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5단계 격상 40여일 째, 모두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저희 집의 경우 남편은 그대로 매일 출근, 초2 큰애와 이제 예비 초등학생이 된 일곱살 둘째는 집에만 갇혀 있습니다. 학교도, 유치원도 모두 문을 닫았네요.
두 아이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다 보니 제일 고달파진 건 저, 바로 엄마입니다. 더욱이 최근에 큰 아이 담임 선생님 전화 한 통을 계기로 '제대로 된 엄마 노릇' 해보겠다며 모든 스케줄을 아이들 중심으로 다시 정리하다 보니 제시간은 그야말로 단 10분도 내기가 어렵네요.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어요. 새벽 기상으로 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요즘입니다.
그러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대체 엄마로서 몇 가지 역할을 하고 있는 건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이런 기본적인 것들은 차치해 두고라도 온라인 수업에서부터 가정 학습 관리에 이르기까지. 짜인 계획표대로 하루를 살다 보면 숨이 가빠 옵니다. 거기에 아이가 둘이니 '곱하기 2'가 되는 거죠. 둘째도 이제 예비 초등이라 학습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 없거든요.
코로나 시대, 어렵고 힘든 분들이 많겠지만 우리 엄마들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극한 직업에 속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전업맘이든 워킹맘이든, 또 저처럼 그 중간 어디쯤에 있든 엄마들에게 정말 많은 짐이 지워져 있죠. 온종일 집에서 아이를 보는 전업맘들은 육체적으로 고된 일상을, 어쩔 수 없이 긴급 돌봄에 보내거나 아이들끼리 놔둬야 하는 워킹맘들은 그들 나름대로 심리적인 부담을 지고 있을 겁니다.
요즘 제 일상도 여느 전업맘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제 경우 '엄마'라는 이름에 '번역가'라는 역할이 하나 더 얹혀 있죠. 하지만 번역 일은 많이 줄였어요. 예전에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두 달 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집에 있어도 둘이 놀라고 내버려 두고 저는 방에서 일을 하곤 했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땐 무조건 아이들과 함께'라는 제 나름의 규칙을 세운 뒤로는 번역 일 자체를 많이 줄였답니다.
얼마 전 시작한 스터디 관련 일은 평일에는 짬짬이 하면서 주로 주말에 몰아서 하고 있어요. 주말에는 남편도 있고, 또 아이들 학습적인 부분도 조금 여유를 두는 편이라 제가 혼자 쓸 수 있는 시간이 꽤 되거든요. 그래서 밀린 일은 주말을 이용해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요즘 제 일상은 엄마라는 이름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번역가, 혹은 스터디 리더라는 이름이 20%, 아내와 며느리 등의 이름이 10%를 할애합니다. 문득 남편에게 미안해지네요.
그렇게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집중돼 있는 생활을 이어오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한 아이를 제대로 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낸다는 건 정말 많은 품이 드는 일이구나. 엄마라는 이름 안에는 수많은 다른 이름이 포함돼 있구나. 24시간 동안 영양사, 청소부, 선생님, 상담사, 매니저 등 수많은 역할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며 아이들을 건사해야 하니 말입니다. 그야말로 전천후 캐릭터가 되지 않으면 좀처럼 버텨낼 수 없을 듯합니다.
저는 오늘도 극한 직업, 엄마로서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집안은 온 종일 전쟁터를 방불케하지만 그래도 곁에서 두 아이를 건사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어요. 다행히 오늘은 둘째가 늦잠을 잘 것 같은 반가운 예감이 드니 그 사이 저는 번역을 마무리해야겠습니다. 토요일에는 마음에 짐처럼 갖고 있던 '만두 빚기'를 할 예정이라 오늘부터 밑 준비를 해야 하네요. 장도 보고, 묵은지도 썰어서 물기를 빼고요. 벌써부터 마음이 바빠옵니다.
스타벅스에서 한가로이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라테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습니다. 하지만 카페는 셧다운이고 제 일상 역시 그런 여유와는 전혀 상관없는 요즘이네요. 그래도 나는 엄마니까요. 두 아이와 함께 오늘도 힘차게 하루를 시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