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갈해리 Feb 12. 2023

국경을 넘는 간절함

한소은, <국경>|소설 감상

https://blog.naver.com/wprkfgofl/223014949831


  처음 '국경'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전쟁(가장 많이 떠올랐던 것은 북한이라는 나라 때문인 것 같지만)이라는 소재가 가장 많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현재 대한민국과 한반도에서 휴전 상태에 놓인 북한을 떠올리게 되었는데, 밀입국이라든지, 브로커라는 단어에서 탈북민을 연상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소설에서는 어느 나라라고 명시하지 않았기에 북한으로만 상상을 제한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지금도 세계 어느 곳에서든지 어떠한 목적을 띄고(이 소설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의 복수를 위해, 잃어버린 여자를 찾기 위해 등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지만)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어느 특정 지역만을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그런 비특정성, 익명성이 이 이야기의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효과로 보인다.


  현재의 스토리 - 주인공 '그'는 여행사 버스로 위장한 밀입국 버스의 철제 상자 속에 숨어 다른 사내들과 함께 국경을 넘으려 한다. 브로커는 그에게 육천(화폐 단위가 나와 있지 않아 어느 나라인지 알 수 없다)을 달라 하고, 그는 브로커에게 육천을 준다. 그를 비롯한 다른 사내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국경을 넘으려 한다. 그들은 서로를 처음 보지만, 철제 상자 안에 숨어 동행하는 동안에 술을 나눠 마시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안내인은 그들에게 조용히 할 것을 당부한다. (안내인이 다그치듯 조용히 하라고 하는 장면은 소설 속 긴장감을 더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그는 구토를 하게 되고, 그들은 발각되어 한 명씩 밑에서 꺼내진다. 가죽점퍼의 사내와 수비대원들 간의 총격이 벌어지고, 그는 여자의 말을 상기하며 경비소 철문으로 계속해서 달린다.


  과거의 스토리 - 주인공 '그'는 여자, 남자와 살고 있었다. 남자는 술을 먹고 여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여자는 점점 야위어져 가지만, 그를 아끼고 사랑한다. 그러나 남자의 폭력에 시달리던 여자는 그에게 선물을 주고는 다음 날 사라져 버린다. 그는 그 뒤로부터 남자로부터 학대를 당하면서 농장에서 커 간다. 남자가 잠든 사이, 그는 도시로 도망치고, 공장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그는 사라진 여자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밀입국을 해서 여자가 도망쳤다는 그 나라로 가고 싶었다.


  과거와 현재의 스토리가 교차하는 소설 기법을 사용했는데, 현재의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과거의 스토리가 그 이유를 적절히 보여주고 있다. 남자의 가정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친 여자와 '그'.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의 복수를 위해, 여자를 찾기 위해 등 여러 이유로 자신의 모든 재산과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가려 한 사내들. 국경이라는, 즉 나라의 경계 하나를 넘어서는 데 이렇게 필사적일 수 있을까. 내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정도로 절박하고 필사적이라는 것은 이들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 것일지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수많은 국경들이 놓인 지구촌 세계. 어떤 곳은 도보블럭 하나 차이일 수도 있고, 어떤 곳은 삼엄한 경계 초소가 늘어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로 봤을 때, 우리가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거나 활보할 수 있는 것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졌는지 생각하게 한다. 정말로 가지지 못한 자들은, 죽도록 열악한 상황에 처한 자들은 국경 하나 넘는 것이 목숨을 걸 각오를 해야 할 정도일 테니까.


  마지막, 여자의 말과 함께 전력을 다해 철문으로 뛰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마치 희망의 한 줄기 빛이라도 부여잡고 싶은 간절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읽기 쉬운 간결한 문체로 쓰였고, 간결한 문체로 인해 이야기 진행이 원활하고 빠르게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장에서 만난 여자 이야기는, 예전의 사라져버린 여자에 대한 서사가 충분하기에 빼도 좋을 것 같다.

이전 04화 지극히 사소한 배려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