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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해리 Dec 03. 2021

생각하는 의자

의자로서의 정체성

  나는 의자입니다 생각하는 의자입니다 나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나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내게 말을 건넵니다 자리를 떠나 자신과 함께 가자고 내게 손짓합니다 나는 그러나 의자이기에 움직일 수 없습니다 누군가 내 자리에 앉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두 번째 사람이 춤을 추며 내가 움직이도록 유혹하고 있습니다 나는 곁눈질을 할 뿐 움직일 수 없습니다 나는 의자로서 충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사람이 책상을 차며 나에게 움직이라고 명령합니다 나는 무섭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왜냐면 내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나는 의자입니다 틀에 박힌 자유를 갈망하는 의자입니다 의자로서 의자를 벗어나서는 안 됩니다 그것이 나의 자유입니다 어떠한 폭압도, 회유와 유혹도 나의 견고한 자유를 건드릴 수 없습니다 나는 나로서 완전합니다 의자로서의 정체성으로 말입니다

  

  나는 의자입니다 폭력에 저항하는 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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