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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Jan 24. 2024

서당개

ㆍㅅㆍ

"딸랑딸랑"


병원 문에 달린 작은 종이  하루종일 쉴 새 없이 울려댄다. 상주견 오늘이는 오늘도 많은 아이들이 주사를 맞고 약을 바르는 모습을 보았다. 처음엔 그런 모습들이 낯설고 무서워서 숨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픈 곳을 치료해 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놀라지 않고 바라볼 수 있다.

병원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진료실로 쓰윽 들어가서 원장님 옆에 있다가 나오기도 하고, 처치실로 들어가서 샘들이 급하게 무언가를 찾을 때 두툼한 네모 모양을 물어다 주고 칭찬을 받기도 한다. 요 고마운 물건을 샘들은 '물티슈'라고 불렀다.

이번에도 오늘이의 예감이 맞았는지 물티슈를 받은 김샘이 오늘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역시, 우리 서당개 "

서당개'가 무슨 말인지 오늘이는 알고 있기라도 하는 듯 뿌듯한 표정으로 김샘을 쳐다본다.


앉을자리 없이 꽉 찼던 대기실의 아이들이 주인과 함께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마감시간이 되어 텅 비어버린 대기실을 보는 오늘이의 꼬리가 축 쳐져있다.


퇴근 시간이 되자 하루 내내 지쳐있던 김샘이 저렇게 빨리 옷을 갈아입고 손을 흔들며 나간다. 원장님과 강샘도 어느샌가 가고, 홍샘만이 남아서 오늘이의 식사와 물을 챙겨주고 있다.


"우리 오늘이, 고생 많았네~푹 쉬고 낼 만나"

품에 안고 쓰다듬어주는 홍샘의 손길에 오늘이는 배고픈 것도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손을 흔들며 나가는 홍샘을 따라가 보았지만 늘 그렇듯 문이 닫히고 홍샘도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캄캄해지면 모두들 어디로 가는 걸까?'

오늘이는 홍샘을 삼켜버린 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환하게 빛나던 모든 조명이 꺼지고 조용해지자 낮에는 들리지도 않던 시곗바늘소리가  귀에 대고 째깍이는 것 같다. 그 소리를 피해 처치실 뒤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서 푹신한 침대와 담요가 있는 곳으로 간다. 담요에 얼굴을 대고 누우니 오늘 봤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주인에게 폭 안겨서 나를 쳐다보던 까만 눈들.

그러다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더니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머리와 꼬리가 가까워진 채로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오늘이가 자면서 내쉬는 숨에 하얀색 꼬리털이 살랑살랑 흔들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멀리서 꿈결처럼 들리는 소리에 귀를 쫑긋해서 집중해 본다.

이 발자국 소리.

홍샘이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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