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써봐. 인생이 깊어질 거야
오랜만에 소설읽기.
그것도 한국 소설
다음 독서모임 주제가 한국소설이기 때문인데...
그런데 어쩌나.
서점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 중에
소설은 한 권도 없는걸.
마침 지인이 추천하고 sns에서도 소개한 책
[라이팅 클럽]이 계속 눈에 띈다.
그래. 망설이지 말고 구매하자.
[라이팅 클럽]이란 제목이
소설책이 맞나 의문을 갖게 한다.
목차를 봐도 알송달송 하다.
글짓기 교실, 글쓰기 모드, 설명하기와 묘사하기...
표지 오른편에 박힌
“강영숙 장편소설”이란
문구를 못 보고 구입한 사람이라면
당황할 수도 있겠다.
열일곱 살 주인공 영인이 등장해 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내가 소설을 읽는 건지,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읽고 있는 건지 계속 헷갈린다.
정말 오랜만의 소설책이란 그런가 보다.
여드름쟁이에 덩치 큰 영인이
싱글맘에 모성애 없는 엄마와
다투기도 하고
연적(?)이 되기도 하는 이야기.
오랜만에 소설이란 어색함이 가시자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읽게 된다.
개발 되기 전 종로구 계동의 모습을 잘 묘사해서
정말 그곳에 김작가와 딸 영인이 살고 있을 것만 같다.
계동에 살고 있는 J작가가 영인에게 해준 말처럼.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소설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제일 비슷하기 때문이야. 설명하려 들지 말고 보여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라고.” -102쪽
방황하던 십 대에서
얼렁뚱땅 이십 대가 된 영인은
사랑과 글쓰기, 일자리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으려 애쓰지만
아무것도 잡지 못하는
그저 그런 일상을 산다.
그 속에 슬픈데 웃긴 표현이
툭툭 튀어나와
푹 웃게 만든다.
아트를 꿈꾸며 떠난
뉴욕에서도 영인은
네일 아트숍의 직원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렇게 삼십 대가 되어
인생의 맛, 글쓰기의 맛을 알게 된
영인이 하는 대사가 참 멋지다.
“한번 써 봐. 인생이 얼마나 깊어지는데.” -255쪽
이십 대 초반 영인을 괴롭히던 J작가의 충고가
비로소 풀어지는 순간이 온 듯하다.
“묘사와 진술 그 두 가지가 적절히 섞여야 해. 좋은 문장이란, 좋은 소설이란 그런 거야.” -172쪽
소설 마지막 장에는
엄마로서는 많이 모자란,
냉소적이고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사는 듯했던 김작가.
그녀가 뉴욕으로 떠나는 딸에게 쓴 편지가 공개된다.
엄마는 엄마구나. 싶어 감동적이다.
“너는 오후 3시에 태어났어. 오후 3시는 누구나 후줄근해지는 시간이지.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셔. 그리고 ‘난 지금 막 세상에 태어난 신삥이다.’ 생각하며 살아. 뭘 하든 우울해하지 말고. 너는 오후 3시에 태어났어. 그걸 어떻게 아냐고? 내가 널 낳았으니까. 하루에 한 번씩 그걸 생각해야 한다.” -336쪽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니
감성은 촉촉해지고
머리는 가벼워지는구나.
가끔 장바구니에 소설책도 끼워 넣어야겠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