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위한 학교는 어디에 있을까?

자폐스팩트럼 아이의 발리에서 학교 찾기

by 김찐따

우리 아이는 한국에서 어릴 적부터 4년 동안 같은 유치원을 다녔다. 그곳은 한솔재단과 루트임팩트라는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직장 어린이집이었다. 갑작스럽게 내 아이에게 자폐스팩트럼이라는 진단이 따라왔을 때도 반 선생님들과 어린이집을 운영해 주시는 재단에서는 아이를 신경 써 주시며 케어를 해주셨다.


유치원은 특별한 내 아이를 위해 특수교사 배치를 지원해 주셨고, 선생님들은 아이의 발달과정을 이해해 주시며 반 친구들도 내 아이를 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며 지원해 주셨다. 덕분에 아이는 유치원을 즐기며 안정감을 느꼈고 밝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유치원을 제외한 한국에서의 일상생활은 우리에게 많은 제약으로 다가왔다. 아이가 좀 더 자유롭고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랄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발리로의 이주를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발리에서의 학교 찾기

발리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나는 다양한 국제학교들을 탐방했다. 국제학교들은 기본적으로 자폐스팩트럼에 대한 이해도가 있고 이에 따른 서포트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발리에는 다양한 유치원과 학교가 있지만, 나에게 있어 학교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학습방식'이 아니라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는 '환경'이었다. 극도로 닫힌공간을 힘들어하는 내 아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열려 있는 교실 환경, 자연 친화적이며 다양한 액티비티 경험이 가능한 환경을 원했다. 수많은 학교 중에 두 곳으로 추려졌었는데 (웨이팅 리스트에 들어가 있었던 곳은 제외하고), 몬테소리 스쿨과 CCS(Canggu Community School)였다.


교구를 좋아하는 내 아이에게는 몬테소리 학교의 환경과 교육방침이 맞을 것 같았는데, 무엇보다 그 시기에는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더 다양한 활동과 사회적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CCS로 학교를 선택했고, 이곳에서 아이는 Shadow Teacher(보조 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발달을 위한 지원을 받았다.


물론 적응하는 2주 동안 교실 문을 부여잡고 집에 보내달라고 아우성치는 아이 덕분에, 나는 아이 등교와 동시에 근처 카페에서 아이를 기다리다 울고불고를 시작하면 바로 픽업하기를 병행했어야 했다.(오분 대기조랄까)


어느 아이든 그렇겠지만 정확히 2주 정도 지나면 내 아이는 어느 곳이든 환경에 적응한다. 아니나 다를까 2주가 지남과 동시에 나에게 걸려오는 무시무시한 학교 전화는 멈추었고, 나의 아이는 세심한 배려 속에 학교 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학교는 아이가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태양계를 좋아하는 내 아이를 위한 드로잉 액티비티



한국에서 다시 마주한 현실

학기가 끝나고 아이의 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했다가 나의 건강상 문제가 발견됬다. 그렇게 갑자기, 별 수 없이, 우리는 다시 한국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동시에 우리는 다시 한국에서의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나의 아이는 한국에서 1년을 머무는 동안, 4개의 어린이집을 전전해야 했다.


나는 언제나 아이의 다름을 숨기기보다, 늘 먼저 설명을 하는 편이다. 초기에는 모두 괜찮을 거라고 말하며 아이를 환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늘 상황은 변했다. 내 아이는 7살(한국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했고, 결국 대부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아이를 위한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이를 받아주지 못했다.


당시 많은 치료사분들께서는 아이를 일반유치원/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 게 발달과정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하셨기에 나는 일반 또는 사립 어린이집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우리는 특수 교사 지원이 가능한 병설 유치원에서 겨우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아이의 다름 하나로, 유치원 하나 찾는 일이 이렇게나 어려운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 다시 발리에서, 아이의 학교찾기를 반복 중이다. 발리에서의 일상생활과 다름에 인식은 관대한 편인데, 학교 문제는 또 별개로 다가온다. 재작년엔 아이가 어려 많은 학교 컨텍이 가능했던 것 같고, 지금은 어느 정도 나이가 있다 보니 학교 측에서도 아이의 케어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학교의 선택은, 결국 내 아이 스스로의 운명에 달린 것 같다

이제는 내가 아이의 학교를 선택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그저 운명에 달린 것 같다. 지금은 그저 아이와 운이 맞는 학교가 언젠간 나타날 것이라는 희망만을 품고 있다. 아이를 위한 학교,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고 마음껏 웃을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 오늘도 발리의 모든 유치원을 두드려 보고 있다. (현재 기준 23개 정도의 학교와 유치원을 컨텍해 봄..)


원했던 학교는 모두 웨이팅이 걸려있고, 지난주 일주일 trial을 보낸 유치원에서는 또 입학을 거절당했다. 이유인즉슨 학교 측 시설이 좁아 쉐도우티처+아이까지 함께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며, 올해 8월 초등학교 입학 시에는 가용 공간이 넓어 그때쯤이나 입학이 가능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아.. 이 유치원 또한 매일 아이에 대한 피드백이 긍정적이어서 의심조차 하지 않았는데, 단기로도 많이 받는 곳이다 보니,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 다음날 바로 4명의 다른 친구가 입학한다는 소식을 몰래 전해 들었다.


유치원 안 갈 땐 라스티니네서 코코넛 음료 배달 아르바이트하기



지난 글에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나는 온 마을은커녕, 단 하나의 유치원도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또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를 위한 곳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믿고 오늘도 또 학교 찾기에 몰입해 본다......

이러다가 학교를 못 찾아 내가 자폐스팩트럼 학교를 만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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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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