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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펠》

세 번째, 힙한 리딩 레이블

by Jeremy

https://www.instagram.com/p/DPk2GGbElrj/


지은이 : 이마무라 마사히로

옮긴이 : 구수영

출판사 : 내친구의서재




아이들이 ‘오컬트 vs 논리’의 두 축으로 마을의 ‘7대 불가사의’와 미해결 살인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 1. 장르의 결투: 오컬트 vs. 본격 추리


이 책의 매력은 ‘믿음’과 ‘증명’의 대결 구도이다. 괴이(오컬트) 가설과 합리(논리) 가설이 나란히 달리며, 독자는 두 레일 사이를 왕복하듯 읽게 된다. 저자는 “현실과 같은 룰로 오컬트를 납득시키는 일”을 과제로 삼고, '공포의 속도=추리의 속도'를 끝까지 유지한다. 그래서 공포는 감각을 흔들고, 논리는 독해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오컬트를 ‘믿음의 언어’로, 추리를 ‘증명의 문법’으로 읽으면 균형점이 보인다. 그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 바로 반전의 진동이 시작되는 지점이 아닐까.




� 2. 플롯 엔진: 7대 불가사의와 단서-가설-검증


여름의 끝자락, 학급 신문을 핑계로 세 아이가 터널·옛 종교시설·댐·우물 등을 누비며 단서를 수집해 나간다. 각 에피소드가 ‘괴담—검증—전복’이라는 삼단 구조로 물려 있어 페이지가 절로 넘어가는 책. 무엇보다 1년 전 사건과 ‘7’이라는 숫자 모티프가 서사적 중력을 형성하니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좋은 미스터리는 독자에게 가설을 짓게 해야 한다. 이 작품은 챕터마다 “너라면 어떤 가설을 세우겠니?”라고 묻는 식으로, 독자의 추리 근육을 계속 자극해 나간다 매력을 놓치지 않는다.




� 3. 인물 구도: 유스케–사쓰키–미나


유스케: 오컬트에 심취한 감각형

사쓰키: 규범과 검증을 중시하는 이성형

미나: 전학생의 결핍과 비밀이 서사의 촉매


세 사람은 단순한 캐릭터 조합을 넘어, 세계관을 해석하는 세 개의 창이다. 동일한 단서를 보되 서로 다른 관점으로 읽어내며, 그 시선의 충돌이 진실에 접근하는 가속도가 된다.


세 아이를 ‘믿음·의심·증언’으로 상징화해 보면 핵심이 선명해지지 않을까. 특히 미나의 ‘침묵’은 서사에서 가장 큰 소음이라고 할 수 있다.—독자가 끝까지 듣게 되는.




� 4. 테마의 잔향: 두려움을 다루는 법


작품은 결국 두려움을 관리하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로 읽힌다. ‘설명되지 않기에 더 믿고 싶은 것’과 ‘설명될 수 있기에 끝내야 하는 것’ 사이에서, 아이들은 멈추지 않는 태도를 배우게 된다. 공포를 지우는(dispel) 건 마법이 아니라, 질문을 멈추지 않는 마음의 근력이라는 메시지가 큰 공명으로 울림을 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덮고 ‘용기란 공포의 부재가 아니라, 증명을 향한 반복’이라는 문장을 노트에 적고 싶어졌다.




� 5. 번역의 힘: 읽히는 리듬


번역은 단서 제시에 군더더기가 없고, 어린 화자들의 시선을 너무 어둡지도 가볍지도 않게 잡아준다. 내친구의서재 책들을 자주 번역한 만큼 그 흐름도 잘 정리해주는 것이 사실이다. '현장—단서—가설’로 이어지는 분절 리듬이 선명해서, 스크린샷 하듯 장면으로 남는 읽기가 가능하다. ‘설명’보다 ‘조정된 시점’으로 긴장을 세우는 방식이 인상적인 번역.




“괴담은 우리 안의 공백을 먹고 자란다. 저자는 그 공백을 논리로 채우는 법을, ‘두려움을 견디는 속도’로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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