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소리... 가을이 가는 소리

by Chong Sook Lee



숲은 온통 단풍으로 샛노랗다. 눈이 부시다. 절벽 위에 서서 내려다본 계곡은 온갖 색으로 치장하고 떠날 채비를 하느라 바쁘다. 작년 이맘때, 숲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곳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워 너무 놀랐다. 가을이 오면 또 가봐야지 했는데 오늘 오게 되었는데 가을이 절정에 다다른 모습이다. 골짜기가 훤히 내려다 보이고 화려한 활엽수는 노랗고 빨간 옷을 입고 푸르른 침엽수는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다. 눈에 노란 물이 든다. 단풍 진 모습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황홀하다.


절벽 위에서 아슬아슬한 낭떠러지를 바라본다. 가물어서 계곡물이 천천히 흐르고 가파른 바위들이 멋진 몸통을 자랑한다. 역시 오길 잘했다. 꼭대기에 서서 사진을 몇 장 찍고 오솔길로 들어섰다. 가다가 길이 없으면 다시 나올 생각으로 걸어간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순수한 자연 속을 걸으면 왠지 모른 두려움과 설렘이 밀려온다. 혹시나 야생동물을 만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 길을 잘못 들어 숲 속에서 길을 잃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지만 앞으로 간다.


두 번째 가는 길이라서 작년에 왔을 때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하다. 길이 넓어진 것은 아닌데 길을 따라가다 보면 넓은 산책길이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용감하게 쓰러진 나뭇가지를 헤치며 간다. 길은 길인데 동물들이 가는 길이라서 아주 좁고 험하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완벽한 자연의 품이다. 넘어진 나무에 버섯이 자라고 계곡 옆으로 온갖 풀과 나무들이 자란다.


맑은 햇살이 숲을 비추고 남편의 뒤를 따라가는 길이 즐겁다. 고된 이민 생활도 지나고 보니 즐거웠다. 숲 속의 험한 오솔길이 험하고 두렵지만 걸어보면 추억에 남는다.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가시에 찔리기도 하지만 힘든 여정은 가슴을 뜨겁게 한다. 오르고 내려가며 길을 따라간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낭떠러지를 지나고 앞을 가로막는 쓰러진 거목을 넘어간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는데 죽은 나무들이 계곡에 모여 커다란 섬을 만들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큰 산책길이 나와 걸으니 너무나 편하다. 좁은 길을 찾아 걸을 때 보지 못한 것들을 천천히 구경하며 걷는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만든 창조주의 위대함을 다시 느낀다. 다리를 건너가며 바라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완벽한 가을이 펼쳐져서 너무나 아름답다.


강 가운데에 쓰러진 나무에 싹이 나오고 울긋불긋한 나무들이 최고의 모습을 자랑한다. 다람쥐는 나무를 오르내리고 새들은 바쁘게 날아다닌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오고 가며 인사를 주고받는 숲 속에 평화가 넘친다. 오직 부족한 것이 있다면 오랫동안 가물어서 물이 마른 곳이 많다. 청동 오리들이 짝을 지어 헤엄을 치며 놀던 연못이 없어졌다. 세월 따라 모든 것들이 변하지만 자연이 말라가고 생물들이 살 수 없어 살던 곳을 떠나는 것은 슬픈 일이다.


겨울에 산책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산책길을 보수해 놓아 걷기 좋다. 아무 때나 눈이 와도 걱정 없이 편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눈이 오면 한꺼번에 많이 오기 때문에 집집마다 눈을 치는 기계를 사용하여 눈을 친다. 다행히 올해는 유난히 가을 날씨가 좋다. 여름은 그리 덥지 않아 힘들지 않았고 인디언 써머로 좋은 기후가 계속되었다. 어떤 겨울이 올지 모르지만 만반의 준비를 해 놓으면 걱정할 것 없다. 지난해, 11월 중순에 눈이 엄청 많이 와서 추운 겨울이 오는 줄 알았는데 그리 춥지 않게 잘 넘겼다.


알 수 없는 내일이지만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산다. 매일매일 다른 날들이 새롭게 찾아오는데 두렵게 생각하면 단 하루도 못 살 것이다. 어떤 날이 와도 감사하게 맞으면 좋은 날이 된다. 남편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산책길 입구에 다다랐다. 온 길을 뒤돌아 보니 숲이 온통 노란색으로 물이 들었다. 가을은 이렇게 뜨거운 사랑을 하고 미련 없이 이별을 하며 내년을 기약한다.


때가 되면 오고 때를 알고 가는 계절 속에 나도 알게 모르게 철들어 간다. 파릇파릇한 새싹을 선보이던 봄이 가고 봄의 자리에 앉아 주인 행세를 하던 여름은 가을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슬그머니 떠났다. 세상을 예쁘게 물들이며 오래도록 있을 것 같은 가을이 간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심술궂은 바람에 힘없는 나뭇잎들이 눈처럼 떨어진다. 어느 날 앙상한 가지에는 하얀 눈이 쌓일 것이다. 그날이 오기 전에 더 자주 와서 가을과 함께 신나게 놀아야겠다. 저 멀리 넓은 평야에 말을 타고 달려오는 인디언이 보이는 것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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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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