솜뭉치 같은 것이 쭉 올라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기하학적이면서도 완벽한 동그란 원형의 그 모습은 정말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신기하다. 대자연의 솜씨는 세상 그 어느 예술가보다도 뛰어난 것 같다. 입으로 후~ 하고 불면 하얀 홀씨가 한 올 한 올 떨어져 공중으로 흩어져 날아가는데 내 마음도 함께 훨훨 날아간다. 어릴 때 동네 친구들과 자주 하고 놀던 놀이라서 잠시 그 시절의 추억에 잠기곤 한다.
지나가는 태풍의 간접영향인지 비가 조금 내리더니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완연한 가을 냄새가 나는 계절이 돌아왔다.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걷기에 좋은 날씨라서 집 앞 산책로에 나가면 수많은 사람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갖춰 입고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도 간만에 가을옷을 꺼내 입고 가을을 맞으러 나가보았다.
몇 달 동안 미친 듯이 뜨거웠던 태양도 따사로운 햇살로 바뀌어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를 비롯하여 예쁜 가을꽃들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졸졸 흘러내리는 시내에는 조그만 송사리가 떼를 지어 다니고 있었다. 아~ 얼마 만에 느껴보는 상쾌함인가!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도 결국 계절 앞에 손을 들고 말았으니 자연의 순리는 조금은 늦출 수는 있어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찬바람이 불고 살을 에이는듯한 추위가 곧 몰려오겠지. 그러면 우리는 몸을 잔뜩 움츠리고 견디며 따뜻한 새 봄을 또 기다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