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vol.19 : '사랑이 두려운 시대의 사랑법' 리뷰
오래된 철학자들도, 연애와 결혼을 원하는 현대인들도 사랑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일상에서 철학을 추구하는 매거진 《뉴필로소퍼》는 'vol.19: 사랑이 두려운 시대의 사랑법'을 통해 사랑의 고유한 가치를 되새기고 있다. 다시 사랑을 되찾거나, 일상 속에서 재발견해야 한다는 생각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역사적 배경에서 결혼이라는 제도의 특징, 경제 구조에서 비롯되는 소비생활의 모순들을 보고도 순수한 사랑이 손쉽게 얻어질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시의적절한 주제 안에서 예전 철학자들은 어떤 말과 행동을 남겼는지, 이 시대에 사랑이 왜 두려워졌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뉴필로소퍼》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한다.
철학자들은 철학이라는 것을 한다는 것에 있어서 사랑을 빼놓은 적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감정 중 가장 최고의 것으로 삼는 철학자부터 시작해서 아름다움, 국가에 대한 정치, 개인의 정체성 등 사랑은 어떤 분야와 주제를 만나든 늘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 어떻게 보면 철학의 목적 중 하나인 더 나은 삶도 사랑으로 인해 길러지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통해야 했다. 그만큼 사랑 자체는 인류에게 중요한 가치인 것에 틀림이 없었는데 최근의 동향상으로는 꽤나 위기감이 고조된 분위기임을 나타내고 있다.
사랑을 위협하는 것에는 쾌락, 좋은 기분, 각각의 도덕성, 그리고 시답잖은 정보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사랑이 공동체 형태로 드러나는 결혼 안에서도 너무 많은 좋음을 창출하려다 보면 이것이 당연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결혼 생활을 유지하거나 과정을 버티는 데서 오는 어려움보다 자기 스스로를 잃어버리거나 통제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짚고 있다. 분명하게 원했던 가치를 달성하기도 어렵거니와 자아의 완성에도 위협이 되는 결혼 생활은 구체적이지 못한 보상 체계라는 것이다.
과거로부터 출발한 제도가 낭만적 사랑을 추구하는 현재의 결혼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특히 낭만성은 균형을 잡기 어려운 대표적 요인이다. 부정적인 면은 최대한 가려지고 좋은 점을 부각하면서 상대방에게 나를 알릴 수 있는 과정은 낭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온라인 상황에서는 이러한 욕구가 펼쳐질 수 있는 자유도에 비해 도덕적 책임은 쉽게 잊히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비단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집단에 악역향이 퍼지고 분위기가 번지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해당 문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사회 속에서 나르시시즘이 만연한 시점에서는 자기애와 나르시시즘이 쉽게 구별되지 않는다. 사랑이 두려운 시대, 에로스가 종말 된 시대, 이혼과 결혼 모두 답이 아닌 시대가 여기서 일어난다. 자기애는 남을 필요로 해서 관계를 독려하는 측면이 있지만, 나르시시즘에서는 정상인 관계가 제거되고, 비정상인 자아만 남게 된다. 남들은 관심과 권리를 모두 밀어주고 우월한 위치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나'만 점해야 한다는 무리한 생각이 복제되고 확장된다. 소셜 네트워크를 비롯한 미디어에서 나르시스트가 목소리를 크게 내고,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 실제로 그들이 가진 영향력보다 더 많은 주도권을 행사하게 된다.
《뉴필로소퍼》의 부편집장은 사랑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에서도 자신의 생기를 다시 한번 발견하기를 권하며 이번 호수를 마무리하고 있다. 무엇이 나르시시즘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보다 생산적인 접근을 추구하는 입장이다. 이 시대에 사랑이 두려워진 배경에는 낭만성이 그린 그림자가 있었다. 어둠 안에서 흐릿하게 지워진 균형은 사랑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그 안에 분명한 가치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사랑이 무엇인지 철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정리한 내용보다, 사랑을 두려워하게 된 자들의 마음을 고려하는 동시대 철학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중임을 절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