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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Dec 11. 2021

36. 동화 나라  
  크리스마스 마켓

로텐부르크 '케테 볼파르트'

연말이 왔음을 알리는 가장 큰 변화는 반짝이며 곳곳에서 눈에 띄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아닐까 싶다. 거기다 눈발이라도 날리면 나이 불문하고 우리의 마음은 설레기까지 한다. 


코로나가 성행하기 이전에는 매년 이맘때면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크리스마스 마켓(Christmas market)', 독일어로는 '크리스트킨들마크트(Christkindlmarkt)' 프랑스에서는 '막쉐 드 노엘(Marché de Noël)'로 부르는 계절 시장이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연말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곤 했다.


그러나 코로나로 많이 위축된 상황일지라도 잠시나마 크리스마스를 떠올려 보는 여유는 우리의 몫이니 동화 같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의 나들이를 시작해 보자.

  

파리 샹젤리제의 크리스마스 마켓(Marché de Noël)

크리스마스 마켓은 크리스마스 이전 4주 동안 유럽의 많은 도시들에 세워지는 간이 상점들이다. 


이 기간을 교회에서는 '대림절(Advent)'이라 하고 크리스마스 4주 전 첫 일요일(주로 11월 27일~12월 3일 사이)부터 시작하여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까지가 해당된다. 

예수의 탄생과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교회력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마켓은 지역의 사정에 따라 하루 이틀 차이가 나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되면 책방이나 카드를 파는 곳에서는 '애드벤트 달력(Advent 

 Calendar)'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이 달력의 창을 하루씩 오픈하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가끔은 아이들과 같은 마음으로 이 달력의 창을 여는 어른도 있다. 

로텐부르크의 랜드마크 플뢴라인(Plönlein)을 배경으로 만든 애드벤트 달력


크리스마스 마켓은 추운 겨울, 화려하고 영롱한 조명과 크리스마스 장식, 맛있는 지역 음식들을 보고 먹으며 동화 같은 분위기에 빠지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그러나 원래 크리스마스 마켓의 유래는 지금처럼 풍요롭고 여유 있는 환경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13세기 신성 로마 제국의 영토였던 비엔나의 알브레히트 1세(Albrecht I) 왕은 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서민들이 생필품을 준비할 수 있도록 상점들에게 며칠간의 영업권을 주었다고 한다. 


이것이 현재 독일 지역의 다른 도시들로 퍼지면서 동절기 마켓이 형성되었고 조금씩 생필품에서 지역 음식과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추가되면서 현재의 크리스마스 마켓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라 한다. 


이렇게 시작된 동절기 마켓이 오늘과 같은 형태의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문을 연 것은 1434년 드레스덴의 스트리젤마크트(Striezelmarkt)가 최초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크리스마스 마켓, 드레스덴의 스트리젤마크트(Striezelmarkt)(위키미디어)

이런 동절기 마켓은 주로 독일과 동부 프랑스 지방에 형성되었으며 가난한 이웃과 서민들을 생각하는 정신이 시기적으로 크리스마스 와도 잘 맞았다. 이 지역 사람들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제는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마켓이 되었다.


유럽의 각 도시들은 서로 자기네 크리스마스 마켓이 유명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https://brunch.co.kr/@cielbleu/123 참조)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마켓의 장식들

각양각색의 크리스마스 용품으로 알록달록 장식된 가게들은 물론이고 사이사이 지역 특산물까지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


재미있는 가게들을 구경하며 마시는 추운 겨울날의 '뱅쇼(Vin Chaud)'는 여행자들에겐 특별한 경험이 되곤 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뱅쇼 부스

'뱅쇼'. 따뜻한 와인이라.

와인에 시나몬, 아니스(Anise), 진저 등을 첨가해 끓여낸 음료다.

추운 겨울날 몸을 녹여주는 음료가 우리에게도 있듯이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빠질 수 없는 꼭 마셔야 하는 음료처럼 되어 있다.


나는 그곳의 가게들을 구경하던 중  ‘케테 볼파르트(Käthe Wohlfahrt)’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자칭 타칭 세계에서 가장 큰 크리스마스 가게로 알려진 '케테 볼파르트'는 독일의 중세 도시 로텐부르크(Rothenburg)에 본점을 두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게다.


스트라스부르의 '크리스마스 동화 나라'로 이름 붙인 케테 볼파르트 가게 

독일인들이 가장 독일 다운 중세도시로 뽑는다는 로텐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15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케테 볼파르트'가 이곳에 둥지를 튼 이유이기도 하다.

1977년부터 로텐부르크에서 문을 열고 있는 케테 볼파르트는 매년 전 세계에서 수백만명의 방문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로텐부르크의 케테 볼파르트 입구

크리스마스 유래와 독일의 전통 크리스마스 장식 등을 전시하고 있는 크리스마스 뮤지엄과 함께 트리 장식과 크리스마스 용품들을 전시 판매하는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이곳은 가히 크리스마스 마켓의 성지라 불릴만하다. 


단순히 크리스마스 장식만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크리스마스에 관한 유래나 설명 등을 곁들인 뮤지엄까지 마련한 그들의 전문성에 세계 최대란 표현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케테 볼파르트 크리스마스 뮤지엄

뮤지엄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의 유래가 16세기 독일에서 시작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조금은 빈약해 보이는 옛날 트리들 모형도 있고 150여 개에 이르는 우리에게는 좀 낯선 험상궂은 인상의 산타클로스 인형들도 전시되어 있다.

풍만한 복부 지방을 자랑하는 요즘의 산타클로스와는 많이 다른 모습의 산타들이다. 

산타클로스 이야기는 현재 터키 지역의 주교였던 성 니콜라스(Saint Nicolas)의 선행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요즘은 핀란드의 로바니에미(Rovaniemi)가 산타의 공식 고향으로 되어 있다. 멀리 고향을 옮기셨구나 하면서 살며시 웃음이 나온다.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등 나무가 울창하기로 유명한 독일이다 보니 크리스마스 장식 중 나무로 만든 장식(Wooden Carving)이 유명하며 특히 케테 볼파르트의 장식품들 가운데 '크리스마스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나무 장식은 인근 에르츠(Erzgebirge) 지역의 목재를 사용한다는 자세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유리 장식들에 관한 설명도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 모형
크리스마스 피라미드
독일의 산타클로스

크리스마스 빌리지라고 부르는 매장으로 들어 서면 5m가 넘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이 대형 트리는 7240개에 이르는 전구와 1000여 개의 크리스마스 용품(Ornament)으로 장식되어 있다.  


가게를 들어섰을 때 눈앞에 우뚝 서 있던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의 첫 대면은 수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대형 트리의 환상적인 첫인상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나의 기억 속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하다.

화려하게 장식된 대형 트리를 로텐부르크 지역(Franconia 지역)의 특징인 반 목조 건물(half-timbered house : https://brunch.co.kr/@cielbleu/61 참조)들이 주위를 장식하고 있는 마을의 모습으로 꾸며져 있다. 



케테 볼파르트 크리스마스 빌리지 

그래서 그들은 이 방을 크리스마스 빌리지(Christmas Village)라고 부른다. 

가게 안에 빌리지 라니 가히 그 규모가 짐작이 될 것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Winter Wonderland'의 모습이다. 


그러가 하면 천장에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을 나타내는 8만여 개의 작은 전구가 반짝이고 있고 수 마일에 이르는 꽃장식(garland)들로 꾸며진 실내는 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맘껏 자아내고 있다.


매장 곳곳에는 30,000개가 넘는 전통적인 독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 차 있어 보는 이의 눈을 잠시도 놓아주질 않는다.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 장식 용품들

크리스마스트리가 전나무나 소나무와 같은 상록수(evergreen tree)인 것은 에덴동산을 상징하는 것이고 처음에는 아담과 이브를 상징하는 사과를 트리 장식으로 사용했다거나 종교 개혁의 아버지 마틴 루터(Martin Luther)가 크리스마스 츄리에 최초로 불 켜진 초를 장식했다 등의 흥미로운 설명이 따라온다.


크리스마스 하면 꼭 등장하는 넛크랙커 인형(Nutcraker)은 17세기경부터 만들어진 독일의 전통 인형으로 행운을 가져다주고 일종의 수호천사 같은 역할을 한다는 설명도 함께.


지역 특산품을 잘 살리면서 1950년 이전의 크리스마스 카드나 용품을 찾고 있다는 뮤지엄 안내서를 보니 세계 최고, 최대는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하는 '케테 볼파르트'다.

크리스마스 빌리지 




로텐부르크는?


로텐부르크는 독일의 관광 루투 가운데 가장 유명한 '로만틱 가도(로만티쉐 슈트라쎄:Romantische straße)'를 달리다 보면 만나게 되는 인구 만여 명의 자그마한 중세도시다. 

기원전 1세기부터 켈트족들이 살았다고 알려진 이 도시는 11,12 세기에 와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원래 명칭은 "Rothenburg ob der Tauber", 줄여서 'Rothenburg o.d.t'라고 하는데 도시 주변을 흐르는 강이름이 타우버(tauber)라서 직역하자면 "Tauber 위의 붉은 성"이란 뜻이다. 


'로만틱 가도'라는 명칭은 듣기만 해도 좋은 일이 생길 거 같은 이름이다.

북으로는 뷔르츠부르크(Würzburg)에서 남쪽의 퓌쎈(Füssen)까지 이르는 독일 남부 지역의 관광 루트다.

'로만틱 가도'가 '낭만 가도'의 뜻이 아니라 '로마로 가는 길'이라는 해석도 있는데 길을 따라 여행하면서 중세의 도시들과 성들을 만나면서 여행자들은 과거로의 여행이라는 낭만적인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독일 관광청의 설명이다. 

가보고 싶은 마음이 뿜뿜 드는 명칭이다.


로텐부르크 시청사에서 내려다본 로텐부르크 전경

중세 도시가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 때문에 멀리는 17세기 전쟁 중에 일어난 적장과 한판 단판승에 대한 이야기부터 2차 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을 멈추게 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전해진다. 


17세기 이곳에는 가톨릭교도와 루터교(로텐부르크는 루터교를 지지했다) 사이에 30년 전쟁이 있었는데 전쟁에 패한 로텐부르크에게 적장은 와인 3과 1/4리터를 원샷하면 이 도시를 파괴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당시 시장이었던 게오르그 누쉬(Georg Nusch)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원샷에 성공하여 도시를 지켜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2차 대전 중에는 로텐부르크의 역사적 가치를 알고 있던 연합군 장군이 폭격을 중단시켜 도시의 역사적인 건물들이 파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2차 대전 중 연합군의 폭격으로 로텐부르크의 동쪽 건물은 많이 파괴되었다고 한다.


시장의 원샷 승부 이야기는 'Meistertrunk'로 불리며 현재도 시청 앞 시계탑에서는 정시를 알리는 타종과 함께 이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시장과 적장의 모습을 한 인형들의 퍼레이드를 감상할 수 있다. 


정시에 볼 수 있는 'Meistertrunk'인형극
로텐부르크의 랜드마크 플뢴라인(사진 중앙 반 목조건물)





로텐부르크 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마켓은 동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하여 도시의 상업성을 띤 마켓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다.

눈까지 협찬해준다면 그야말로 윈터 원더랜드의 모습에 한치의 부족함도 없을 로텐부르크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상상해 본다.


로텐부르크 시청 앞 광장의 크리스마스 마켓(로텐부르크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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