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사는 사람의 사진과 그곳을 구경하는 사람의 사진
누구에게나 카메라가 있다. 사진이라는 것은 이제 꽤나 접근성이 좋은 취미이자 예술이 되었다. 그런데 거기서 조금 더 사진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 졌다면 이제부터 카오스가 펼쳐진다. 무엇을 찍고,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일까.
남들 다 찍는 사진들 - 예쁘게 세팅된 음식들, 포토존, 유명한 포토스팟, 길 가다 예쁜 하늘, 보기에 아름다운 건물들 은 이미 찍을 만큼 찍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다양한 사진을 찍어보고 싶지만 그게 사진이기에 충분할까? 예쁘지는 않을 거 같은데? 하는 상상이 들며 뭘 찍어야 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위로의 말을 전한다. 그것은 누구나 다 그런 거다. 뭘 찍을지 모르겠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 우린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할까?
모든 종류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생각보다 힘이 빠질만한 답변이지만 꼭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당신만 찍을 수 있는 사진도 있겠지만 그것이 곳 세상의 모든 사진과도 크게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당신이 보고자 하는 모든 장면들은 당신이 찍을 수 있다. 이제 막 사진을 시작한다면, 아직은 한계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자주 카메라를 들고, 더 자주 방황하고, 더 자주 뭘 찍을지 생각해 보자.
여기서 글이 끝난다면, 아마 약 올리는 걸로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나는 뭘 찍었으면 좋겠는지, 추천을 해보고자 한다. 다만 그에 앞서 무엇이든 찍을 수 있다는 것은 꼭 알려주어야 했던 것이기 때문에 언급하고 지나갔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혹시, 언어를 공부해 본 적이 있을까? 나는 언어를 공부하기에 정말 좋은 방법 하나를 그대로 가져와 사진에서 해보았으면 한다. 바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시간을 많이 쏟는 분야/더 자주 머무르는 공간에 대한 것을 찍는 것이다. 언어를 배울 때, 나와 동떨어진 단어들은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 그러나 내가 평소에 자주 찾아보는 분야에 대한 단어는 분명 처음 보더라도, 그 단어에 대한 기존의 이해도가 남들보다 깊고, 또 자주 쓰는 만큼 이미 친밀도가 있다. 따라서 많은 언어교육 전문가들은 자신이 공부할 외국어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자료들을 보면서 하기를 권장한다.
사진도 이렇게 해보면 똑같은 효과가 생길 것이라 생각한다. 당신은 사진 이전에 시간을 쏟아온 무언가가 반드시 있다. 어쩌면 정해졌을 수도 있다. 아직 학생이라면, 학교의 풍경, 동급생과 선후배의 모습들 또한 그런 것이 될 수도 있다. 멀리서 예쁘다고 소문난 곳을 찾지 말고,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을 둘러보자. 이미 당신의 무의식엔 무엇을 찍어야 할지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익숙한 곳에 가서, 카메라를 들어보자. 그곳에 사는 사람만이 찍을 수 있는 그런 특별하고 독특한 사진이 결과물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