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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al Eclipse Aug 09. 2021

웃음이 늘었다네요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by 잔나비

https://www.youtube.com/watch?v=5g4KsIizYhQ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이어폰을 꽂고 공부하는 녀석들이 신기했거든요.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가 되나?

 대개 그 녀석들 성적은 좋지 않았어요. 

 거 봐, 그렇다니까.

 죽어라 외워두어야 할 수학공식과 역사적 사건과 영어 단어가 산더미인데 음악 감상이라니.

 일부러 안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을 리도 없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좋잖아, 그래서 음악에 집중되잖아. 

 성적이 안 좋을 수밖에.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구요.

 섬광처럼 네가 내 눈을 순간적으로 멀게 한 이후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쓴다니까요, 내가.

 공부보다 열 배는 집중력이 필요한.

 성적보다 백 배는 결과가 간절한 이 막중한 시간에

 그리 조용하지만도 않은 노래를 재생해 놓았는데도

 막 써진다니까요. 글이. 

 

 사랑이 시험이라면 

 독서실은 콘서트장이 돼야 할 거예요.

 

 얼굴이 폈다는 얘길 들어요. 두말할 것 없이 너 때문.

 나 혼자만 그런 소리 듣는 건 아니겠죠?

 얼굴 폈다. 좋아 보인다. 웃음이 늘었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해 두었다가 잠들기 전 통화할 때 서로 알려주어야 해요. 

 꼭.

 서로에게 얼마나 빠졌는지 알려주는 증거니까요.

 난 자신 있답니다.

 당신도 자신 있길 바라지만, 나에겐 안될 거예요. 

 어딜 감히.

 

 유리막도 없이, 안전장치 조차 없이 덩그러니 놓인 100캐럿짜리 보석.

 그 보석이 어째서 그냥 거기 덩그러니 놓여 있었을까요.

 단 1초만 드러났어도 누군가 채 갔을 텐데. 그게 정상 아닌가요?

 셀 수 없이 멋지고 좋은 남자들이 넋 놓고 바라보았을 텐데.

 넋 놓고 있다가 수많은 바보들이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닐까요? 

 왜 거기서 내 눈에 띄었냔 말입니다. 덩그러니 혼자인 채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전생에 우주의 멸망을 막았나 봐요, 내가. 

 평생의 불가사의지만 그저 그렇게 생각하려 합니다. 억세게 운 좋은 놈이라고.


 좋아요.

 그건 그렇다 치고.

 내 눈을 마주친 건 그렇다 치고.

 왜 순순히 나에게 왔어요? 

 셀 수 없이 멋지고 좋은 남자들이 우리의 마주침 이후에도 두 팔 벌려 불렀을 텐데.

 

 다음에 만나면 꼭 물어봐야지. 물어보고 말 거야.


 예, 맞아요. 자랑하고 싶어서죠.

 그토록 멋진 사람들 다 마다하고 나에게 왔으니.

 내 어디가 맘에 들어서 걸어 들어왔는지 꼬치꼬치 캐묻고.

 네가 답해줄 이유들을 하루에 수천번씩 끄집어 내려는 거예요.

 그러면서 나 혼자 으쓱대고 싶어서죠. 자랑하고 싶어 근질거리겠지만 혼자만 곱씹을게요.

 당신이 나에게 온 이유를 말해주면


 다음날부터는 

 얼굴 폈다. 좋아 보인다. 웃음이 늘었다 소리.

 열 배는 더 듣고 살겠네요.


 아이 벌써 지겨워라.

 그래도 감수할게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심장의 떨림을 노래는 전하지만.

 용기를 내어 한번 사귀어 보자는 고백보다 

 바람직한 이별의 순간까지 약속하자는 끝부분이 가슴 시리게 파고듭니다.


 언젠가 또 그날이 온대도

 우린 서둘러 뒤돌지 말아요.

 마주 보던 그대로 뒷걸음치면서

 서로의 안녕을 보아요.


 왜 이리 슬프죠?

 우리 이제 막 서로를 향하려 하는데 벌써 이런 각오까지 해야 되는 거예요?

 한마디로 그거잖아요.


 "헤어지더라도 예쁘게 헤어지자 우리."


 너에 대해 하루에 한 개씩 알아가는 기쁨으로 살아가는 나에게

 벌써 헤어지는 법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노래는.


 그렇게 이해하려구요.

 세상 모든 것들 중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니 어찌 등 돌리고 헤어질 수 있을까요, 감히 말이에요.

 그럴 리 없겠지만.

 우리가 이별하더라도 나에겐 오직 영광 뿐이었으니 

 감사했고 또 감사했다고 정중히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 거니까.

 슬프지만 그 가사가 맞는 것이었어요.


 이렇게만 해 두고.

 그 부분은 다시 잊어버리겠습니다.

 시작도 제대로 하지 않은 우리에게 서로의 안녕을 본다는 가사는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자, 준비는 돼 있는 거죠?

 그대와 갈 곳이 많습니다.

 그대와 들을 노래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대와 함께 볼 달콤한 영화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그대와 함께 찍을 둘만의 사진으로 수 백 권의 앨범을 채울 거예요. 


 어찌 주저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인데.

 작은 것에 걱정하고 쓸데없는 것에 겁먹는 나는

 이제 더 이상 없습니다.


 그대가 나에게 온 그날부터 나는.

 당신의 뜻입니다.

 

 그대가 말하는 그대로.

 그대가 바라는 그대로.


 둘만의 비밀을 새겨보도록 하는 거예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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