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용삐용 깜빡깜빡
아빠와 앰뷸런스를 탔다. 평일 아침 8시, 서울시 C동에 위치한 병원으로 가야 했다. 2차선 도로에는 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지도 멈추지도 못하고 이어져있었다. 우리는 급했다. 도로 위에 그들도 급했을 것이다. 집을 나선 이들의 아침 시간은 언제나 모자라니까.
그래도 우리는 그 도로를 빠르게 지나가야 했다. 운전기사님은 삐용삐용 소리를 켰다. 다른 차들이 그 소리에 응답해줬다. 양쪽 깜빡이를 켜거나, 한쪽 깜빡이를 켜줬다. 그리고 1차선에 있던 차량은 왼쪽으로, 2차선 차량은 오른쪽으로 붙었다. 브레이크를 밟고, 속력을 낮추며. 그렇게 1차선과 2차선 도로 사이에 새로운 도로가 생겼다. 그들은 차선을 그려줬고, 흰 선으로 나눠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선명한 선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마음만치 도로가 확장되었다. 우리는 새로 깔린 도로를 따라 달렸다. 도로 위에서 그들이 보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우리는 줄어들었다. 그들의 보태준 시간과 마음 덕분에 30분 거리를 15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는 요즘 운전을 하다가 삐용삐용 소리를 들으면 눈물이 먼저 반응한다. 눈물이 슬쩍 고인다. 그리고 바로 응답한다. 깜빡깜빡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