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저리 유투브를 보다 배우 윤여정의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연기는 돈 때문에 할 때 제일 잘 돼요. 저는 내 새끼들을 키워야 했고 돈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했어요. 그 힘든시간을 버티게 해준 내 새끼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그녀는 정말 잘나가던 신인 여배우였지만 조영남과 결혼하며 은퇴를 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더 이상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말 밑바닥부터 할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고 합니다.
2명의 아들을 키우려고 하니 당장 돈이 필요했고 그녀는 과거의 화려했던 시간을 떠올릴수 없었고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역할만 주면 다 소화했다고 합니다.
그녀의 인생 50년 가까이 지난 최근 ‘미나리’라는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자 모든 언론과 세상이 그녀에게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어릴적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사랑이 뭐길래’라는 드라마였던 것 같은데 목소리도 이상하고 피부도 예쁘지 않은 아줌마가 정말 열심히 대사를 하던 모습입니다.
원래 연예인은 곱고 예쁜것만 생각하던 제게 저렇게 자연스러운 연예인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때가 그녀가 이혼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살기위해서 연기를 할때였다고 합니다.
누구도 아닌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버티었다는 말에 너무도 공감이 갑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정말 미치도록 힘이 들고 딱! 죽고싶다 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옵니다.
그때 누구라도 내 목숨줄을 버티도록 잡아주는 한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면 사람은 절대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과거 저도 우울증으로 그만 살고 싶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너무 힘든 아이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그 아이를 데리고 동반 자살을 생각하는 순간 둘째 아이가 떠올랐습니다. 그 아이가 저의 희미해져 가던 정신줄을 쎄게 잡아당겼습니다.
‘엄마, 없으면 나는 어떻게 사냐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큰 아이도 제가 결정할 생명은 아니었습니다. 하마터면 죽어서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을뻔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말 그대로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었습니다.
세포 하나 하나를 다 바꾸었습니다. 과거의 나약한 나는 저 깊은 주머니로 밀어넣고 하루를 어떤 느낌으로 살아가는지 인식하지 못한 채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매일 엄마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살아내었습니다.
그렇게 12년이 지난 2022년 6월 어느날, 산부인과 암 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만났습니다.
조직검사를 해두고 여러 정보들을 만나면서 온갖 생각이 다 지나갑니다.
겁도 나고 서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정말 다행인 것은 암은 아니고 암으로 도입되기 직전이라고 합니다.
주말 산길을 걸으며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다행이다. 그래도 아이들을 이만큼 키워 놓았다. 23살. 21살, 슬프지만 죽지는 않을거다. 더욱이 아이들은 진로도 다행히 정해져 있다. 그렇게 정말 여기까지만 건강하게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분명 제 소원대로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그들의 진로가 확실해진 시점까지 건강하게 살아왔는데 왜 그리도 두렵고 서러운지 알수가 없는 겁니다.
진짜 아직 죽는 것도 아니고 약간의 치료와 평생 면역관리와 정기 관리를 하면 괜찮은 상황인데 말입니다.
오늘따라 남편도 더 서럽고 미안하고 감사하고 지난 세월의 갖가지 파노라마가 급속도로 돌아갑니다.
왜, 이렇게 살고 싶은 것일까? 왜 살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올라왔습니다.
지금 현재 나의 삶을 끊임없이 붙들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제는 성격을 바꾸리라 결심했습니다. 되도록 뭐든 나서는 성격도 버리고 나를 위해 게으름도 부리고 뭐든 조금은 대충 내려놓자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심의 생각이 저 머리 너머로 사라지기도 전에 나는 아버지의 병원 변경을 위해 점심도 굶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새벽운동을 나가고 이 무쓰무행 프로젝트도 쉬이 포기하지 못하고 더 확장하고 있는 겁니다.
내게 성장의 욕구는 엄청난 태생적 삶의 근원임을 느끼게 됩니다.
최근 몸이 너무 좋지 않아 잠도 잘 못자고 힘이 없어 숨쉬기도 어려운 시간을 만났습니다.
온몸에 통감이 찾아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던 그때 누군가 그러는 겁니다.
“자꾸 죽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정말 번개를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살려야 한다. 절대 정말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허물거리던 몸에 전기처럼 긴장이 흐르고 나는 초긴장 상태로 변했습니다.
매일 나의 그 여린 영혼이 잘 지내는지 확인해야 했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건 그렇게 나도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누군가의 에너지를 주고받는 시간에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기처럼 성장한다는 사실을 만납니다.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이 세상 단 한사람이라도 나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었다는 시간, 바로 그 순간입니다.
그것이 성공한 삶을 살아낸 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너무도 이기적인 나의 모습과 너무도 미약하게 작은 그릇.
부끄럽고 속죄할 것이 수도 없지만 그렇게 한발 더 나아가는 시간에 조금은 또 현명해지는 나를 만나리라 믿습니다.
사람이 편하고 좋을 때는 깨닫지 못하지만 어렵고 힘든 시간에는 새삼 감사한 것들을 발견합니다.
가만 생각하니 결국 나 자신입니다.
그렇게도 살아내고 싶은 마음하나, 나의 생명줄
그건 바로 나 자신에 대한 벅찬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