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품고, 지금을 살아간다
불안이 스며든다. 가슴이 답답하고, 머릿속은 복잡하다. 차분하게 생각하려 해도 감정은 그 반대로 흐르고, 마음은 자꾸 흔들린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고 싶지만, 세상은 늘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알고 있다. 이 순간의 감정도 결국 사라질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10년 후에는, 오늘의 내가 왜 이렇게 고민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안은 언제나 나보다 한 발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게 바로 불안이다.
불안은 언제나 조용히 다가온다. 출근길 초침 소리처럼, 중요한 미팅 전의 두근거림처럼, 아주 작은 순간에도 불안은 우리를 찾아온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속 좌절감이나 실망감이 불안으로 변해 나를 흔들고, 때로는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불안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나를 뒤흔든다. 그럴 때 나는 불안과 맞서기보다, 그 감정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또 왔구나, 반갑다"고 인사하며, 그저 지나가게 두는 것이다.
종종 불안이 나를 힘들게 할 때, 마치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는 것 같다. 삶의 균형이 깨지고,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듯한 느낌. 하지만 불안은 그저 감정의 한 부분일 뿐이다.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억지로 없애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자리에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불안은 힘을 잃기 시작한다.
때때로 불안이 나를 흔들 때, 나는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러다 보면 불안이 오히려 나 자신을 알게 하고, 나를 성장시키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불안은 나의 적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과정 중 하나일 뿐이다. 불안은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더 나아가길 요구하는 속삭임일지 모른다.
어쩌면 불안은 나아갈 길을 조용히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억누르지 않고 그 감정을 그대로 두는 것. 불안은 생각만큼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다시 물러가듯, 불안도 그렇게 일렁이다가 잦아든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면 어느 순간 사라진다.
불안한 마음, 슬픔, 화가 나는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별거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감정은 종종 우리를 속인다. 그 사실만 깨달아도 우리는 조금 더 현명해질 수 있다. 불안을 없애려고 애쓰는 것보다, 그저 그 자리에 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씩씩함이나 긍정도 결국 연습이다. 천천히, 다시 연습하면 된다.중요한 것은, 불안을 느끼는 그 순간에도 나 자신이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괜찮다. 불안해도 괜찮다. 그게 전부다.
불안을 다스리는 방법은 아주 작고 단순하다. 호흡을 가다듬는 것부터 시작한다. 불안이 밀려올 때면, 나는 심호흡을 한다.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는 잠시 멈추고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불안도 서서히 사라져간다. 중요한 인터뷰를 앞둔 날, 그 압박감을 숨으로 잠재운 경험이 있다. 심장이 뛰고 어깨가 굳어졌던 순간, 호흡을 고르며 마음의 긴장을 풀었다. 그렇게 불안은 조금씩 자리를 잃어갔다.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그 작은 움직임이, 마치 혼란 속에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작은 걸음처럼 느껴진다.
3초 호흡법을 통해서 마음을 가다듬자: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며 마음속으로 3을 센다. 공기가 폐에 가득 차는 느낌에 집중한다.
숨을 들이쉰 상태에서 3초 동안 멈춘다. 이때, 몸과 마음의 긴장이 서서히 풀리는 것을 느낀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다시 3을 센다. 숨을 내쉬는 동안 몸속에서 불안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상상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호흡 속에서 불안은 조금씩 흐려진다. 잠깐의 호흡만으로도 불안이 만들어낸 짙은 안개가 걷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일기 쓰기도 불안을 정리하는 좋은 방법이다. 매일 짧게라도 내가 느낀 감정을 적는다. 흘러가는 감정을 글로 적다보면, 혼란스럽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불안의 근원이 분명해진다.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왜 이렇게 마음이 무겁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내가 그냥 지쳤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 일기는 나에게 그런 깨달음을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일기 속에서, 나를 가장 솔직하게 마주한다. 복잡하게 얽혔던 감정들이 한 줄 한 줄 풀어지는 순간, 마음도 조금씩 정리가 된다.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적는 그 시간은 나 자신을 위로하는 중요한 시간이 된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할 때, 나는 책을 펼친다. 책 속 이야기에 빠져들면 내 고민은 잠시 멀어진다. 책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준다.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내 문제도 조금은 덜 무겁게 느껴진다.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불안은 어느새 희미해지고, 나는 책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책을 읽는 시간동안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마치 나 자신을 낯선 시선으로 관찰하는 것처럼, 책 속에서 나를 다시 발견하는 시간이다. 짧은 책 읽기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작은 문장 하나하나가,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조용히 닿으면 나는 조금 더 성숙해진 나를 만나게 된다.
불안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면, 나는 걷는다. 발이 땅에 닿는 느낌에 집중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소리와 주변의 소음을 들으며 걷다 보면 머릿속이 맑아진다. 불안은 내 뒤를 따라오지 못한다. 걸을 때마다 불안은 조금씩 멀어지고,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걷고 나면 내 안의 혼란도 정리된다.
걷는 동안 자연스럽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음이 정리되고, 걷기가 끝날 무렵이면 머릿속 문제도 가벼워져 있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불안도 조금씩 멀어진다. 걷기는 나를 다시 중심에 서게 해준다.
걷는 것은 그저 이동인 것 뿐만아니라, 내 안의 혼란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걷고 나면, 개운해지면서 머리도 마음도 비워내는 느낌이었.
불안은 대부분 과거의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우리가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내 생각을 '지금'으로 가져오려 노력한다.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그 맛에 집중하거나, 발끝이 땅에 닿는 느낌에 주의를 기울이면 과거와 미래의 불안은 자연스럽게 희미해진다.
불안은 결국 사라진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과거의 실수나 미래에 대한 걱정도 나를 흔들지 못한다. 손끝에 닿는 온기, 발끝이 닿는 감각, 그 작은 순간에 집중하면 불안은 더 이상 나를 방해하지 않는다.그저 지금 내가 있는 곳, 내가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면서, 걱정들이 하나둘씩 흩어져 간다.
불안을 없애려고 애쓰지 말자. 그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불안은 생각보다 작은 존재이다. 그 속에서도 우리는 잘해나가고 있다. 버거운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작은 실천들로 우리는 조금씩 나아갈 수 있다. 심호흡을 하고,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걷고, 그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 작은 평온을 준다. 완벽할 필요는 없다. 그저 나만의 속도로, 불안을 다스리며 살아가면 된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작은 실천들이 쌓였을 때, 우리는 불안에 더 이상 휘둘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불안은 우리가 피해야 할 적이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손님일 뿐이다. 그 손님이 떠난 자리에 남는 것은, 오롯이 나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