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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Feb 07. 2024

겨울잠은 위험해

"네, 동물병원입니다"


"저... 고슴도치가 숨... 을 안 쉬는데

주... 죽은 건가요?"


스피커 폰으로 들리는 보호자의 말이 바람소리 때문인지 중간중간 끊겨서 들렸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김샘이 질문하자 떨리는 목소리로 보호자가 말했다.


"별콩이를 데리고 외출을 했는데 추울까 봐 가방 안에 핫팩으로 도배를 하고 담요로 감싸서 나왔는데 지금 가방 안을 보니 아이가 숨을 안 쉬는 것 같아요.. 고슴도치도 겨울잠을 잔다던데 혹시 그런 건지, 아니면 잘못된 건지.."


보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디에선가 튀어나온 원장님은 밖에 나온 지 얼마 되었는지, 아이상태 등을 빠르게 묻고는 병원으로 오겠다는 보호자에게 난데없이 근처에 미용실이 있는지를 물었다. 보호자가 근처에 미용실이 보인 다고 하자 거기로 최대한 빨리 뛰어가서 드라이기로 아이 몸을 따듯하게 마사지해야 한다며 시급을 다투는 위급상황이라고 말했다.

다급하게 뛰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고

별콩이는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모두들 걱정했지만 보호자가 연락을 주기 전엔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몇 번의 응급수술이 있어서 모두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다가 마감시간을 얼마 안 남겨두고 접수자 명단에 별콩이가 떠 있었다. 별콩이 차례가 되어 별콩이 이름이 불려지자  한 손에 까만 봉지를 든 보호자가 벌떡 일어나 진료실로 들어왔다.


진료실 의자에 앉으며, 자신이 아까 전화했던 별콩이 보호자라며 별콩이는 집에 데려다 놓고 왔다고 했다. 원장님이 정말 잘하셨다고 하며 별콩이의 안부를 묻자 보호자로부터 긴박했던 별콩이의 순간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보호자는 원장님과 통화를 하면서 바로 근처에 있는 미용실로 뛰어들어가서 (뭐라고 양해를 구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다급했다고 했다.)

드라이기로 별콩이에게 따듯한 바람을 보내면서 마사지했다고 한다. 미용실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깜짝 놀라 옆으로 와서 별콩이를 보고는 같이 도와주셔서 더 빨리 별콩이의 차갑던 몸이 따듯해진 것 같다고 했다.

병원까지 오느라 시간을 지체했다면 별콩이가 어떻게 됐을지 눈앞이 캄캄하다며 원장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원장님은 빨리 대처한 보호자 덕분에 별콩이가 살 수 있었던 거라며 정말 잘하셨다고 했다.


"겨울엔 외출 한 번이 아이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으니 혹시 별콩이가 아프면 아픈 부위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서 보호자만 지금처럼 이렇게 오시면 됩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다음부턴 꼭 그렇게 할게요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겨울잠을 자면 아이가 움직이지도 않고 그런다던데 위험한 상황이랑 어떻게 구별해야 할지.... "


보호자의 질문에 원장님은 겨울잠은 야생에 있는 동물들이 충분히 먹을 것을 미리 먹어두는 등의 준비를 마치고 하는 것이고, 보호자가 주는 음식을 먹는 반려동물이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보인다면 위험한 상황일 수 있으니 바로 병원으로 연락해야 한다고 했다.


보호자는 인터넷만 믿고 겨울잠 잔다고 오해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붕어빵과 귤을 봉지 가득 건네주시고는 별콩이에게로 가셨다.


보호자의 마음이 담긴 따듯한 붕어빵과 귤을 나눠먹으며  샘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너무 늦게 꽁꽁 얼어버린 채로 병원에 도착해서 손 써보지도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던 다른 아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별콩이는 정말 보호자가 빠르게 대처해서 살 수 있었다고.


홍샘 옆에서 바짝 붙어서 마치 샘들의 이야기를 이해하듯 듣고 있던 오늘이는 홍샘이 까주는 귤을 몇 개 받아먹었다. 입속에 들어간 귤이 자가운지 천천히 귤을 씹었다.


병원에 오는 아이들을 보면 겨울은 작은 생명들에게는 더 잔인한 계절인 것 같다. 많이 놀랐을 별콩이와 보호자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따듯한 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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