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1

by 조영진

일몰에 대하여



항해를 끝내고 등 돌려버린 그대여

일몰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이다

다시 고개를 돌려라

가장 붉을 때 모가지째 떨어지는

동백 같은 삶을 보아라





수년 전 홍성에서 주최한 디카시 공모전에서 이 디카시로 상을 받았었다. 그때는 제목이 "어사리 일몰에 대하여" 였었는데,

어사리, 라는 지명을 빼고 좀 더 보편성을 부여한 작품으로 간직하고자 한다.


홍성 디카시 관계자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원작자로서 그 정도 권한은 누리고 싶다.


이 사진은 사실, 내 뒤에서 아내가 찍은 것이다. 나는 고급 DSLR로 노출, 셔터 속도 등을 조절하며 전문 사진사 같은 포즈로 찍었고, 뒤에서 아내는 2년쯤 쓴 휴대폰으로 해변도로에 걸터앉아 무심히 찍었었다. 사진을 비교해 보니 아내의 사진이 내 것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닌가.


다음이 내가 고가의 DSLR로 온갖 기교를 부려 찍은 사진이다



누가 보아도 나의 패배가 아닌가

이런 된장...


그러니까 나는 다음과 같은 자세로 아내 앞에서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삼성 갤럭시 요즘 좋네, 라고 아내에게 중얼대듯 말하는 내가 얼마나 쭈그리 하던지.


이 작품의 저작권 절반은 아내의 것이고

덕분에? 어사리에서 아내와의 추억은 일몰과 다르게 저물지 않는다.

keyword
이전 01화연재를 시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