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토요일 저녁입니다. 지난주부터 방문하고 싶었던 교보문고에 들러 넉살 좋게 바닥에 퍼져 책을 읽었습니다. 약 2시간 30분 정도의 독서 시간이 주어졌기에 최대한 집중해서 책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약 350페이지를 미친 듯 읽고 나니 순간 어찔합니다.
강력한 집중과 뇌 활동으로 허기가 심하게 올라옵니다. 그때 마침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딸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엄마, 아빠가 배고프다고 빨리 저녁 먹자고 하는데, 얼른 와~”
1차 : 갈매기살에 소주 한잔
배는 고프고 새삼 저녁을 하려니 귀차니즘도 올라오고 외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블로그에 맛 집으로 소개된 돼지 갈매기 식육식당을 갔습니다. 저녁 6시 30분 토요일 오후, 비가 제법 투투툭~ 떨어지는 날입니다. 허름한 시멘트 건물의 식당에는 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둘러앉아 하얗게 피어나는 고기 연기 속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웃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가 마지막 테이블의 손님이 되어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갈매기살 한 세트에 소맥 한 잔씩~
고기는 찌~익~ 소리를 내며 오그라들고 술 한 잔을 마신 우리의 기분은 점점 좋아집니다.
“아고~ 좋다. 내가 원하는 시간, 원하는 곳에서 내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 먹으니 좋네.
돈 버는 보람 있다.”
남편은 상추쌈에 볼이 터지게 오물거리며 엄지 척을 보내고 딸은 연신 사진을 찍어 어딘가로 전송을 합니다.
“엄마, 소주가 쓰지 않고 잘 넘어가네. 좋다~” “응, 응, 엄마도 그래” ㅎ
짭쪼리한 된장찌개와 새콤달콤한 마늘장아찌까지 한층 입맛을 더하는 시간입니다.
2차 : 노래방
“집에서 멀지 않으니 걸어서 가자. 차는 내일 가지러 오지 뭐.”
비틀비틀 집으로 오는 길 남편과 딸이 노래방을 가자고 합니다. 중년의 고운 노래방 주인아주머니는 신기한 듯 우리 3명을 보더니 아주 조용한 4인실 방으로 안내를 합니다.
1시간이지만 서비스도 30분이나 주시는 마음씨 후한 분입니다.
다들 열심히 노래를 부릅니다. 거참~, 음정, 박자가 이리 어려웠나 하는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ㅋ
딸아이가 이문세의 ‘옛사랑’을 부릅니다. 마음이 알 수 없이 뭉클합니다.
“엄마는 아빠랑 결혼하는 바람에 옛사랑이 없다. 결혼 안 했으면 네 아빠가 엄마 옛사랑이야.”
냉큼 남편에게 달려듭니다. 남편이 두 팔 벌려 꼭 안아 줍니다.
남편을 21살 만나 25살 결혼했으니 제20대 사랑의 전부입니다.
노래 부르던 딸이 어이없어하며 우리를 바라봅니다.
그러던지 말 던지~ 뭐 어때~ 우린 부부인데~ 쪽~♥
노래방을 나오며 딸이 말합니다.
“음, 오늘 확실하게 알았어. 노래는 유전이야. 내가 음치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
“어~......, 야, 노래 못 부른다고 사는데 아무 지장 없어. 뭐 어때, 신나면 되지... 그치, 여보?”
3차 : 팥빙수
“엄마, 내가 살 테니까 팥빙수 먹고 가자”
그렇게 또 2층 집 멋진 테라스가 있는 커피숍을 올라갑니다.
야~ 눈꽃 같은 인절미 팥빙수! 입안이 달달합니다.
“엄마 나는 지금 너무 행복하다.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싶다”
자식의 행복하다는 표현은 세상 어떤 말보다 사는 보람입니다.
“네가 행복하다고 하니 엄마 너무 감사하다. 지금 행복한 건 아무것도 아니야. 우리 딸은 앞으로 지금보다 100배, 1000배 더 행복하게 살 거야. 걱정하지 마라.”
“딸, 아빠가 살아보니 해야 할 타이밍을 놓치면 몇 배로 힘들어지더라.
아빠가 몇 년 전에 업무 부서를 이동했어야 했는데 그걸 안 했더니 요즘 승진이 너무 어렵다.”
남편이 회사 일로 너무 힘든 요즘입니다.
“여보, 난 당신이 건강하기만 하면 돼, 승진 올해 못해도 1-2년 차이야. 너무 실망 안 하면 좋겠어.”
남편이 말합니다.
“맞다, 승진 못 한다고 내가 짤리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당신이 늘 힘나게 말해주고 내 옆에 있어 주니까 괜찮아. 걱정하지 마라. 그럼~”
내 남편 참 멋집니다. 무엇보다 내가 옆에 있어 괜찮다는 그 한마디가 온몸 세포를 짜릿하게 깨웁니다.
히죽 히죽~~~
그렇게 3차 회식까지 끝내고 집으로 오니 피곤이 빙그레 웃으며 이불로 안내합니다.
누구를 만난들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요?
스르르 눈이 감기며 시간이 툭~ 끊어집니다. 그렇게 나의 일상 속 보물찾기 게임이 마무리됩니다.
인생은 우리의 삶 사이사이 보물들을 준비하고 우리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소풍 길 별견되지 못하고 소나무 숲 어딘가에서 사라져간 보물찾기 쪽지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발견되지 못하고 녹아버리는 삶의 보물들이 수없이 많을 겁니다.
역시 삶은 수동형이 아닌 능동형으로 채워가는 한 줄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