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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의 에필로그: Back To Present

부록3: 기억의 기억, 후기의 후기

by 빙산HZ
앞서 말씀드린대로 음악을 올리려다가 다이어리/단편소설, 단편영화의 단편소설버전, 그리고 시나리오에 제작기까지 올리게 되었습니다. 연재종료를 하고 싶은데 아마 회차가 모자른가봐요. 그래서 한 편 더 쓰게 되었습니다.


영화 제작 후기에 이어 제작기의 후기가 되겠습니다. 영화제작에 대한 후기작성 소감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참 이렇게 울궈먹는 거 싫은데.
이뤄지지 않은 ‘사랑’은 의미가 있는가?

실패한 연애는 의미가 있는가?


한 때 재미있게 봤던 청춘만화 <허니와 클로버>에서 주인공이 했던 질문이에요.

이번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던져본 질문이기도 합니다.


전 결과만큼 과정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 좀 더 아름다운 과정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전 과거지향적인 사람이 아니에요. ‘어쩔 수 없는 것들’에 신경쓰는 걸 굉장히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실용적인 사람이죠.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면밀히 생각해보고 결정해야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미 일어난 일’은 제 기준으로 ‘어쩔 수 없는 것’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반복해서 회상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 때 이랬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이게 예전에 제가 글쓰기를 멀리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은 기록하지 않는다 - 라는 원칙이 생긴 배경이기도 하구요.


과거 연애에 대해서는 쓰지 않습니다. 기억 속에서 잊혀져도 좋을 순간이라고 믿습니다. 그 편이 현재의 사랑에 더 충실하게 하는데 더 도움이 되기도 하죠.

‘아 그 때 그 남자/여자를 선택했어야 했는데….’

이런 후회는 말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소재에서나 흥미진진한 전개를 위해 사용되기야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잖아요.




기억의 재구성, 그 한계와 위험


글쓰기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기억의 문서화’라는 부분에는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하는 걸 선호합니다.

현재의 생각을 기록하는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생각과 사상을 표현하는 것과 달리 과거 사건에 대한 기록은 기억과 재해석, 그리고 표현력을 통해 재구성 됩니다.


그렇게 재구성된 ‘과거’의 정확도는 주관적인 기억과 글쓴이의 묘사능력에 따라 실제 일어난 사건과 많은 요소에서 다를 수 있겠죠. 그 과거의 정확한 ‘기억’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주관적 관점에서 관찰가능한 경험가능한 영역에서만 기억이 가능하니깐요.


어느 드라마 장면에서 봤던 건지, 한 아이가 굉장히 부정적으로 기억하고 있던 어느 하루. 부모님의 싸움이 있었고 그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그 이야기를 어머니와 나눕니다. 아이가 몰랐던 그 날의 사건의 엔딩은 해피엔딩이었습니다. 어머니가 기억하는 건 그 날 아이의 아버지가 어머니께 선물을 드리면서 화해해서 감동 받았던 화기애애한 기억.

마찬가지로 여배우에 대한 묘사도 그렇지 않았을까 싶어요. 2011년의 제 눈, 그 느낌이니깐요.


제 객관적인 (최대한 객관적이려고 하는) 성격상, 아마 지금도 당시 섭외한 여배우의 미모는 인정할 수 밖에 없겠지만....전 미에 대한 묘사애정(이나 호감)과 동일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예쁜 혹은 멋있는 배우에 대한 묘사가 감정과 동일시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제 관점의 기억과 타인의 관점에서의 기억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그 차이.

법정진술이 아닌 이상, 그 차이를 감안하고 발생할 수 있는 갭을 염두에 두면 사는 게 좀 편해지기도 합니다.



제가 단편영화제작기를 쓰면서 또 그 영화에 활용한 과거 글들을 보면 허구 속에 담긴 진심의 비율이 높았지만, 극적 효과를 염두에 두고 주인공이 그런 결심(LAST PLAN)과 행동을 하는 것의 신빙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외로움을 부각했을 겁니다.

제 마지막 학기는 단편소설의 주인공만큼 외롭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학기 팀원들과 함께

같은 수업에서 영화를 만드는 동료같은 후배들이 있었고, 같은 팀 후배들과의 교류가 있었고, 극 중에 출연한 후배 ‘선빈/빈’이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제 삶 속에 아직도 있습니다. 영화에 출연해준 게 인연이 되어 저희 집에서 주말마다 함께 지낸 기간도 있었고 결혼식 때 (고작 이 실력으로) 축가를 불러주기도 한 오랜 인연이 되었죠. (친구부부에게 쓰는 육아편지의 수신자 입니다. https://brunch.co.kr/@chooseurmiracle/145 )

아, 그러고보니 브런치를 저에게 소개시켜준 친구가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후배네요.



전체와 부분


이 단편영화를 위해 촬영한 영상과 음원파일은 총 108기가 용량. 4405개의 파일이 154개의 폴더에 구분되어 저장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촬영본 (footage), 모든 장면이 다 사용된 건 아니죠.

footage 폴더


인간의 기억력이 불완전한 것처럼 회상에 대한 기록도 불완전할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어떤 면에선 그런 생략의 과정을 통해 중요한 것들이 남고 전해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당시 영화를 만들던 사람의 관점에서 ‘퇴고’를 생각해보니 다시 한 번 다가오네요.


글을 쓸 때는 영화 감독의 입장에서 생각하던 상영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글은 길어도 조금씩 조금씩 읽어나갈 수 있는 매체라고 생각했으니깐요. 제가 아무리 길게 써도 이 글이 이야기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 시간을 내어서 천천히 읽어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게 아마 독자의 입장에서는 불친절한 요소가 아니었을까. 모두에게 유한한 시간의 소중함을 배려하지 못한 글쓴이의 이기심이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앞으로 글을 쓰고 발행하기 전에는 ‘감독의 안경’을 끼는 습관을 길러보아야 하지 않을까…!


또 이렇게 결심하고 선포만 하고 가시적인 결과와 변화를 이끌어내기 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요.


이 글을 마지막으로 단편영화제작기를 마무리 합니다. 출판사처럼 ‘제목 장사’를 연습하는 차원에서 제목을 몇 번 바꿔볼지도 모르겠어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1=

이 단편영화제작기 라는 브런치북의 운명에 관한 독자 앙케이트/투표가 진행 중입니다.


https://brunch.co.kr/@chooseurmiracle/202


P.S2 =
다른 글들은 모르겠고, 아래 단편소설 버전과 노래는 확실히 브런치에 남아 있을 예정입니다.

https://brunch.co.kr/@chooseurmiracle/165

https://brunch.co.kr/@chooseurmiracle/186



이번 건 너무 즉흥적으로 만들었던 거라..다음 연재북은 좀 더 잘 만들어서 찾아오고 싶네요.*




부록3: 사용장비 사진


기타를 녹음하기 위해서 구매했던 중고기타 (Grassroots )
Line6 - 리버브 패달 - Verbzilla
Line6- 딜레이 패달 - Echo Park
멀티트랙 레코더 (좌) ZOOM사의 R8 (우) BOSS의 Micro BR
영화를 위해 구매한 저렴한 디카 Panasonic LUMIX GF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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