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적작가 Oct 29. 2024

2-19. 찬란한 맥주타임 그리고, 링 위에서 흘린 땀

미친 몸무게라 복싱시작합니다:2


복싱일지:24.10.28. 월


 월요일 0시 5분.
아직, 나에게는 일요일 밤이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다.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와 콘치즈가
아직 그대로 있다.

끙~. 에잇 모르겠다.
일단 마시자. 치~익~!




또 왔다. 월요일은 너무 빨리 자주 잘 온다. 그래도 복싱운동을 시작하니 월요일이 오는 것이 아주 나쁘진 않다. 오히려 빨리 가서 주말 동안 뭉친 근육을 풀고, 땀을 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복싱운동을 갈 준비를 다 했다.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되는데. 화장실 거울에 비친 얼굴이 많이 부어있다. 새벽에 혼자 중드를 보며 맥주 한 캔과 콘치즈 과자를 먹었더니 눈, 볼, 턱이 너무 커져있다. 사우나에 가서 땀을 빼볼까 싶었지만, 그냥 운동으로 땀을 빼보기로 한다. 이미 운동 갈 준비도 끝났으니깐. 월요일 오전엔 무조건 복싱운동을 하자. 뭐 이런 결심도 했으니.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지금 체중계에 올라가면 어떻게 될지 말이다. 찬란했던 맥주타임의 끝이 무엇일지. 금단의 사과를 먹는 느낌으로 겉옷을 입다 말고 체중계에 올라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불안하신가요? 사실 저도 그래요…



그래도 몸무게가 다행히 그대로 이거나. 신기하게 줄어들었을 수도 있으니깐. 금단의 사과를 먹기로 했다. 일요일에 움직이지 않고 먹기만 하고. 심지어 새벽에 맥주와 콘치즈 타임을 갖은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세상은 가끔 신비스러운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니깐. 발가락 끝으로 체중계를 끌어서 내 앞에 가지고 왔다. 0점을 만들고 올라갔다. 음. 나 고무줄 몸무게인 건가. 하루 만에 1.2kg이 늘었다. 괜히 체중계를 끌고 와서 그런 거야. 다시 발가락 끝으로 체중계를 원래 있던 자리고 밀고 다시 올라갔다. 똑같다. 이럴 때가 아니다. 원인 분석을 해야 한다. 아침에 화장실을 가지 않았고, 평소에 건너뛰었던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고. 아! 이거네. 더하기와 빼기를 하면 1kg은 빼고 계산을 해야겠네. 화장실 문제 0.5kg. 아침밥 문제 0.5kg. 휴, 다행이다. 그리고 운동해서 부기를 빼면 0.2kg을 또 뺄 수 있겠지. 세상의 신비스러운 일들은 가끔 자연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구원하는 것이다. 이제 정말 복싱운동을 하러 가야 한다. 0.2kg아, 딱 기다려라! 하하하


줄넘기 3분. 스트레칭 30초. 열심히 몸 풀고 있는 중.  


여기는 복싱 체육관 링 위이다. 이미 2세트 미트 운동을 끝내고 3세트가 곧 시작될 것이다. 얼굴에 흐르는.. 아니. 맺힌 땀으로 눈이 따갑다. 부기는 빠졌을까. 아직인가. 0.2kg의 부기를 빼는 건 역시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링 위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벽 찬란했던 맥주타임의 여파가 얼굴부기만이 아니었다. 몸이 축축 처지고 발이 무겁다. 기본 펀치 연습을 할 때부터 이상하게 무거웠다. 덕분에 펀치 쉐도잉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 그 결과로 링 위 미트연습을 하는 데 오른쪽 어깨 근육이 뭉쳐 힘이 자꾸 들어간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니 오른쪽 스트레이트 펀치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스트레이트 펀치를 관장님이 들고 있는 미트에 던지듯 끝까지 뻗어야 하는데. 중간에 자꾸 끊겨 미트에 잘 못 맞는다. 그러면 엄지 손가락과 팔목에 충격이 생겨 좋지 않다. 아프다. 아픈 걸로 끝나면 그나마 괜찮은데. 이거 마음까지 상한다. 자존심이 좌아악 긁히는 소리 들리시나요? 나의 복싱운동 3개월이 날아가는 소리. 가슴이 아프다.



아직, 30초 쉬는 시간이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걷지 않고 있다. 사각 링 모서리에 글러브를 낀 오른손을 올려놓고 열심히 어깨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30초 동안이라도 어깨를 풀어야 한다. 후-후-ㅅ-훗! 호흡과 함께 어깨가 움직인다. 아주 본능적으로 풀고 있다고 보면 된다. 삐-익. 여전히 30초 쉬는 시간은 짧다. 다행히 1세트와 2세트보다는 어깨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하, 왜 매번 3세트까지 와야 정신이 드는 걸까. 링 위에 올라오기 전에 몸을 꼼꼼히 풀었으면 될 것을 말이다. 새벽에 맥주 캔을 따기 전에 ‘에잇, 몰라.’라고 했던. 시커먼 금단의 사과를 먹겠다고 결심을 했던. ‘0.2kg의 붓기 정도는 쉽지.’라고 했던. 그녀가 왠지 밉다. 삐-익. 3세트가 시작되었다.    



삐-익. 3세트가 허무하게 끝났다. 그래도 다행히 땀은 꽤 흘렸다. 땀방울이 얼굴에서 미끄러지더니 바닥으로 톡 하고 한 방울 떨어졌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하다. 부기가 그렇지 뭐. 쉽게 빠지는 것이 아니지. 오늘 밤에는 얼굴 부기가 빠져있을 거야. 집에 갈 때 바나나라도 사가야겠다. 우유도 좀 마시고. 뒷 북을 열심히 치고 있는 중이다. 나름 수습이라도 잘해야 하니깐. 이제부터 일요일의 찬란한 맥주 타임은 좀 일찍 하는 걸로 해야겠다.  


내 이름은 땀~~~^^!!  


















이전 18화 2-18.가드&위빙의 위기! 도둑맞은 집중력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