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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Feb 14. 2023

대상과의 교감

김단비, <하루에 두 시간만> | 소설 감상

  

  20세기가 시작되면서 전기가 보급되었고, 그 전기를 이용한 온갖 문명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빛을 밝히는 전구를 비롯해 텔레비전과 컴퓨터, 휴대폰 등 온갖 가전제품들이 발명되었고, 우리는 그 문명으로부터 혜택을 받고 있었다. 현재 우리는 21세기라는 첨단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점점 신속하고 정확한 기술들이 개발되면서 우리의 삶은 더욱 윤택해져 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여기 문명의 혜택을 재앙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전자파 알레르기 퇴치 회원들이다. 그들은 전자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도, 다가갈 수도, 닿을 수도 없다. 그들은 일반인들이 누리는 혜택을 맘껏 누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 혜택들을 피해서 살아야만 한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윤미로 작가다. 윤미로 작가는 전자파를 피하기 위해 가전제품을 집에 놔두지 않고, 외출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하루에 단 두 시간만 그림 작업을 하는 데 그것도 윤미로 작가에게 있어서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윤미로 작가는 전자파 알레르기인 병증을 제외하면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진 여자다. 엘리베이터를 좋아하며, 여름 저녁 날씨를 좋아한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반복적인 삶 속에 찌들어서 살고 있던 '나'는 그녀와 같은 전자파 알레르기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고, 점차 세상을 대하는 시각이 달라진다. 결국 그동안 손에 쥐고 공부하고 있던 공무원 수험서를 버리기에 이른다.





  이 소설을 읽고, 나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해 나아가면서 자신의 상황과는 다른 현실에 처한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나와는 다르며, 내가 누리고 있는 현실을 재앙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일반인과는 180도로 다른 사람.


  병이라고 할 수도, 어쩌면 낙오되었다고 할 수 있는 이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상황이나 현실을 바로 보게 되는 '나'.


  이 소설의 포인트는 어쩌면 우연한 만남을 통한 '교감', 그리고 '변화'가 아닐까 싶다. 어떤 대상과의 교감을 통해 우리가 전에 알던 것과 다른 현상을 보게 되고, 변모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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