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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 Bleu Jun 06. 2022

41. 프랑스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이곳은 어떨까?


코로나의 긴 터널 끝에서 다시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나 또한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시금 프랑스를 되돌아보는 흥미 있는 시간이 된다.


우리가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계획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루브르 전경


어떤 이들은 볼거리를, 경비를, 또는 먹거리나 숙박할 곳의 환경, 이동 수단 등등 많은 조건과 경우의 수들이 고려될 것이다.

 

원하는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여행 계획을 세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여행의 동반자 중 누군가가 이런 준비를 망설이지 않고 대신해준다면 그 여행은 이미 반은 성공한 여행이다.


나머지 멤버들은 무척 감사한 마음으로 여행에 동참하면 되니까.

2050년 파리의 모습을 풍자한 재미있는 포스터(루브르 앞 광장이 포도밭이 되었다.)


누구는 여행은 가기 전 계획을 세우고 준비할 때가 가장 즐거운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적으로 동감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져본 설렘과 동경, 방문지에 대한 사전 상식과 자료 수집 등으로 우리의 마음은 떠나기 전부터 풍요로워 짐을 잘 안다.


그럼 프랑스 여행은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후회가 없을까?




프랑스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나라다.

역사, 문화, 미식, 거기다 자연과 최첨단 유행까지.


그래서 여행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그 어느 곳보다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되는 나라다.


우리의 여행 문화도 수박 겉핥기 식은 탈피한 지 오래다.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은 대부분 '뭘 봐야 하나?'를 제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럼 '뭘 보고 싶은지.'를 자신에게 물어보기를 권한다.


어떤 이는 예술가의 족적을 따라가 보고 싶다고도 하고, 역사의 현장에 가보고 싶다는 이도 있고, 박물관 위주로 여행을 계획하는 이도 있고, 프랑스 시골 마을의 골목과 포도밭 이랑 사이를 거닐어 보고 싶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다양한 계획들이 나오지만 포도주 시음은 어떤 경우던 필수코스로 고려된다. 프랑스 니까.


어떤 취향을 가졌건 여건이 허락한다면 나는 프랑스의 남서부 지역인 도르도뉴 지역을 추천하고 싶다.


일반 관광 코스에는 잘 올라오지 않는 지역이라 남들 다 가는데 말고 나만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더더욱 이 지역을 방문해 보시라 권한다.


프랑스 남서부의 꽃 '도르도뉴(Dordogne)'


우리에게 조금은 낯 선 곳이지만 아름다운 자연과 영화 시나리오로 알맞을 것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도르도뉴'.


'보르도'가 주도인 아키텐(Aquitaine)에 위치한 ‘도르도뉴’는 이곳을 관통하는 도르도뉴 강의 이름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도르도뉴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도르도뉴 지역 여행은 아름다운 자연과 그들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들로 흥미 있는 여행이 되어 줄 것이다.


선사시대에 만들어진 인간이 만든 동굴이 있는가 하면 여기에 질세라 자연이 긴 세월 동안 만들어 놓은 지하 동굴이 있고 지금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거친 역사의 풍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마을과 마을에 얽힌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여행자들의 발목을 잡는 곳이다.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쌍벽을 이루는 2만 년 전 원시인들의 동굴 벽화가 있는 라스코(Lascaux) 동굴을 비롯 25개의 선사시대 동굴(https://brunch.co.kr/@cielbleu/71 참조)이 지하에서 기다리고 있다.


피카소는 라스코 동굴의 벽화를 보고 '그동안 나아진 게 없군.'이라고 중얼거렸다니 원시인들의 솜씨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라스코 동굴 입구
동굴벽화


지상에는 150여 개에 달하는 선사시대 유적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큰 규모인  '라 호크 상 크리스토프(La Roque St Christophe)'에는 지상 80m 위의 석회암 바위에 길이가 1km에 이르는 수만 년 전 원시인들의 주거지가 아직까지 보존되어 있다.

 

'라 호크 생 크리스토프' 유적지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어 죽은 자가 건너가야 한다는 '스틱스(Styx) 강'이 있다. 

19세기 말 지하 100m에서 발견된'파디락 지하동굴(Gouffre de Padirac)'에는 현존하는 '스틱스 강'이라는 별칭이 붙은 강이 흐르고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지하 100m 아래 암흑 속에서 수십 km를 흐른다는 이 강을 보면 이곳이 정녕 저승의 입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현대판 스틱스 강에는 신화 속의 뱃사공 카론(Charon)도 있다.

파디락 동굴 입구와 지하에 흐르는 강

그런가 하면 세계 3대 진미에 이름을 올린 푸아그라(foie gras)와 트뤼플(truffle)의 주요 산지(https://brunch.co.kr/@cielbleu/68 참조)로도 유명한 곳이다.


도르도뉴 지역에선 푸아그라 산지의 명성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오리 간판이나 오리에 관한 사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리 천지다.


다양한 여러 종류의 푸아그라를 구경하다 도르도뉴의 전통 오리요리 ‘꽁휘 드 까날(confit de canard)’을 먹어 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쌀라(Sarlat)'의 구시가지(푸아그라 가게가 즐비하다)


다양한 오리 간판들
트뤼플 경매 시장 풍경(엽서)

10세기경 바이킹들의 침략 덕택(?)으로 마을들은 외부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거의 모두 절벽 위에 조성되어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1337-1453)이 가장 치열하게 벌어졌던 곳에는 두 나라를 대표했던 성들이 서로 마주 보고 역사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곳.

절벽 위에 우뚝 선 사자왕의 베낙 성


영국의 사자왕의 성이었던 베낙 성(Chateau de Beynac)은 백년전쟁 격전지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 위에 장엄하게 서 있고(백년전쟁 당시 이 성은 프랑스령이었다.) 도르도뉴 강 편에는 영국을 대표했던 캐스텔노드 성(Chateau de Castelnaud)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지금의 평화로운 모습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역사의 현장이다.

베낙 성
베낙 성에서 바라본 산 중턱의 캐스텔노드 성(사인이 있는 곳)

'13일의 금요일(https://brunch.co.kr/@cielbleu/27 참조)'의 유래가 된 템플 기사단의 수장 '자크 드몰레'의 화형식 이후 살아남은 마지막 기사들이 도르도뉴의 조그만 마을 돔(Domme)의 감옥에 7년여를 갇혀 있으면서 감옥 벽에 남겼다는 미스터리 한 그라피티(grafitti)를 대면하면 마치 중세의 한 장면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느낌에 빠지게 된다.

 

돔의 감옥 입구의 템플 기사들이 남긴 그라피티 설명 포스터


그러나 과거의 험난한 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역에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들을 만들어 놓았고, 중세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초현실주의의 대가인 앙드레 브르통이 '더 이상 아름다운 마을은 없다.'라고 극찬한 마을 '상 시르크 라포피(Saint-Cirq Lapopie)'에는 그의 여름 저택과 뮤지엄이 사람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상 시르크 라포피 마을 전경
앙드레 브르통 저택(우)과 뮤지엄(좌)


도르도뉴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베로니카의 베일'로 유명한 성녀 베로니카의 남편인 성인 아마도르가 만들었다는 1500년이 넘은 '검은 마돈나' 상이 있는가 하면 그 옛날 샤를마뉴 대제의 장군이었던 영웅 롤랑이 사라센의 공격에 고군분투하다 적에게 뺏길 수 없어 던져버렸다는 전설의 칼 '듀헝댈(Durandal)'이 성당 외벽에 그대로 꽂혀 있는 곳 '로카머두르

(Rocamadour)'도 있다.


그런데 전설에 의하면 이 칼은 현존하는 칼 중 가장 날카로운 칼이었다고 알려졌는데 그 제작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칼의 재료로 베드로의 이와 성 바실(St. Basil)의 피, 생 드니의 머리카락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옷자락까지 사용되었다고 하니 참으로 대단한 칼이다.

베로니카의 베일, 1618,Domenico Fetti,내쇼날 갤러리, 워싱턴DC(좌), 검은 마돈나 상(우)
도르도뉴를 대표하는 절벽 마을 로카머두르

이런 뒷이야기들을 듣고 나면 이곳을 그냥 지나치기는 상당히 어려워진다.

그러나 너무 욕심을 내다보면 여행이 힐링이 아니라 스트레스 덩어리가 될 수도 있으니 처음부터 방향을 정확히 잡고 무리한 욕심을 갖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번에 기회가 안된다면 여행 중 우리가 늘 주고받는 위로의 멘트가 있지 않은가.

못하고, 못 보고 떠나야 한다면 그것은 '다시 오라는 뜻이다.'라는.


그리스 로마 유적지를 여행하고 온 이가 '맨 돌덩이만 보고 왔다'라고 했다는 우스개 소리는 어찌 보면 많은 이들의 솔직한 심정을 대변하는 말일 지도 모른다.


하나를 보더라도 그 뜻을 알고 보면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은 기대 이상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게 전해준다.

내 옆에 있는 사람과 나는 같은 장소,

그러나 전혀 다른 여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볼 곳도 많고 볼 것도 많은 프랑스.

프랑스로의 여행을 꿈꾸고 있는 당신은 넘치는 볼거리와 수많은 이야깃거리들로 이미 행복한 사람이다.

'상 시르크 라포피'의 한적한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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