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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어 교원 Aug 21. 2022

말하기 쓰기 대회

2021년 1학기 문화원 세종학당

전 세계에 있는 세종학당은 매년 상반기에 말하기 대회와 쓰기 예선 대회를 개최한다. 각 학당별 대회에서 1등을 한 학생은 10월 한글날 주간에 세종학당재단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와서 약 1주일 간 한국 문화를 체험한다. 그리고 한국 문화 연수 기간에 진행되는 결선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후에 세종학당에서 근무할 때는 말하기 대회만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쓰기 대회까지 하는 걸로 바뀌었다. (후에 세종학당 말하기 대회 이야기 : 한국어 말하기 대회, 한국 문화 행사 (brunch.co.kr) 2021년도 역시 말하기 쓰기 대회를 했다. 말하기 대회 주제는 '나만 몰랐던 한국 문화', 쓰기 대회 주제는 '내가 가고 싶은 한국의 관광지'와 '소개하고 싶은 한국의 매력'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문화 연수 가능 여부는 불분명했고, 대면으로 대회를 할 수 없는 세종학당도 많았다. 2021년 5월부터 베트남에서도 코로나19가 심각해져서 대면 대회를 열 수 없었다. 그래서 줌(ZOOM)으로 대회를 진행했다. 대회를 하기 전에는 비대면 대회는 처음이라 걱정되는 게 많았지만, 다행히 별 차질 없이 대회가 잘 끝났다.


말하기 대회와 쓰기 대회는 각각 다른 날 열었다. 먼저 말하기 대회를 했는데, 파견 교원과 현지 교원, 참가자 전원이 줌에서 모여 진행되었다. 대회는 초급과 중급 부문으로 나뉘었는데, 한국 문화 연수를 할 수 있는 부문은 중급이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 문화 연수는 태블릿 PC 상품으로 대체되었지만, 이번 말하기 대회 1등에게는 또 다른 특별한 기회가 있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이 주관하는 말하기 대회 일반부 비전공 부문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학생들은 다양한 주제로 발표를 했다. 제주도의 해녀 문화 소개, 공공장소에서도 이를 닦는 것과 빨리빨리 문화 등 한국 사람들만의 특징, 찜질방 문화, 태극기, 명절 문화, 집들이 문화 등등... 이 중에서 빨리빨리 문화는 학생들이 말하기나 쓰기 대회 때 자주 선택하는 소재인 것 같다. 코이카 단원 때부터 여러 기관에서 한국어 대회를 진행하거나 심사하면서 자주 만났던 소재이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정말 특이해 보이나 보다. 베트남은 운전할 때 빼고 뭐든지 느릿느릿 여유롭게 하는 편이라 더 그런 것인가, 아니면 정말 한국인들의 성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급한 것인가. (베트남 사람들이 운전을 빨리 한다는 것은 아니다. 시속 30~40km 이내로 천천히 하는데 오토바이들이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그냥 가는 경우가 많다. 길이 막혔을 때 빨리 가려고 인도로 다니는 건 예삿일이다.)


발표가 끝나면 심사위원인 우리가 한 학생 당 두 개의 질문을 했다.


"찜질방 문화를 잘 소개해 줬어요. 만약 투 씨가 찜질방에 가면 뭐부터 해 보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새해에 떡국을 먹는데, 베트남에서는 새해에 무엇을 먹어요?"

"베트남에도 해녀가 있어요?"


이렇게 파견 교원 3명, 현지 교원 2명이 주제 발표 점수와 질의응답 점수를 합쳐서 심사를 했다. 중간에 인터넷 문제로 학생들의 발표가 끊길까 봐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다만 집안 인터넷 사정이 안 좋아서 불안한 학생은 먼저 발표할 수 있게 했다.


쓰기 대회도 역시 초급과 중급을 나누어서 했다. 그리고 원고지를 봉투에 봉인해서 학생들에게 미리 우편으로 보냈고, 학생들이 대회 당일 줌 화면을 켜고 봉투를 뜯게 했다. 미리 글을 써 놓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카메라 각도를 자기가 글을 쓰는 모습이 다 보이게 맞추도록 했다. 글쓰기를 마친 학생들은 원고지 사진을 찍어서 문화원에 보냈다. 우리 파견 교원들은 대회가 끝나고 학생들의 원고지 사진을 보면서 심사를 했다.


'내가 가고 싶은 한국의 관광지' 주제에는 서울, 부산, 제주도, 남이섬, 평창이 많이 나왔다. 그중에는 서울의 '한강'에 대해 쓴 학생도 있었는데, 한강이 서울의 상징인 이유를 '한강은 수백 년 전부터 한국의 변화와 발전을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한 점이 인상 깊었다.


'소개하고 싶은 한국의 매력'으로는 한국 음식, 대중음악, 드라마와 영화 등이 있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한국의 E 스포츠에 대해 쓴 글이었다. 한국이 E 스포츠 강대국이고 페이커라는 선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E 스포츠든 일반 스포츠든 관심이 별로 없기도 했고 한국어 대회에서 이런 소재를 쓴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매우 새로웠다. 게다가 E 스포츠가 한국에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과,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E 스포츠에 대해 가진 편견에 반박하는 내용을 쓴 것이 흥미로웠다. 내용도 좋았지만 문법, 어휘 오류도 거의 없었다. 다른 학생도 마찬가지로 잘했기에 순위를 정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지만, 결국 이 학생이 중급 부문 1등을 했다.


쓰기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많고 잘한 학생들도 많아서 주말 내내 원고지를 보고 고민하느라 머리가 좀 아팠지만 대회가 별 문제 없이 잘 끝나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후에 세종학당 말하기 대회 때가 생각나서 씁쓸하기도 했다. 후에 세종학당에서는 말하기 대회를 하면서 K-POP 장기자랑 등의 행사도 같이 했고, 학생들과 동료 선생님들과 대회 준비를 같이 하며 힘들어도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었는데... 문화원에서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랐었는데 비대면으로 하니 대회는 잘 끝났어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국도 베트남도 백신 예방 접종을 맞기 시작했다. 나는 5월에 1차 아스트라제네카를 맞고 몸살 기운이 났지만 다행히 심하지 않았다. 몇몇 학생들은 백신 맞고 아파서 하루 수업을 못 듣겠다고 했다. 또 몇몇 학생은 상태가 많이 안 좋다며 카메라를 끄고 수업을 들었다. 이렇게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으면 언젠가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겠지. 2021년의 나는 2022년에는 꼭 문화원에서도 대면으로 대회를 열 수 있기를 바랐다.




안녕하세요. 브런치 작가 '한국어 교원'입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께 알려드리고 싶은 좋은 소식이 있는데요, 제가 여성가족부 공식 블로그에 '문화를 나누는 교실'이라는 주제로 4편의 글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다문화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연재하는데, 제 브런치 북 <다문화 학생들과 추억>에서는 볼 수 없었던 에피소드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에 1편인 <문화를 나누는 교실 1 - 중학교 1학년 광득이> 편이 올라갔습니다. 2022년 8월 28일까지 감상평 댓글 이벤트 중이니 많이 참여하시고 더운 여름을 이겨 낼 시원한 음료 기프티콘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 ('초록Joon' 작가님의 뒤를 이어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작가님의 선한 영향력을 이어받아 원고료는 이주여성인권센터에 전액 기부할 예정입니다.)



https://blog.naver.com/mogefkorea/222852683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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