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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영희 Oct 29. 2022

최고의 동기는 즐거움이다. 스트레스 받지마라


오늘 오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왜?”

“응, 오늘 ㅇㅇ중학교 수학여행 가는데 교통통제 협조가 와서 나갔다 왔는데 그곳에서 당신 동기를 만났어. 이름이 ㅇㅇㅇ이라고 하더라. 당신하고 친하다고 하던데?”

“아, 그래 맞아. 그랬구나.”


22년 전 입사 동기 동생입니다. 다들 파릇한 그 시절에는 친하게 몰려다니며 맛난 것도 먹고 누구네 아이가 태어나면 방문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듯 다들 시집가고 애 키우고 하다 보니 한 조직에 있어도 얼굴보는 빈도수가 줄어들고 이내 그저 마음속에 그리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년이 넘는 시간만큼이나 다양하게 삶의 형태와 각자가 위치한 직급도 달라졌습니다. 

남편의 전화에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다 이런 계기로라도 안부를 전해 봐야겠다 싶어 동기에게 전화를 합니다. 

“여보세요, ㅇㅇ이니?”

“어머, 언니, 잘 지내시죠? 아저씨가 전화를 하셨나봐요? 저도 아침에 만나고 얼마나 반갑던지?”

“응, 전화 왔더라. 나도 네 이름 들으니 너무 반가워서 안부 전화했어. ㅎㅎㅎ”


 이러쿵 저러쿵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고 자연스레 수다 아닌 수다를 나누게 됩니다. 

“언니는 이제 애들 다 키웠죠?”

“응, 둘째가 21살이고 올해 ㅇㅇ 대학 입학했어.”

“언니는 진짜 이제 다 가졌네요. 부러워요. 언니는 참 어려움없이 잘 살아오신 거 같아요.”

“음.... ㅎㅎㅎ, 그렇게 보이니? 그런데 어쩌지, 나도 나름 힘들는데. 진짜 많이?”


남들은 과정이 아닌 결과를 보니 그렇게 제가 쉬이 사는 인생으로 보였나 봅니다. 

“그래요? 힘들었구나. 그럼 언니는 회사 일을 제일 열심히 하셨겠네요?”

“아니, 나는 그래도 내 인생에서 애들이 제일 중요했어. 엄마 역할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어.”

“그렇구나. 진짜 몰랐어요. 저는 아직 초 4, 중3이라 한창이에요. ㅎㅎㅎ”

“그래 세월이 금방 가더라. 애들이 다 크고 나면 든든하고 좋아. 조금만 더 고생해. 건강하게 잘 지내고.”

그렇게 선배 엄마로써 또 격려를 해주고 반가운 전화를 끊었습니다. 


동기 동생의 말이 맴돌기 시작합니다. 일단 대한민국에서 워킹맘으로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것도 22년 전 시작한 우리라면 지금보다 분명 더 열악한 환경이었구요. 

그러니 그 당시 여자 동기 대부분이 승진은 포기하고 엄마로써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당연히 오늘 통화한 그 동생도 마찬가지이구요. 

‘나는 어떻게 버티고 온 것일까? 분명 힘들었는데.. 많이 울었는데...’


그런데 정말 생각해봐도 엄마로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한 순간이라도 더 잘해주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되지 않아서 안타까운 순간이 있었지만 내가 엄마라는 사실은 늘 경이로움 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납니다. 아마도 가을소풍이었나 봅니다. 분명 까만 밤하늘 공기가 차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무실에서 밤 10시 30분 퇴근을 하고 마트에 들러 김밥 재료를 사고 그것들을 정리하니 12시 30분이 넘었더랬습니다. 그리고 새벽 5시 일어나 시린 눈을 비비며 김밥을 싸며 그것이 엄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엄마였어도 늘 부실투성이었고 아이들을 서럽게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약 23년의 시간 모두를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는 늘 희망이 있었고 감사가 있었고 행복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아마도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아이들이 어떠해야 한다는 집착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세계적인 인물은 안 되겠지만 그저 건강하고 착하게 자라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을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 시간까지 나는 같이 동행을 해주면 된다 생각했습니다.

가끔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가 불편한 경우가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끔은 정해진 목표를 정해두고 그 틀안에 아이를 맞추려고 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부모가 아이를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양육하기가 어려워지거든요. 

세상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습니다.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주어진 조건과 시간을 즐길 수 있는데 결과만을 바라보고 가면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책 읽기를 제법 좋아하는 저도 지난달 자격증 시험을 위해 읽는 수험서는 극도의 스트레스였습니다. 지겨움은 둘째치고 몸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하는 모든 일은 스트레스가 되고 결과도 장담할 수가 없는 겁니다. 최근 하고 싶은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운동도 해야 하고 책도 읽어야 하고 자격증 공부도 해야 하고 글쓰기도 해야 하고 또....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온라인 친구들이 비슷한 듯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문제는 우리 모두 조급증을 내고 채워지지 않는 결과에 우울해하고 있는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이 나이가 되면 과정을 즐기면 되는데 아직도 평가주의 습관에 물들어 그게 참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오늘 우연히 지난 20년간의 나를 뒤돌아보며 하나 깨달음을 만납니다.

결코 안달내고 힘들어하는 시간은 결코 좋은 결과를 만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무탈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 진심 감사하고 타인의 눈에는 큰 풍파 없이 흘러가는 나의 삶에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 되새겨 봅니다. 

“최고의 동기는 즐거움이다.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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