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Punta Ristola SntaMaria di Leuca
풀리아 주의 바다는 어디든 맑고 색이 예쁘다. 차로 달리다 보면 황량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남쪽 해안은 맑은 물에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진 아름다운 해변들이 이어진다. 우리는 몇 곳의 해변에 들른 후 치과에 갔다가 외딴 바닷가의 작은 주차장에서 잤다.
치과에 간 것은 자꾸 재발하는 남편의 치통 때문이었다. 피아첸차에서 처방받아 복용하던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탓에 먼저 로마에서 통증이 재발했었다. 치과는 못 가고 약사에게 물어보고 약을 바꿨었는데 얼마 전부터 또 통증이 시작돼 버린 것이다. 상태를 확인하고 약을 또 바꿔야 했다.
처음 갔던 치과에서는 검사와 약 처방에 10만 원 정도를 냈었기 때문에 치과에 다녀온 남편에게 얼마나 냈냐고 물었는데, 남편에게서 “Niente.”, 한 푼도 안 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뭐라고?” 놀라서 물었더니, 의사 선생님이 진료비는 됐으니 풀리아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가라고 하셨단다. 예상치 못한 호의에 마음이 뭉클했다. 사람을 피해 고립되는 여행을 하다 보니, 어쩌다 만나게 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호의에 더 크게 감동하게 된다.
다음 날은 오전에 잠깐 해변에 갔다가 그 후로는 쭉 달렸다. Punta Ristola SntaMaria di Leuca, 이탈리아 지도에서 부츠 굽 끝에 해당하는 그곳을 밟아 보기 위해서였다. 그곳의 절벽은 황량하고 거칠었지만 아래 바닷물의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참을 머물다 출발해 동쪽 해안을 따라 올라갔다.
풀리아 주의 동쪽 해안은 거의가 거친 암석으로 된 절벽이라 오른편으로 보이는 바다를 빼면 달리는 길 자체는 황량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길 위에서는 그 아래 뭐가 있는지 보이지 않으니, 아무것도 없어 보여도 주차장이 있으면 차를 세워 봐야 한다. 그러면 그 아래 꼭 이런 예쁜 바다가 있다. 우리는 이런 곳이 보이면 차를 세우고 점심을 먹거나 쉬어 가곤 했다.
(전자책 발간 예정으로 이하 내용은 삭제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