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학이 1.
한문을 공부할 때의 일입니다. 지속적으로 한문을 공부하고 싶어 낮에는 대학원 수업을 듣고 밤에는 한문교육 기관의 수업을 병행하며 분주할 때가 있었습니다. 공부가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잠도 하루에 두 세시간으로 줄이고 하루 종일 한문만 들여다 보았더랬지요. 공부가 왜 이다지도 재미있었냐고요?
첫째, '날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하였기에 내 마음에 기쁨이 넘쳤기' 때문입니다. 둘째, '함께 공부하는 동학들이 모두 공부에 열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나 스스로 미친듯 공부에 빠져들었던 이유는 스스로 열심히 했기 때문이요,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힘들 때마다 곁에서 끌어주었기 때문이지요.
함께 공부하는 동학들이란, 바로 스터디원들이었습니다. 한문 교육 기관에서 함께 공부를 하던 몇몇이 의기투합하여 스터디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정하여 만나 함께 논어를 읽고 맹자를 읽으며 모르는 것은 서로 토론하고 고민하다가 배가 고프면 밥을 함께 먹었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새벽부터 함께 만나 한문을 읽고, 한문의 미래를 걱정하며, 자신의 고민도 나누었습니다. 어찌나 열심히 공부를 했던지, 농담을 나눌 때도 논어와 맹자 구절을 인용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농담은 서로가 아니면 알아들을 수 없다며 서로의 존재를 더욱 소중히 여겼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유 붕 이 자 원 방 래 불 역 락 호
- 논어 학이 1장 -
위 구절은 앞서 보았던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학이시습지, 불역열호)'에 이어 나오는 문장입니다. '배우고서 수시로 그 내용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내용과 바로 이어지는 문장입니다. 학이 1장은 모두 세 개의 문장의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두 번째 문장에 해당됩니다.
한 사람이 있습니다. 매일 열심히 공부하여 그 이름이 주변으로 퍼져나갑니다. 그 이름은 점점 더 널리 퍼져 먼 곳까지 들립니다. 어느 날, 그 이름을 듣고 간절히 함께 공부하고자 하는 누군가가 찾아옵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서로를 붙들어주며 더욱 열심히 공부합니다.
'먼 곳에서 찾아온 벗'이란 바로 이런 상황이겠지요.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명성을 듣고 함께 공부하기 위해, 혹은 공부하다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기 위해 찾아오는 것말입니다. 이렇게 만난 벗은 더욱더 오래가지 않을까요? 마치 예전에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 모임의 벗들처럼 서로가 동학이 되고 서로가 사제가 되어 서로를 끌어주겠지요.
자기개발서적을 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들이 하나 있습니다. 자기가 지향하는 목표에 맞는 동료와 함께 하라는 것이지요. 추구하는 최종 목표인 '부자'가 되고 싶다면 '부자'인 사람들, 혹은 '부자'가 되기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입니다. 목표가 다이어트 성공이라면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어야하는 것처럼요.
이는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평판에 신경쓰고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하지요.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만나 무리를 형성한다면, 인정을 받기 위해 목표를 향해 더욱더 매진하게 될 것이니까요.
또한 아무리 홀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인정해주고 함께 격려하며 나아가는 동료가 없다면 어느 순간은 지쳐서 공부를 그만둘 지도 모릅니다. 금방 슬럼프의 유혹에 빠져들어 쉽게 그만두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더 오래, 더 멀리 가기 위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합니다.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새벽 네 시 반에 깨어 한문 책으로 가득한 가방을 매고 집 밖으로 나오던 날. 영하 10도의 매섭게 추운 서울의 새벽 공기보다 더 서러웠던 것은 이제 공부를 그만두어야한다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함께 공부하는 동료들과 만나는 마지막 스터디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한문을 공부했으나 한문 아닌 다른 길을 가야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허망했습니다. 결국 공부의 결과를 이루지 못하고 쫓기듯 떠나는 것 같아 나 자신이 더욱 참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홀로라도 열심히 공부해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요.
하지만 역시나, 떠나올 때에는 혼자라도 열심히 공부해야지 했는데, 스터디를 떠나고 나니 공부는 뒷전입니다. 홀로 하는 공부에는 한계가 있음을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나ㅣ '학이1장'을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함께 열정적으로 공부했던 그 시절의 스터디가 매우 그립기도 하고요.
홀로하는 공부에서 더 나아가 나누며 함께 하는 공부가 되었을 때 더 멀리, 더 오래 갑니다. 내 곁에서 나와 함께 공부하는 이가 있다면 그 소중함을 표현해주세요. "공부도 너와 함께 하면 즐겁다" 라고 말이에요. 제가 스터디를 떠나올 때, 미처 하지 못했던 바로 그 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