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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석 Sep 15. 2020

7. 독일, 에너지 전환을 법제화하다

'탈원전·탈석탄' 논쟁은 법으로 차단…탈원전 합의 위해 20년간 논의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를 꼽으라고 하면 많은 국내 전문가들은 독일을 선택한다. 


독일의 에너지 전환의 형태는 현재 우리나라가 진행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과 큰 틀에서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탈원전·탈석탄'이란 큰 틀의 방향성만 같을 뿐, 엔지 전환을 진행하는 과정과 방법론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독일, 2002년 탈원전을 법으로 만들다"


독일 원전 역사는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69년 3월 31일 340 MW 규모의 원전을 처음 가동했고, 이후, 1972년 640MW 규모 원전을 가동하면서 독일은 본격적인 '원전 시대'에 돌입했다.


1980년대에는 1,284MW 규모의 대용량 원전을 가동하면서, 독일 원전은 1980년대 전성기를 맞는다. 특히  1973년 촉발된 세계 오일쇼크는 당시 독일의 정당들이 친원전 정책기조를 갖게 하며, 독일의 원전 건설을 촉발시킨 촉매 역할을 했다.


하지만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독일의 사정은 180도 바뀌었다. 


이후 독일 정부는 2000년 6월 14일 4개 원전 발전사와 당시 독일이 보유 중인 원전 19기의 발전량을 제한하고, 신규 원전 추가 건설을 중단하는 원자력 협약을 체결했다. 전력에서 차지하는 원전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추기 위한 방안이었다.


2001년에는 노후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2002년에는 원자력 법을 개정해 탈원전의 법적 기반을 마련했는데, 주요 내용은 독일 내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고, 원전의 가동 수명을 40년으로 제한하고, 독일 탈원전의 근본인 2022년까지 가동 중인 원전을 단계적 폐기를 법제화한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주요국 에너지 전환 추진성과와 과제 중 갈무리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독일 원전 전면 폐기"


독일의 탈원전은 2000년대 후반 고유가 영향을 수정됐다. 당시 탈원전을 단계적으로 실시하던 독일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 심화와 재생에너지 확충을 인한 재정부담, 전력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조정했다.


2010년 10월에 2022년까지 17개 원전을 전명 중단하는 원전 폐기 계획을 1980년 이전 건설된 7기의 원전 가동기간은 2022년부터 8년 연장하고, 1980년 이후 건설된 10기의 원전 가동기간은 2036년까지 14년 연장하기로 바꿨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수정된 원전 폐기 계획을 철폐하고, 2022년까지 탈원전을 끝내는 당초 계획으로 돌아섰다.


이와 같이 독일은 1986년부터 탈원전에 대한 정치적 논의를 시작해, 실제 정책을 펼치기 위해 법제화 노력을 했다. 20년 가까운 논의를 통해 탈원전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만들었고, 이후 법제화했다.


급격히 바뀌는 국제 상황으로 인해 법으로 정한 탈원전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지만, 독일의 탈원전 중심에는 정치적 합의와 함께, 법제화 노력이 있었다. 법제화로 인한 당위성 확보는 이후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일이 원칙대로 탈원전을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탈석탄도 법제화…탈석탄 위해 60조 투입"


독일 정부는 2038년까지 ‘탈석탄’을 완료하기 위해 440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60조 원을 투입한다.


60조 원의 재원은 탈석탄 속도를 높이기 위해 탈석탄으로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 지역과 기업 지원에 사용된다. 이 같은 막대한 지원은 이해관계자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제안할 수 있어 독일 정부는 탈석탄 시간표를 3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38년까지 탈석탄 실현을 위한 법・제도로 '탈석탄법(안)'을 만들고 현재 입법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법제화는 탈석탄을 진행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정책적 수단으로 작용하고, 보상금 지급은 탈석탄이란 급속한 변화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처 방안인 것이다.


실제 독일의 대표적인 전력회사인 RWE는 탈석탄으로 인해 RWE은 탄광을 폐쇄하고 단기적으로 3000명 이상의 직원을 줄여야 한다. 


탈석탄이 완성될 시점인 2030년의 경우, 총 감원 규모는 6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RWE 전체 직원의 25% 수준이다.


정책으로 인해 직장을 잃는다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독일 정부는 보상금을 통해 기업이 직장을 잃을 수 있는 직원들을 재교육할 수 있도록 돕고, 해당 기업이 석탄과 관련되지 않은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수 있는 재원을 지원하다.


실제 RWE는 화력 발전 외에도 원자력발전도 상당수 운영하고 있는데, 원전 운영 대신 원전 해체를 새로운 사업 기회로 삼고, 관련 R&D와 직원 재교육 등을 통해 탈원전 정책의 출구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탈석탄 역시 비슷한 방안으로 출구 전력을 만들었는데, 석탄에서 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주요국 에너지 전환 추진성과와 과제 중 갈무리

"독일 에너지 전환의 3대 축, 온실가스 감축·재생에너지 확충·수요 감축"


독일 에너지 전환은 법제화를 통해 에너지 전환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실행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단순히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하는 이유와 에너지 낭비 억제를 위한 수단 확보 등 3가지 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석탄화력발전을 과감히 폐쇄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려 탈원전·탈석탄으로 인한 전력 공백을 막는 한편, 재생에너지의 최대 단점인 에너지의 불안정성에 대비하기 위해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 전기요금에 재생에너지 부담금 포함, 효율 향상 등 다양한 방안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 독일 역시 에너지 전환이 당초에 목표한 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특히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재생에너지 분담금 규모 증가로 독일의 전력 가격이 크게 증가하는 등 부작용도 낳고 있는 상황. 법으로 목표를 명시했고, 정치적 합의가 있었음에도 에너지 전환의 과정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만을 이야기할 뿐 에너지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얼마나 되는지, 에너지 전환에 따른 에너지 소비 습관을 어떻게 바꿔야 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 마련 등은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을 한번 되돌아보자.


그린 뉴딜 각종 진흥방안을 통해 산업적 육성에 대한 대비는 충분하지만, 에너지 전환을 해야 하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수요 불안정성 등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전무하다. 가장 반발이 적은 산업 육성에 대한 논의만으로도 이렇게 시끄러운데, 언젠가 논의해야 할 민감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선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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