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ong Sook Lee Jun 15. 2021

참새와 나의... 행복한 하루

(이미지 출처:인터넷)

창문 밖 나무에 사는 참새들이 깼다. 하루를 시작하는 회의를 한다. 참새들은 매일 똑같은 시간에 정확하게 나를 깨우고 저녁에는 나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백야현상으로 밤이 되어도 깊은 밤이 아니고 먼동이 트는 듯하고 얼마 지나지 않고 새벽이 된다. 하지까지는 밤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가 하지가 지나면 짧아지는 낮이다. 오늘 해 뜨는 시각은 5시 4분이고 해 지는 시각은 10시 5분이다. 해가 뜨는 시간은 참새들도 일어나 아침 회의를 한다. 웬 수다가 그리 많은지 시끌시끌하다. 많은 새들이 하루를 안전하게 살기 위한 회의를 하며 아침마다 나를 깨운다. 어찌나 요란스러운 회의를 하는지 아무리 피곤해도 시끄러워서 잠이 깬다. 알람시계가 따로 필요 없다.


사람들처럼 그들의 세계에도 그들의 대화가 있는지 한마디 씩 해도 여간 시끄럽지 않다. 온 동네 참새들이 하루에 세 번씩 모여서 회의를 한다. 할 일 없는 나는 그들이 회의를 할 때마다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귀에 들린다. 시끄러워도 좋다. 요란해도 좋다. 새들은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공해 소리를 들어도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는데 회의를 하며 떠드는 수다가 시끄럽다 고 할 수 없다. 서쪽 창문 앞으로 참새들이 좋아하는 밥풀꽃 나무가 있고 커다란 전나무가 있다. 참새들은 식구가 많다. 나무에 앉아서 먹이를 찾아먹느라 바쁘다. 먹다가 심심하면 다른 쪽에 있는 소나무로 날아가기도 하고 땅이나 잔디에서 무언가를 꼭꼭 찍어 먹기도 한다. 무얼 먹고 사는지, 무슨 사연이 그리 많은지 참 바쁘다.


한참을 떠들어대던 참새들은 먹이를 찾아 나가고 어린 참새들은 나뭇가지를 오르내리며 먹이사냥을 한다. 몇 마리는 집을 지키며  다른 참새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저 나름대로 배를 채우고 낮잠을 자기도 한다. 멀리 가지 않고 근방에서 오가며 친구들과 형제들과 논다. 몸이 가벼운 참새라서 엄청 빨리 날아 다니며 텃밭에서 무언가를 찍어 먹기도 하고 이나무 저 나무에 걸터앉아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한다. 할 일 없는 나와 비슷하다. 그렇게 빈둥빈둥 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4시쯤에 먹이를 나간 참새들이 다들 나무로 모인다. 참새들은 다시 회의를 하며  하루 종일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지 한참 떠들다가 다시 잠잠해지면서 휴식을 취한다.


일부 참새는 자고 일부는 나뭇가지를 오르내리고 심심한 참새들은 땅을 파기도 하고 까치들과 술래잡기도 하며 소나무를 오르내린다. 까치가 전봇대에 앉아서 나무 꼭대기에 앉아 있는 까마귀를 내려다보고 토끼는 소나무 아래서 땅을 파고 웅크리고 잠을 잔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동네인데 각자 무언가 하느라고 바쁘다. 아침에 멀리 나가서 배를 채운 참새들은 오후에는 가까운 곳에 날아다니며 시간을 소일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새들은 해가 넘어가는 10시쯤 나무로 돌아온다. 나무로 돌아온 참새들은 다시 한번 시끄럽게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점호를 하고 회의를 하며 떠들어댄다. 식구수를 세어보고 점검을 끝낸 참새들은 나뭇가지에 앉아 잠을 잔다.


아침이 와서 해가 뜰 때까지 잠을 자다가 해가 뜨는 시각에 영락없이 깨어 하루를 위한 회의를 한다. 조심하고, 정신 차리고, 다치지 말고, 잡히지 말고, 죽지 말고, 안전하게 오후에 다시 만나기를 약속하며 하루가 시작된다. 나도 참새가 되어 참새와 함께 산다. 참새는 밖에서 살고 나는 집안에서 살며 뜰에서 만나고 텃밭에서 만난다. 내가 기르는 채소를 나눠먹고 나와 함께 꽃구경을 하며 산다. 앵두나무 사과나무 꽃들이 피고 지더니 개나리꽃이 피고 지며 라일락꽃이 피어 꽃향기가 진동한다. 새들은 꽃을 찾아다니고 나는 꽃을 바라보며 장미꽃이 피기를 기다린다. 봉우리를 하나 둘 열고 있는 장미는 6월부터 9월까지 피고 진다. 그 사이에 원추리는 주홍색 꽃을 피우며 콧대를 높인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쁜 참새는 이리저리 다니며 온갖 참견을 한다. 정원에 앉아서 세상을 구경하는 사이 참새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나뭇가지로 갔다가 텃밭으로 갔다가  전깃줄에 앉아 있다. 담장에 앉았다가 하늘 높이 날아다니며 커다란 새들과 경주를 하기도 한다. 참새와 나는 그렇게 친구가 되어 살아간다. 참새가 깨면 나도 깨고 참새가 바쁘면 나도 바쁘고 참새가 심심하면 뜰에서 만나서 안부를 묻는다. 하루를 같이 시작하고 밤을 맞는다. 참새와 나의 하루는 어제처럼 오늘도 내일도 변함없이 즐겁고 행복하다.

(이미지 출처:인터넷)
작가의 이전글 오늘을 위한 태양이... 다시 떠오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