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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역하는 엄마 Oct 15. 2020

집안일은 딱 4시간만!

저는 종종 시간 관리에 대한 질문을 받곤 합니다. 


"애들 데리고 살림에 번역에 글쓰기까지 어떻게 다 해요?" 


그래서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해요. 그럼 먼저 저의 평일 루틴을 소개해보도록 하죠.


저는 보통 아침 6시에 일어나요. 그럼 15분 안에 남편 식사와 셔츠 다림질을 끝냅니다. 식사 거리는 차리기만 하면 되도록 대부분 전날 저녁에 미리 챙겨두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요. 이후 곧바로 번역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일어나는 8시까지 약 2시간 정도가 확보되죠. 8시부터 9시까지는 애들 아침식사, 등원 및 등교 준비(또는 온라인 수업 준비) 등 엄마 역할을 하고요. 그럼 1차 오전 루틴이 끝납니다.


9시 반부터 큰애가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 저는 이때부터 번역 일도 하고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도 씁니다. 큰애가 수업 듣고 교과 숙제에 문제집 풀이까지 끝내면 보통 12시 반 정도 되는데, 이 세 시간 동안 제 시간이 확보되는 셈이죠. 코로나로 작은 애가 집에 있는 경우에는 1~2시간 정도만 작업하고요. 과제를 다 끝내면 큰애는 어김없이 이렇게 외칩니다. "엄마, 배고파!" 그렇게 아이와 점심을 먹고 나면 2차 오전 루틴이 끝납니다.


이후 3시까지는 큰애와 저 모두 휴식시간이에요. 큰애는 주로 넷플릭스를 보고, 저는 낮잠을 잡니다. 오래전부터 습관이 돼버려서 낮잠을 안 자면 저녁 내내 멍한 상태가 지속되죠. 하하. 이후 3시부터 작은 애가 하원 하는 4시까지는 큰애와 리틀팍스, ORT로 영어공부를 해요. 제 번역 일이나 큰애 공부는 대부분 저녁 전에 끝내는 스케줄로 움직이고 있어요. 저녁으로 미루면 십중팔구 안 하게 되더라고요.


이후 작은 애가 하원 하면 그때부터 애들끼리 놀고 저는 집안일을 합니다. 오후 4시~8시까지 청소, 빨래, 식사 준비를 몰아서 해요. 집안일은 딱! 이때만 하죠. 살림은 하루 4-5시간만 정해진 시간에 몰아서 하는 것. 제 시간 관리 비결 중 하나입니다. 온종일 쓸고 닦고? 이런 거 저 못해요. 하하. 살림은 기본만 하자는 주의여서 먹고 사는 데 문제 없을 만큼, 그러나 먹는 건 좀 신경써서! 이게 제 모토입니다. 그렇게 아무리 늦어도 9시까지는 주부로서의 모든 일과가 끝납니다. 그럼 그때부터는 애들 재우며 간이 책상 놓고 이런저런 밀린 일들을 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번역을 하진 않아요. 밤에까지 일을 하긴 싫더라고요.


정리해보면, 저는 주로 아이들이 없는 아침 시간(4-5시간)을 활용해 번역 일과 글쓰기를 하고요, 대부분의 중요한 일은 이른 오후까지 마칩니다. 늦은 오후부터 저녁시간에는 집안일을 하고요. 제 경우 일에 대한 집중력이 저녁에는 거의 제로 수준이에요. 그래서 머리 쓰는 일은 웬만하면 오전 중에 다 마치는 편이죠. 몸으로 움직여야 하는 살림을 저녁에 하는 건 바로 이 이유 때문이에요. 글쓰기는 그날그날 번역량에 따라 일이 일찍 끝나면 오전에도 쓰고, 안 되면 저녁에 쓰고요.


이렇게 해서 제 하루 루틴 간략히 소개해드렸는데 '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집에서 일을 하느냐?'라는 궁금증에 어느 정도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핵심은 새벽+아침 시간을 이용하는 것, 그리고 집안 살림은 저녁에 몰아서 하는 것! 코로나 때문에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루틴에 차질이 생기기도 하지만, 저희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인식해서인지 그저 옆에만 있어 주면 제가 일하는 데 크게 방해하지 않는 편이에요. 무척 미안하면서도 감사한 일이죠.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실 요즘 같은 시국에 집에서 아이들 보살피면서 제 커리어도 놓지 않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한 마음이에요. 집안 일과 아이들 틈에서 힘이 들수록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거든요. 비록 몸은 힘들지만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잠시나마 내 이름 석 자가 적힌 의자에 앉아 있는 느낌. 그래서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나로 돌아가는 느낌. 그래서 힘들어도 굳이 이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집에서 오롯이 아이만 양육하는 전업맘이나 출퇴근하며 아이까지 보느라 힘든 워킹맘, 저처럼 집에서 살림도 하고 일도 하는 엄마들까지. 모두가 힘들고 지치는 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속에서 얼마나 내 시간을 확보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이 땅의 모든 엄마들 파이팅입니다!!!


오후 살림 루틴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그대로 방치돼 있는 설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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