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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편소설 쓰는 남자 Jun 15. 2021

거울을 보렴

간편소설 스물넷

그 집에는 의좋은 쌍둥이 자매가 살았습니다. 언니는 동생을 보살피고 동생은 언니를 따랐습니다. 둘 사이엔 재잘재잘 얘기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모녀 같고 친구 같은 자매였습니다.


그런 쌍둥이 자매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언니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던 것입니다. 동생은 슬펐습니다. 너무너무 슬퍼서 매일매일 울었습니다. 어머니가 다가와 딸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그만 울음을 그치렴. 그러다 너도 병에 걸려 죽게 될 수 있단다.
어머니, 전 울음을 그칠 수가 없어요. 언니가 보고 싶은데 더는 볼 수가 없거든요.

슬퍼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손거울 하나를 주면서 말했습니다.


언니가 보고 싶을 땐 이 거울을 보렴. 네가 소원하는 게 안에 있을 테니까.

거울을 본 딸은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어머니가 말한 대로 거울 안에는 보고 싶은 언니가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동생은 손거울을 항상 쥐고 다녔습니다. 식탁에서도, 거실에서도, 침실에서도, 심지어 욕실에서도 거울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거울 속의 언니를 상대로 웃고 얘기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행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졌습니다. 이번에는 동생 차례였습니다. 언니처럼 알 수 없는 병으로 시름시름 앓던 동생도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큰딸에 이어서 작은딸마저 보내버린 어머니는 장례식을 마치고 딸의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책상 위에 놓인 손거울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이 애지중지하던 물건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바닥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충격으로 금이 간 거울 안에는 죽은 쌍둥이 자매가 있었습니다. 서로 재잘재잘 얘기하며 웃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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