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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al Eclipse Aug 10. 2021

두고 봐 내 사랑

[원스어폰어타임인아메리카]OST중<ChildhoodMemories>

https://www.youtube.com/watch?v=ReoA_aH2Knc







  자, 재는 건 끝난 거 맞지 우리?

 이제 맘껏 표현해도 되는 거잖아. 이렇게 홀가분할 데가. 으하하하하

 자꾸 웃음이 나와. 맹구 같아.

 이젠 진짜 너에게 장난도 치고 웃겨줘도 되는 거지?

 길을 걷다가 볼에 뽀뽀쯤은 우습고 

 벤치에선 네 무릎에 머릴 베고 누워도 볼 거야. 소원이었던 것들이 현실이 되고 있어. 믿기지 않아. 


 다 잘 먹는다고 했지만 사실 고기를 더 좋아해. 

 넌 고기보단 해산물이구나. 벌써 횟집만 몇 번째야 이게.

 회도 좋아하긴 하는데 이렇게 자주 먹어본 적은 없어. 

 술을 마시면 훨씬 빨리 취하더라고 고기보다 회가.


 그런데 말이지. 

 아직 말은 하지 않을 거야.

 혹시 몰라. 고기가 안 들어가면 죽을 것 같은 날엔 말할게.

 한동안 고기를 안 먹으니 살은 조금 빠진 것도 같네. 

 네가 좋아하면 됐어. 이만하면 나, 좋은 남자 친구 될 자격 있는 걸지도.


 아. 깜빡했다. 서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거 써오기로 했지? 

 자. 여기 내가 써 온 거. 고민해서 쓰느라 한 시간도 더 걸렸지 뭐야.

 너도 그랬다고? 

 그럴 거야.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구. 

 민망한 것도 있으니까 집에 가서 읽어보기야. 알겠지? 

 자, 집 다 왔어. 얼른 씻고 푹 쉬어. 오늘도 행복했어 너 땜에. 안녕.


 어디 보자, 우리 자기가 쓴 것들.

 이것 봐. 내 말이 맞잖아.

 좋아하는 음식이... 장어, 굴, 연어? 

 나 돈 많이 벌어야겠다.

 싫어하는 건... 고기. 

 예상했어.

 응? 괄호 안에 이건 뭐야?


 (자기를 위해 억지로 고기를 먹어준 적 있다)

  

 하하하하.

 고마워 자기야.

 그랬구나 그랬어. 나만 널 위한 척했는데. 둘 다 똑같은 마음이었어.

 그래 그러자, 앞으로도 쭉.


 사랑하는 만큼 위해 주자 서로. 우린 잘할 것 같아.

 먹는 걸로 말하면.

 내가 평생 해산물 먹으면 되지 뭐. 그래도 좋아. 아가미가 생겨도 상관없어, 너 먹고 싶은 데로 가.

 돈은 열심히 벌어야겠지만, 그래도 좋을 뿐이야. 하염없이. 

 사랑해서 미치겠어 너.

 잠 못 들면 책임져.




 사랑을 시작하니 생각지도 않았던 것들이 튀어나오고 그러네.

 너와 나는 다 큰 사람인데, 어른인데. 왜 어린아이처럼 느껴질 때가 이리도 많은 거지?

 놀이터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꼬마들 같아. 너랑 내가.

 그만큼 유치해진 것도 같고. 그냥 귀여워. 그래서 머리를 쓰다듬은 거야. 

 여신 포스를 그렇게 풍기더니 이제 와서 귀엽기까지 하기야? 반칙이잖아.

 자. 엘로우 카드! 

 조심해.


 알아 알아. 이 말 듣고 표정 일그러질 다른 사람들이 눈에 선해. 알아.

 나도 남들이 사랑놀음할 때 그랬어. 

 왜들 저러나.

 근데 말야.

 내가 그렇게 되네. 우리가 그렇게 민폐를 끼치고 다나고 있잖아. 하하.   


 그래도 어쩌겠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섹시하고 매력이 흘러넘쳐 자랑스럽기까지 한데 네가.

 내 자랑은 하고 다니지 않았음 좋겠어.

 자기는 밑지고 나는 남는 사랑을 하고 싶거든.

 분에 넘치는 사랑하고 있는 나란 걸 앞으로도 계속 실감하고 싶거든.

 내가 로또를 맞은 거야.

 넌 약 오르겠지만.

  

 도대체 이 세 글자로 너에 대한 우주 같은 감정을 담을 수 있을지 의문 또 의문이지만.

 말이란 것이 원래 그런 거니까. 

 머리와 가슴에 떠오르는 것들을 어차피 줄여서 전달해야 할 수밖에 없는 거니까. 

 지겨워도 또 말할게.


 사. 랑. 해.


 우리 몇십 년이 지나서 사랑했던 시간들 흐뭇하게 떠올릴 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미친 듯 사랑하고 있는 지금을 떠올릴 때.

 이 음악 틀어놓고 신나게 춤을 주는 건 어떨까.

 할아버지 할머니 되면 박자가 조금 빠를 수도 있겠다. 숨이 찰 수도 있겠어. 알아서 조절하면 되겠지 뭐.

 해산물만 먹으면 그리 둔하진 않을 거야, 노인이 되어도.


 그때가 되면 

 난 흰머리가 수북하고(수북하기나 했으면 다행이겠다) 주름살도 이곳저곳 지겠지?

 넌 몸도 불어서 뚱뚱하지는 않아도 통통은 할 거야. 귀엽겠다.

 너 지금도 귀여운데 어떡할 거야, 할머니 돼서도 계속 귀여우면 어떡할 거냐고.

 적당히 귀여우라고 그러니, 알겠어?


 자기야.

 살찔까 봐 걱정돼? 주름 생길까 봐 걱정하는 거야?

 

 이 말만 할게.


 살이 뒤룩뒤룩 쪄 봐라. 사랑 안 하나.


 주름이 얼굴을 다 덮어봐라. 사랑 안 하나.


 곁에 있기만 해 줘요.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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