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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역하는 엄마 Feb 25. 2021

통번역대학원, 지금 준비해도 늦지 않을까요?

번역가 Q&A 연재글 세 번째


번역가 Q&A 세 번째 시간. 오늘은 통번역대학원 진학과 관련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 중 하나인 연령대 관련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핵심은? '지금 내 나이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누구도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개인별로 입시의 출발선이 다릅니다. 가령, 영어 실력이 초보인 스물셋 경영학부 졸업생 A와 아주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국문과 출신의 서른셋 직장인 B가 동시에 통대 입시를 준비한다고 가정할 때, 과연 A에게는 입시 준비에 '적기다'라고 말하고 B에게는 '너무 늦었다'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A의 경우 나이는 어리지만 영어 실력에 있어서는 B보다 한참 아래인 상황입니다. 반대로 B는 나이는 좀 많지만 영어 실력이 탁월한 것은 물론 국문과 출신이라 한국어를 읽고 쓰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통번역사에게 필요한 능력과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입시 준비를 동시에 시작했을 때 B가 입시에 더 빨리 성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영어와 한국어 실력이 두루 뛰어는 B는 졸업 후에도 비교적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을 테고요. 요컨대, 입시를 준비하기에 적기다, 혹은 늦었다를 물리적인 나이만 갖고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둘째, 내 나이는 늘 많게 느껴집니다. 제가 통대 입시를 결심하고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한 나이가 스물아홉입니다. 그런데 그때는 그 나이가 왜 그리도 많게 느껴지던지요. 서른이라는 숫자는 생각하기도 싫었을뿐더러 잘 상상이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내 인생 마지막 도전, 마지막 기회!'


그런데 서른도 넘고 이제 마흔이 되고 보니 스물아홉의 저는 너무나도 어리게 느껴지네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수능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진심으로! 퇴사와 결혼, 인생의 큰 전환점을 지나며 시작한 공부였기에 최선을 다해 매달렸지만, 나이에 대한 강박에 시달렸던 그때의 저를 생각하면 퍽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물론 학습 능력이나 졸업 후 진로 등을 고려했을 때 나이가 많은 것보다는 어린 편이 더 유리한 건 사실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40대의 나는 30대의 내가, 30대의 나는 20대의 내가 어리게 다가옵니다. 지금 내 나이가 남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릴 때라는 걸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셋째, 통번역대학원에는 다양한 연령대가 공존합니다. 스스로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고 입학한 통대. 과연 저는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제가 서른둘에 대학원 생활을 시작했는데요, 제 나이가 딱 중간 정도였답니다. 학부 졸업하고 바로 들어온 친구 한두 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회생활 경력이 있는, 소위 '연식'이 좀 있는 이들이었죠.


당시 제 동기 중에는 저를 포함해 30대 아기 엄마가 두 명, 30대 미혼 언니가 한 명, 40대 오라버니가 두 명이었고, 나머지는 학부 졸업 후 바로 입시를 준비했거나 사회생활을 짧게 맛본 20대 중후반의 동생들이었습니다. 저희 다음 기수 입학생 중에는 50대 분들도 이따금 계셨던 걸로 압니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나이 차별이 있느냐? 인하우스로 취직할 때는 나이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특정 연령 이하로 제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일할 경우에는 당락을 좌우할 만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제가 고객사의 요청으로 채용 절차에 관여한 적이 있는데, 당시 50대 중반이던 모교 졸업생을 프리랜서로 채용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의 채용 기준은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이었습니다.


오늘은 많은 분이 통대 입시 도전의 걸림돌로 꼽는 '나이 문제'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나눠봤습니다. 써놓고 보니 마치 나이는 상관없으니 도전하라는 메시지로 들릴 수도 있겠다는 염려가 되기도 하는데요. 중요한 건 물리적 나이의 많고 적음만으로 입시의 시작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영어 실력, 한국어 실력, 관련 배경, 입시에 쏟을 수 있는 시간과 돈, 졸업 후 진로 등 다양한 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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